[박헌오의 시조 풍경-21] 벌목장의 텃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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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오의 시조 풍경-21] 벌목장의 텃새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6-06-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텃새들 주렁주렁 매달려 살던 고향

「재개발」떼창 소리에 날개도 못 편 채

후두둑 떨어져서는 기어나가 기다린다.



고향집 다 빼앗긴 텃새들은 통곡한다

살아서 저 꼴 보느니 제 땅에서 죽을 것을

한탄을 공양 삼으며 깡통처럼 쭈그린다.



토박이 손 붙들고 몸 떨며 흔들릴 때

이방인 폭도들이 떼 지어 톱질하니

둥지를 안고 쓰러지는 늙은 새들 노숙한다.



<시작 노트>

인구는 늘지 않는데 가는 곳마다 재개발이다. 자식들 다 떠난 지 오래고 늙은이들 그냥 살면 되는데 헌 집은 다 뜯고 새로 집을 짓는단다. 어느 동네는 집을 재개발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파트를 짓지 못하여 폐촌이 되어간다. 토박이 텃새 같은 주인들은 기다리다가 영감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고, 어떤 할머니는 새집으로 들어갈 돈이 모자라 갈 곳이 없단다. 헌 집은 다 뜯어야 하는가? 내 땅에 내가 살던 집을 고쳐서 그대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가? 묶은 집이 고향집이다. 고향의 노래를 틀던 레코드판은 다 깨져 고물상으로 갔다. 향수란 무엇인가? 악몽 아니면 악취가 되고 마는 것인가? 평화롭던 동네가 온통 벌목장의 톱질 소리에 무너져 내린다. 나무에 지어놓은 새집들은 나무에 매달려 쓰러지고 만다. 늙은 새들이 어느 세월에 여기 새집을 지어 살아볼 것인가? 풍요 속의 빈곤에 시달리는 노숙자가 되었다가 행여 사망자가 되지나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 화려하게 올라가는 아파트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한스럽게 쫓겨난 터줏대감들을 알 바 아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가족 시대는 전설이 되고 노부부가 가족이 되었다가 1인 가족이 되고 만다. 대전 시내만 해도 여기저기 재개발 지구가 널려있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원주민이 이방인이 되고 이방인이 터줏대감이 되는 역사의 변환기! 텃새가 철새가 되고 철새가 텃새가 되느라 벌목은 계속된다.

박헌오/한국시조협회 5대 이사장, 초대 대전문학관장

박헌오
박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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