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년을 위한 지천명(知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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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년을 위한 지천명(知天命)

백진협/대전시 유성구 군무사무관

  • 승인 2026-08-11 10:2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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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이 말을 처음 접했던 때는 중학교 한문 시간인 걸로 기억한다. 벌써 40년이 더 지났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고 그냥 외웠던 것 같다. 이제 인생을 조금 살아보니 그 의미를 깨달아간다.

최종엽 작가의 <오십에 읽는 논어>에서 공자는 전쟁과 패권이 넘치는 격변의 시대에 정치를 통해 예와 덕이 살아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을 천명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는 "살아가는 이유를 스스로 정하는 것, 바로 지천명"이라 강조했다. 공자가 꿈꾸었던 그런 천명은 아닐지라도 필자가 오십 줄에 깨달은, 개인적이고 소박한 천명을 인생 후반부를 걷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세대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펜을 들었다.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 고대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격언이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고 있지만. 이 말은 인간의 한계와 무지를 인식하고 신 앞에서 자아를 성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나 자신을 잘 안다고 하지만 정작 나를 잘 모른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진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런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물음에 이제는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올바른 의미와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이십 대는 미숙함과 열정으로, 삼사십 대는 치열함 속에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한때는 내 노력과 능력으로 모든 걸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나 자신을 정확히 알기 전까진. 지금 생각해 보니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진다.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꼭 성경을 읽어보길 권한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지천명을 향한 첫걸음이다.

둘째, 이제는 진정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 말은 성경에 나온다. 일부 대학에선 교훈 또는 가치로 인용하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그 본래의 의미는 진리인 예수 그리스도만이 인간의 죄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예수를 믿고 따르는 삶을 살 때 진정한 내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종교와 신념에 따라 이 '진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예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회피하지 않고 몸소 실천했고, 누군가의 자유를 위해 십자가에서 대신 죽음으로써 그분의 사랑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란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주어진 소명이나 사명을 흔들림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상태이고 능력'이 아닐까. 나이 오십은 우리를 속박하는 여러 감정과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움을 누려야 하는 시기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내려놓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한 비움이 아니다. 또 다른 무엇으로 채워가는 과정이다. 이제는 육신의 욕심, 인정의 욕구, 이생의 자랑, 때론 자존심마저도 내려놓고 지금 현실에 자족하며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지. 이것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지천명을 향한 디딤돌이다.

셋째, 부모와 자녀를 잘 떠나보내야 한다. 부모의 죽음과 자녀의 독립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천명이다. 특히 나이 오십은 자신의 건강 문제 외에도 쇠약하신 부모 돌봄과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 뒷바라지 등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는다. 의료 기술과 서비스의 발달에도 여전히 우리의 부모는 다들 몸이 편찮으시고 한두 분씩 돌아가신다. 또 자녀의 독립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취업과 주거 등의 어려움으로 인한 경제적 요인만 아니라 고학력, 결혼관 변화 등의 사회적 요인도 한몫하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지난가을에 홀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 아프고 슬프다. 자식으로서 후회야 없을 순 없지만 약 두 달간 자식들이 순번을 정해 밤낮으로 어머니 곁을 지켜드리며 평소 잘 얘기하지 못했던 '고맙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드렸다. 덜 후회스럽게 보내드린,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임은 분명하다. 더 깨달은 것은 자식은 부모의 내리사랑을 다 갚을 수 없는 존재이고 누군가에게 흘려보내야 한다는 걸. 이제는 값없이 받은 그 사랑을 슬하의 네 자녀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네 자녀가 건강한 성인이 되어 부모를 떠나 잘 독립하게 하는 것, 이것이 천명이고 지금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도 부모가 걸어갔던 그 길을 가야 하기에, 덜 후회하며 살아야 하기에. 혹시 지금 곁에 소중한 사람이 계신다면 오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길 바란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의 평균수명은 물론 다르겠지만 지천명은 단순히 나이 오십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이나 사명을 제대로 깨닫고 끊임없이 실천하는 삶이다. 우선 나를 제대로 알고, 흔들림 없는 진정한 자유를 누릴 때 진짜 지천명에 이르지 않을까.

백진협/대전시 유성구 군무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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