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돋보기]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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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돋보기]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무엇을 했나

충남대 정문현 교수

  • 승인 2020-07-22 17:26
  • 신문게재 2020-07-23 10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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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 정문현 교수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성폭력과 같은 인권침해의 문제로 고민하며 괴로워하고 있나요? 이제 저희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가 대한민국 선수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함께하겠습니다"

이 글은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스포츠인권센터의 소개 글이다.

이제 누가 이 글을 믿을까?

최숙현 선수의 비보로 인해 대한체육회는 20일 '체육현장에서의 심각한 (성)폭력이 재확인됨에 따라 특별 대책 추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스포츠폭력 추방을 위한 특별 조치 방안을 마련한다'고 전했으나 각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005년 7월,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되자 대한체육회는 선수보호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수고충처리센터를 개설했다. 그리고 1~3월 선수폭력 실태를 용역, 조사한 결과 현역 지도자 중 상당수가 가해자이며 선배선수들의 후배 괴롭힘도 장난처럼 만연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한체육회는 2006년 부랴부랴 선수(성)폭력 예방 및 근절 교육을 실시하고, 2008년 10월에는 스포츠인권 보호 지원 업무 전담팀을 설치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관련 예산도 매우 적었고, 업무도 실적 쌓기에 급급해 보였다.

4년이 지난 2009년 6월에서야 스포츠人권익센터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9월부터 시·도별 스포츠인권 전문 인력풀을 구성하여 스포츠인 권익을 위한 강의전담팀을 운영했는데 필자도 이때부터 7,8년 정도를 활동했다.

전문상담인력의 배치와 홍보자료를 만들었으나 배포된 자료만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1년에 고작 2회 정도 수업을 하게 한 스포츠인권교육 강사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여 이래선 안 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컸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한체육회의 스포츠인권 전문 인력풀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되지 못했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지방체육회를 통한 스포츠인권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잘못된 결과를 전문 인력풀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공식 회의석상에서 항의도 해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기피인물이 되어 버렸다.

대한체육회는 2014년 5월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 내 상담실을 개소하고, 2015년에는 온라인 스포츠인권교육 프로그램 개발, 스포츠인권 표어·포스터 공모전 등 스포츠인권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나 스포츠현장에선 지속해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체육계의 개혁요구와 정상화를 위해 기존에 운영해오던 스포츠3.0위원회와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합하고 각종 홍보 사업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2017년 여자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 성추행사건 대한체육회 인권위원회 묵살, 2017년 태권도 편파판정 승부조작 비리 사건, 2019년 심석희 선수 성폭행 사건, 2020년 故최숙현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한체육회가 10여 년간 노력해 왔음에도 성과는 전혀 없었다.

대한체육회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스포츠(성)폭력 관련 연구 용역을 7번이나 실시했고, 10년간 35만 명을 대상으로 스포츠인권 교육을 실시했으나 사업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는데도 반성이 없었다. 무능하고 안일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10여 년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퍼부었지만 결과적으로 헛일을 했다는 얘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8월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시킨다. 스포츠 폭력, 성폭행, 도박 등 체육인들의 잇따른 일탈을 외부 독립기구에서 제재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대한체육회가 한 실수를 반복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왜 사건이 반복되고 있나? 관련 용역만 10년간 7번이나 실시했다.

스포츠현장에 가보면 합숙소에서 선수들은 핸드폰을 압수당한다. 그리고 열악한 합숙소에는 선수들이 사용할 컴퓨터도 없고, 상담실은 커녕 제대로된 사무실도 하나 없다.

스포츠혁신위원회, 스포츠윤리센터 다 좋다. 그러나 일선 훈련 현장에 다가가지 못하는 제도는 모두가 공염불임을 밝혀둔다. 지도자, 교육자, 경찰, 체육회 모두 고통받는 선수들의 호소를 외면한 당신은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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