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문화 장미의문화]노약자 보호석, 우선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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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문화 장미의문화]노약자 보호석, 우선 순위는

  • 승인 2010-01-28 10:22
  • 신문게재 2010-01-29 21면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50여 년간 통용되던 보행자 좌측통행이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시민 대부분이 아직 우측통행의 직접적 이익과 편의성을 실감하기 어려운 가운데 관계당국의 홍보도 그리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귀에 박히게 교육받은 좌측통행 의식이 포스터와 안내문 몇 줄로 쉽사리 개조되기는 힘들 것이다.

더구나 변경사유를 곰곰이 읽어봐도 우측통행의 직접적인 혜택이 쉽사리 와닿지 않으니 아직 상당한 세월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물론 횡단보도를 건널 때라면 우측통행의 안정성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지만 총체적인 인식변화는 더딜 전망이다. 점진적으로 우측통행 인구가 늘어나 좌측통행을 고집할 경우 불이익을 몸소 체감해야만 비로소 우측통행 문화는 정착되지 않을까.

이제는 관청이 주동이 되어 단기간에 온 국민의 의식과 행동을 일제히 바꾸어 놓겠다는 발상자체를 바꾸어야 할 때가 아닌가.

'계몽'이라는 어휘는 개념자체가 담고있는 실용성과 유익함에 앞서 문자상 의미의 봉건, 위압, 권위가 더 드러난다. 몽매함을 깨우쳐 밝힌다는 용어의 뜻풀이가 시사하듯 이제는 국민의 어리석음을 계도, 이끌어 가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다양성이 혼재하는 사회라면 실제적인 이익이 돌아오는 방향을 알려주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선에서 그치는게 현명하다.

이번 우측통행 제도 시행에서 단기간에 모든 국민의 호응을 기대하기 보다는 여유있는 기다림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우측통행의 편리성을 절감한 절대다수 시민들이 오른쪽으로 걷는데 나만 왼쪽으로 갈 경우, 창피함을 느끼고 위험에 노출되어 스스로 참여하는 때를 기다리는 성숙한 행정마인드가 필요하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에 지정된 경로석, 노약자 보호석 안내의 경우 지나치게 개념적이고 자의적이어서 합리적인 우선순위 부여나 보호석 지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 낫겠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열차 네 귀퉁이 노약자 보호석에 아무런 설명없이 노인, 임신부, 장애우, 어린이 동반자를 상징하는 네 개의 그림만을 붙여놓았다. 경로심, 시민의식으로 알아서 적절히 운영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까. 그러나 이 경우 보다 명확한 우선순위 지정의 필요성은 상존한다.

가령 프랑스 파리 지하철의 경우 보호석 상단에 큼지막하게 우선적으로 앉을 수 있는 순서를 명시해 놓았다.<사진> 1) 전쟁 상이용사 2) 민간 시각장애인, 산업재해환자와 장애우 3) 임신부, 4세 미만의 어린이를 동반한 사람 4) 75세 이상의 노인의 순으로 앉을 권리가 주어진다. 우리처럼 조금만 늙수그레해 보이면 당연한 권리처럼 자리에 앉는 것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젊은 상이군경이 오면 80세 노인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물론 당사자들간의 양보로 인한 순서변동은 당연하지만 사회질서에 있어 이런 합리적인 기준제시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국가에 충성한 분들게 대한 예우와 장애우, 여성, 어린이를 우선하는 폭넓은 시각의 배려는 사회질서에 있어 갈등과 충돌을 자체적으로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노령층을 우대하되 누구나 동의하는 합리적인 규범속에서 운영의 묘를 이룰 때 진정한 선진, 복지사회는 앞당겨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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