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정용기의 무상급식 반대 소신
‘침묵의 나선이론’과 소신의 어려움
茶山 “치밀한 지식 쌓아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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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논설위원 |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의견에 동조해주길 원한다. 자기 주장을 외롭게 펼쳐야 하는 상황을 꺼리고, 자신이 여론에서 고립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립 상태에 빠지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다. 언론학에서는 이것을 ‘침묵의 나선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으로 설명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내 생각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자기 의견을 감추고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이 민심에서 나오는 정치인들에게 고립은 가장 피하고 싶은 문제 중 하나다. 다수를 따르지 않으면 궁극적으론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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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은 옛 선비의 덕목이었다. 선비를 뜻하는 ‘士(사)’자를 열 사람이 공부해도 한 명만 선비가 된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아홉 명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아홉 명이 행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九人言言 九人行行)’ 사람이 선비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해도 “아니다” 말할 수 있고, 모두들 “그르다”고 해도 “바르다”주장할 수 있는 소신은 선비의 기본 조건이었다.
다만 소신이 고집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둘은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선비들이 자기를 지키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이런 점에 유의했다. 다산(茶山)은 “슬기롭게 생각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마음속에 굳고 끈질기며 치밀하게 지식을 쌓지 않으면서 자기 생각만 굳게 가져, 융통성 없이 고집하는 것을 견고함으로 여긴다면 (주장은) 오래 견디기 힘들다”고 하였다. 정 청장의 ‘반대론’은 궁구(窮究)한 바가 분명 있어 보이고, 지난번 김신호 교육감이 발표한 ‘반대의 이유’ 역시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더라도 모든 소신을 끝까지 관철시킬 수는 없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행정은 더욱 그렇다. 주민들의 뜻을 받들면서 자기와 다른 소신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내 소신이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면 서로 절충하거나, 양보할 수도 있다. 특히 주민들 의견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되면 민의(民意)를 존중하는 게 원칙이다. 그게 민주적 리더십이다.
때론 직(職)을 걸고 지켜야 할 소신도 있지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정책 대결에서 승리, 자기 주장을 정책에 반영시킨 사람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가령, 대전지하철2호선 방식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는 대전시장이 판단할 몫이다. 시장 소신대로 하다 실패로 돌아간다면 책임도 확실하게 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상급식은 성공하든 실패하는 이 정책을 주도한 민주당이 몫이지, 시장, 교육감, 구청장의 책임은 그리 크지 않다. 정용기 구청장은 4월말까지는 주민 의견을 수렴,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정 청장은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반대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면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떳떳하게 밝히고 시장 의견을 수용하면 된다. 주민의견이 분명치 않는 데도 주민을 핑계댈 필요는 없다.
소신의 정책 대결에서 양보는 패배가 아니라 미덕인 경우가 많다. 당초 입장에서 대전시에 일부 양보한 것으로 보이는 김신호 교육감이 양보한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간 방식은 아쉽다./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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