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체가 박물관… 유적마다 수많은 이야기 담겨

도시전체가 박물관… 유적마다 수많은 이야기 담겨

순례단원 원형극장서 즉석 콘서트… 세계각국 관람객 노래로 우정나눠 4세기 지은 사창가 놀랍도록 위생적, 입구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 '해학적'

  • 승인 2011-08-29 15:35
  • 신문게재 2011-08-30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의 성지순례탐방기] 12. 터키의 성지들을 찾아서-에페소편2

▲ 셀주크 도서관 유적
▲ 셀주크 도서관 유적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단장 김정수 바르나바 천안신부동성당 주임신부)의 에페소 유적지 탐방기를 지난주에 이어 연재한다.

▲로마식 대극장=에페소 도시 인구의 10분의 1인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한여름에는 콘서트가 열렸다. 파바로티와 존 레논이 공연한 곳도 이 곳이다.

이 곳 원형극장에서는 프랑스 관람객들을 만나 프랑스 유학파인 김정수 신부와 반갑게 인사 나눈 뒤 순례객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특히 이번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 일행중 한명인 정현민 스테파노 형제가 '아베마리아', '자장가', '일송정 푸른솔은' 등의 노래를 선보여 대극장에 모인 세계 각국 관람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스테파노 형제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 프랑스 관광객과 함께 기념촬영
▲ 프랑스 관광객과 함께 기념촬영
이 야외원형극장은 헬레니즘 시대인 BC 3세기에 처음 지어졌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AD 1~2세기경에 확장한 유적이다. 로마식 원형극장으로 재건된 것은 클라우디우스 시대를 시작으로 했고 이후 극장의 3층이 네로 황제와 셉티무스 세베루스시대에 지어졌다. 3단구조의 이 원형극장의 각 단은 22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총 높이가 18m에 달하는 이 곳의 실내 정면은 각종 부조와 원주, 창으로 장식돼 있고, 최상위 단인 3층 윗부분에는 다양한 동상이 세워져 있다. 현재는 축제 등에 사용된다.

▲셀주크 도서관=로마시대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던 총독 셀시우스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 바로 셀주크 도서관이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등과 함께 세계 3대 도서관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1만2000여 장서가 보관됐다고 한다. 당시 책표지로 쓰인 양피지의 습기를 막기 위해 이중벽을 만들었는데 잘 지어진 건축물로도 유명하고 정면에는 각각 지혜, 운명, 학문, 미덕 등 4가지 의미를 상징하는 여신들의 동상이 있다.

▲하드리아누스 신전=하드리아누스 신전은 도미티안 신전 이후 두 번째로 로마의 황제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AD 18년에 에페소 시민들에 의해 지어진 이 신전은 당시 로마의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 황제에게 바쳐졌다. 최근에 복원된 이 신전은 시전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돌 담 위에 신과 여신들의 부조가 가득하고 4명의 로마황제 상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또 신전 전면의 4개의 기둥 중 2개의 기둥을 잇는 아치는 에페소 유적지에서 가장 아름답다. 전면 아치 가운데 새겨진 조각상은 운명의 여신 티케이고, 뒷면에는 메두사 조각상이 있다.

▲ 사창가 입구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
▲ 사창가 입구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
▲사창가=에페소 유적중에는 대형 극장으로 가는 대리석 거리 중앙쯤에 바닥에 새겨진 발자국이 보인다. 이 발자국은 사창가로 가는 길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창가는 대리석 거리의 끝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4세기에 지어졌고 오늘날의 사창가보다 더 위생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남자들에게 손과 발을 씻을 것을 요청했고 비너스 여신에게 바쳐진 이 사창가는 위생을 위한 모든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살롱에는 비너스의 조각이 있었다. 사창가를 안내하는 바위에는 발자국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 발 사이즈보다 작은 사람은 못들어간다는 의미이다. 해학적인 느낌이 들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스콜라스틱 목욕탕=목욕탕의 중앙 난방시설을 갖춘 살롱이 위치한 이층은 무너졌다. 냉수, 온수, 그리고 미지근한 물의 탕들과 탈의실이 있었다. 3층의 이 목욕탕은 2세기에 지어졌지만 스콜라스티카라는 여인이 4세기에 복원해 개조했다. 공공탕들뿐만 아니라 개인 탕들도 있었는데 원하면 며칠동안 묵을 수도 있었다. 물을 끓이는 거대한 보일러들은 1층에 위치하고 있었고 오늘날에는 3층만이 건재하다.

▲퀴레트 거리=언덕의 정상에 오르기전에 거리의 비탈길에서 보이는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승리의 여신 니케 조각상=니케의 조각은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상이다. 왼손에는 승리의 상징인 월계관이 있고 오른손에는 밀 다발을 들고 있다. 이 부조는 로마시대때의 작품이다. 도미시온 광장의 유적들 사이에서 발견됐다.

▲성 요한 성당=사도 바오로와 사도 요한은 둘 다 에페소에서 살았고 에페소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둘 다 성서를 쓰며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도 요한의 묘는 아야슬룩 언덕에 있다. 저스티엔 왕에 의해 이 묘 위에 건설된 교회는 중세기의 중요한 건축물중 하나다. 이 바실리카는 아르테미스 신전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10세기에 에페소는 이 언덕을 완전히 둘러쌌다. 1914년에 아야슬룩은 이름을 셀주크로 고쳤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사도 요한에게 '이 분은 너의 어머니시다'라고 했고, 성모 마리아에게는 '어머니 이 사람은 당신의 아들입니다'라고 했다. 예수의 죽음 후 예루살렘은 혼돈에 휩싸였고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된 사도 요한은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예루살렘에서 에페소로 옮겨와서 지금의 에페소 시내 성모성당 터에서 살다가 죽어서는 에페소 뒷산에 묻혔다. 요한이 묻힌 곳에 4세기에 목조 성당을 지었고 비잔틴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돌과 붉은 벽돌로 대성당을 세웠다. 십자형 성당 한복판, 대리석, 기둥 네 개가 서 있는 곳이 요한 사도의 무덤이다. 에페소, 페르가모, 필라델피아 등지에는 비잔틴 시대에 요한성당이 세워진 반면 바오로 성당은 전혀 없다. 이는 소아시아 지방에서는 바오로보다 요한의 영향력이 컸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성모 마리아의 집
▲ 성모 마리아의 집
▲성모마리아의 집=성 요한이 성모 마리아를 당시 가장 번성했던 에페소로 모시고 와서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집이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때 폐허가 됐으나 19세기 초에 한 독일학자가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했다고 전한다. 1967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이 곳을 방문했고, 그 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다시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그리스도교인들의 순례지로 꼽히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모마리아 때문에 에페소를 찾는다. 역사학, 고고학, 신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이 곳은 파나야 카풀루 산의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성모마리아의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는 황금색 유채꽃이 활짝 피어 순례자들을 반겨주고 산 정상에서 성모마리아의 집에 이르는 길에도 온갖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들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천국처럼 평화롭고 향기로운 낙원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매년 8월15일 파나야 카풀루의 부활절은 성스러운 약수터에서 거행된다.

▲성모마리아의 집 옆 성당에서 미사=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 일행은 성지순례 6일째인 5월29일 오후 에페소 유적에서 7㎞ 떨어진 브루브루산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의 집 옆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성당 계단을 내려가면 병을 치료한다는 성수가 솟아나는 성모마리아 약수터가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성모 마리아는 말년을 이 분수의 약수를 마시며 살았다. 이 약수와 화덕의 재의 기적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곳에서 가망이 없다고 한 암 환자들로부터 전신 마비 환자들까지 치유되었다고 한다. 그 옆에는 우체국이 있는데, 이 곳에서 편지를 보내면 성모 마리아의 도장을 찍어준다. 여행을 추억할 수 있게 해 순례자들에게도, 여행자들에게도 좋은 평을 얻고 있다.

100년전까지만 해도 그리스 정교도들이 해마다 8·15 마리아 승천일에 이 집에서 순례행사를 가졌다. 1961년 교황 요한 23세는 성모 마리아 집의 위치에 대한 분쟁을 종식시키고 이 곳을 성지로 공식 선포했다.

김정수 신부는 “성모님과 예수님은 15세 차이고 예수님과 요한도 15세 차이”라며 “성모마리아는 85세에 예루살렘에서 시리아, 안티오키아로 이전해 90세를 맞았고 이 때 사도요한은 60세였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성모마리아와 사도요한은 박해를 피해 이곳 부루브루산속에서 숨어살았다”며 “예루살렘 영면성당에서 성모님이 영면하셨다”고 전했다. 예루살렘은 생명을 시작하는 곳이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 죽음을 의미한다.

김정수 신부는 성모마리아의 집 미사집전에서 사도행전을 인용해 “내가 가르치는 말들을 잘 지키고 따르면 내가 너희와 같이 있겠다. 아버지도 같이 있겠다. 그날 너희는 내 안의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함께 활동하는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될 것이다.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받을때 우리를 주님의 자녀로 선별하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함께 생활하고 계신다. 사랑을 실천하면 내 자신을 너희에게 드러내 보이겠다. 주님의 현존을 확인시키겠다.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실천하고 간증하고 주님 말씀을 끝까지 마음속에 새기고 의심하지 않고 주신 말씀으로 영광의 월계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님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이 있을 때 죽음이 현실로 다가와도 죽음이 나를 이기지 못하는 날이 다가온다. 끝까지 하나님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올리브밭의 성모마리아상=에페소에서 파나야 카풀루의 잘 정리된 꾸불꾸불한 9㎞ 길을 올라가다보면 성모 마리아상을 만날 수 있다. 해상 450m의 언덕을 오른 후 다시 100m 정도 내려가면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건물들과 사람들이 있는 장소로 내려갈 수 있다. 올리브 나무들을 지나면 두 손을 벌린 채 사람들을 반기는 성모 마리아상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부활절에 이 곳에 오는 순례자들은 성모 마리아 동상 앞에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성모마리아상을 바라보노라니 절로 성스럽고 은혜스러운 느낌이 든다.

/터키 에페소에서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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