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거울과 그림자, 미국 사회에 대한 비유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거울과 그림자, 미국 사회에 대한 비유

- 영화 <어스>

  • 승인 2019-04-04 16:58
  • 신문게재 2019-04-05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어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어스, Us>는 중의적입니다. '우리'라는 뜻과 함께 '미국(United State)'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미국의 현실에 대한 비유와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중산층 흑인 가정이 휴가지에서 겪는 이야기가 공포스럽게 펼쳐집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중산층이 되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휴가를 위한 별장이 있고, 중고나마 모터보트를 살 수 있는 형편 말입니다. 그런데 깊은 밤 그들과 똑같이 생긴 복제 인간이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별장 안으로 들어와 싸움을 걸고, 목숨을 해치려 합니다.



누군가 사적 영역을 침범해 위협을 가한다면, 더구나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생긴 존재라면 거기서 오는 공포는 표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복제 인간을 정부가 만들어 낸 것으로 그려냅니다. 이는 이민자들에 대한 비유입니다. 이민자들에 의해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미국 시민들의 위기가 배어 있습니다. 남편이자 아빠인 남성도 그렇지만 영화에서 가장 굳세게 침입자들과 맞서 싸우는 이는 아내이자 엄마인 에이드입니다. 영화는 놀라운 반전을 숨겨놓고 있습니다. 그녀가 원래의 소녀와 뒤바뀐 복제인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따지고 보면 미국 시민들 모두가 이민자들이거나 이민자의 후예입니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치는 거울과 그림자입니다. 1986년 어린 애들레이드가 생일날 엄마, 아빠와 갔다가 복제인간 소녀와 뒤바뀌는 곳인 놀이공원의 '어둠의 방'. 그곳은 곳곳에 거울이 있습니다. 거울은 사람을 비춰주기도 하지만 현실과 혼동을 일으킵니다. 똑같이 생긴 거울 속의 그들로 인해 갈 길을 잃고, 처지가 뒤바뀌고, 공포에 휩싸입니다. 복제된 인간들(이민자들)을 양산해 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림자를 보여줍니다. 실체보다 더 크고 길게, 어둡게 드리운 그림자. 사람 뒤에 붙어서 따라오다가 어느 순간 사람을 덮치는 그것이 일으키는 공포는 은밀하면서 강력합니다. 산타크루즈 해변을 걷고 있는 주인공 가족들 뒤로 늘어선 그림자를 보여주는 버즈아이숏은 영화 전체에서도 가장 인상적입니다. 알지 못한 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갇힌 인물들을 목도하게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봅니다.

김대중 선생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