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3. 보석친구(寶石親舊)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13. 보석친구(寶石親舊)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11-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난 일요일은 야근이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고향 후배가 한턱을 낸다기에 대근(代勤)으로 바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주 살가운 고향 후배의 환갑 기념 점심내기인 때문이었다.

멀리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죽마고우도 나의 호출에 천안으로 내려왔다. 예약한 식당에 들어서니 흡사 상견례 음식인 양 코스요리가 걸판지게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입이 헤벌쩍 벌어진 친구들은 술을 물 마시듯 했다.

술자리에선 다소 이른 감이 없진 않았지만 벌써 송년회 분위기까지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올해 다들 열심히 사느라 고생했다. 우리 모두 건배하자. 그리고 내년엔 더 열심히 뛰자꾸나!"

이어 각자 올해의 '결산'을 시작했다.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우선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준 아우님 00에게 감사부터 드립니다. 저는 올해 1월, 외손녀에 이어 지난 8월엔 친손자까지 봤습니다. 두 번 째 책도 발간했기에 나름 후회 없는 삶을 산 셈이라는 생각입니다. 내년엔 4권의 책을 발간하여 강사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고향 친구들의 불변한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박수갈채까지 받으니 술은 꿀맛으로 더욱 꿀꺽꿀꺽 잘도 넘어갔다. 한데 이틈을 공략(?)한 친구가 있었다. "경석이는 올해가 '성공년도'라고 하니 2차 내야겠다."

하는 수 없었다. 친구 여동생이 운영하는 식당 겸 노래방이 떠올랐다. 시간은 채 오후 3시밖에 안 되었지만, 또한 어제는 일요일이라서 쉬는 날이지만 동생은 기꺼이 문을 열겠다고 했다.

"고마워!" 그곳으로 이동한 친구들은 "오라버니~" 라며 친근하게 술까지 따라주는 그 여동생에게 반해 더욱 만취의 늪으로 함몰되었다. 친구가 천안역까지 태워다 준 덕분에 열차엔 올랐으나 어찌된 게 비몽사몽으로 하차해보니 조치원역이었다.

빌어먹을… 역무원에게 설명하곤 1시간 뒤에 출발하는 다른 열차를 타고 가까스로 대전에 도착했다. 귀가하자마자 정신없이 꿈나라로 직행했다. 오늘 새벽, 타는 목마름에 눈을 떴다.

보리차를 한 컵 마시고 보니 카카오톡 문자가 많이 쌓여있었다. 죽마고우들이 보낸 글이 압도적이었다.

"덕분에 잘 먹고 잘 놀아서 고마웠네", "늘 건강하고 좋은 책 많이 내길 응원하네", "손자 손녀 응석 받으면서 백년까지 잘 살게나." 하나 같이 넉넉한 덕담이어서 흐뭇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 거야 /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 자네와 난 좋은 친구야~" 진시몬의 '보석 같은 친구'다. 같은 동네서 태어난 우리 베이비부머 59년생 친구들...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십리도 더 되는 국민학교를 함께 걸어 다녔던 지기들이다.

여름철 하굣길엔 웅덩이에서 멱을 감았고, 겨울엔 썰매를 타다 얼음이 깨져 혼비백산하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저렇게 우정을 쌓아온 지 어언 60년이다. 세월이 빠르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이지 이처럼 전광석화(電光石火)일 줄은 정말 몰랐다!

경찰관이 잣대를 들고 다니며 장발을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즈음엔 나도 대부분의 여자들처럼 어깨까지 치렁치렁 머리칼이 내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배우 이덕화 씨가 광고하는 가발에 한눈을 팔 정도로 머리카락을 세월에 강탈당했다.

진시몬의 노래가 이어진다. = "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좋은 친구야~"

보석(寶石)과 친구(親舊)는 돼지고기에 새우젓처럼 찰떡궁합이다. 올 한 해 여러 가지로 곤란을 겪은 친구가 있었다.

일이 안 되어 빚이 늘어난 친구도, 건강이 안 좋아 고생한 친구도 내년엔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였으면 좋겠다. "친구들아, 앞으로도 우리 사는 날까지 꼭 같이 가세나!"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사자성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2.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3.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 "수도권 충당 위한 충남 내 송전탑 추가 건설, 결사반대"
  4. 대전중수청 이전 이제부터가 관건… 내년 ‘신청사 예산’ 확보해야
  5. 반복되는 대전 산업현장 추락사...현장 안전관리 '경고등'
  1.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2. 충남신보, 천안-아산 소상공인에 특례보증 지원
  3. KAIST 배충식 신임총장 "과학기술 심장에서 국가 균형 성장의 핵심 역할"
  4. 대전시 "선도지구 2차 선정 공모 또는 제안 방식으로"… 두 방식 차이점은?
  5. 대전 선도지구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헤드라인 뉴스


"대출 안되면 이사 어떻게 가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 밤잠 설친다

"대출 안되면 이사 어떻게 가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 밤잠 설친다

#1. 대전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직장인 박 모(48) 씨는 다가오는 대출 잔금일에 밤잠을 설친다.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고 받은 목돈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은행권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매매에 애를 먹고 있다.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줄여나가자 기존 주택 매도가 기한 없이 미뤄졌고, 첫 단추부터 어긋나자 입주할 아파트 잔금 대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아 매수 문의도 뜸한데, 당장 이사 가려는 아파트 잔금 대출도 은행마다 한도가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숨을..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가 11일 민선 8기 시절 신교통수단으로 검토됐으나 수입대행사 납품 문제에 발목 잡힌 3칸 굴절버스 도입을 백지화 했다. 허태정 시장이 이날 시청에서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업체 계약 해지를 절차를 밟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시범사업을 위해 업체에 선급금 72억이 지급 됐지만, 계약한 3대 중 2대가 기한 내 납품이 이뤄지지 못한 데다 1대 역시 차량 소유권 이전 문제에 운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허 시장은 "계약 해지와 예산 손실 규모,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철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라"..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어린 아이부터 성인 그리고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인사들까지 모두가 인서울(In-Seoul)을 바라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권 공화국의 철옹성은 이재명 정부 들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인가. 빛바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지방분권 가치가 새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모토 아래 새로이 발현될 수 있을까. 2029년 8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과 청와대를 벗어난 집무 약속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그간의 과정과 흐름, 대통령 발언들을 놓고 보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