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지금껏 마시고 있으니 참으로 오랜 세월이자 인연이다. 술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과서로 통한다.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빠르게 친해진다.
한국인의 특징이랄 수 있는 '호구조사' 뒤엔 금세 형님 동생으로 돌변한다. 반면 술이 길어지고 급기야 술에 먹혀서 정신까지 잃을 정도라고 한다면 금주해야 옳다. 술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쉬는 날에 술을 마시고 듣는 대중가요 콜라텍 음악은 나만의 즐거움이다. 이 장르는 템포가 빨라서 춤까지 덩실덩실 요구한다. 아들과 딸이 명문대에 합격했을 때, 손녀와 손자를 보고 난 뒤에도 집에서 혼자 미친놈처럼 춤사위를 뽐냈다(?).
술의 역사는 기원전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포도주를 빚으면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지금도 이슬람 국가에서는 금주가 생활화되어 있다. 금주법(禁酒法)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금주법은 1919년 미국에서 통과되어 이듬해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이 법을 추진한 세력은 보수주의자들이었다. 초기에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부족한 곡물의 전용(轉用)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 금주법이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 움직임에 편승한 운동의 추진력은 이내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즉 급격한 도시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농민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노동자들의 음주와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산업자본가들까지 금주법에 환호했다.
더 나아가서는 반이민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들까지 합세하는 형세로 확대되었다. 게다가 적대국 독일에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독일인들이 주도하던 맥주산업을 고사시키는 금주법에 절대적인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술의 합법적 생산이 금지되면서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술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짜 술을 만드는 움직임이 확산되었고, 그 과정에서 저질 술을 마시다가 건강을 잃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람까지 속출했다. 이에 편승하여 알 카포네(1899~1947)는 스무 살에 시카고 갱단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곤 매춘과 밀주, 도박장 등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1927년에는 1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축적했다고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통령에 출마한 루스벨트는 금주법의 폐지를 공약했다.
1932년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1933년 이 법의 폐지안에 서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엔 금주령에 대한 언급이 129번이나 나오는데 사실 금주령은 태조부터 고종까지 지속적으로 행해졌다.
조선의 최장수 임금이었던 영조 역시 '금주령'을 실천한 군주였다. 영조 집권기에 병마절도사 윤구연(尹九淵)의 집에서 술 단지가 발견됐다. 그러자 영조는 윤구연을 바로 사형에 처하라 명했다.
이쯤 되면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아니라 '읍참구연'이 되는 셈이다. 그처럼 술을 강제한 임금이었지만 영조의 금주령은 정조(1752~1800) 때 거의 다 해제되었다.
정조는 술을 무척이나 좋아해 신하들이 만취하지 않으면 집에 돌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앗~ 진짜 멋진 임금님!!^^)
최근 저녁에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야근으로 인해 술을 마실 수 없었다.
참석하여 달랑 밥만 먹고 서둘러 귀사했다.
며칠전에는 또 모 언론사의 간부진 회동이 있었지만 일부러 가지 않았다. 만남의 장소가 일식집이었기에 근사한(!) 회와 각종의 만찬은 기본옵션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도 근무로 인해 술은 마실 수 없었기에 아예 불참을 선언했던 것이다. 다음 주엔 동창회에서 송년회를 한다. 그 역시 근무와 맞물린 까닭에 갈 수 없다.
술을 마셔야 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마실 수 없는 고통은 주당은 익히 아는 상식이다.
하여간 휴주근금(休酒勤禁), 그러니까 쉬는 날에는 음주를 즐기되 근무하는 날에는 반드시 금주한다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철칙이다.
이런 원칙을 충실히 따랐기에 지금껏 '안 잘리고' 근무하는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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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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