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7. 명동찬가(明洞讚歌)

  • 문화
  •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사자성어는 삶의 이음매] 27. 명동찬가(明洞讚歌)

  • 승인 2020-01-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온동네 떠나갈듯 울어 젖히는 소리 ~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 두리둥실 귀여운 아기 하얀 그 얼굴이 ~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 모습이란다 ~"

1978년에 발표된 [가람과 뫼]의 '생일'이란 가요다. 생일(生日)은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며,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해마다의 그날이다. 따라서 이날은 소중하다.

아기가 태어나 온동네 떠나갈듯 울어 젖히면 동네 사람들은 일제히 반가움을 나타냈다. "김 씨가 이번에 세 번 째 아들을 낳았다며?" "맞어. 아들 부자됐네!"

"윗말 박 씨가 그제 낳은 아기는 딸이라지?" "그렇댜. 금지옥엽이라며 박 씨 마누라는 벌써부터 치맛바람조차 예사롭지 않더라고!"

과거엔 지금과 달리, 자녀가 많은 집은 단연 '이기는 집안'이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을 넘어 다다익승(多多益勝)인 시절이었다. 한마디로 자손이 많으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을 했음에도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가 없지 않다. 아예 결혼조차 안 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딸이 결혼하여 외손녀를 낳았다. 우리 집안에 최초로 득녀(得女)의 기쁨을 안겨준 것이다.

반가움은 이루 말할 나위조차 없었다. 내가 딸을 낳고 아빠가 되었을 당시의 환희가 떠오른다.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밥과 술을 사고 싶었으니까. 상대가 누구건 상관없었다.

그런 희열의 까닭은 딸이 우리 집안 최초의 딸인 때문이었다. 예전에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타고, 아들을 낳으면 버스 탄다'는 말이 있었다. 친정은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딸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면 부모는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었을 게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딸은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에게 잘 해주는데 반해, 아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말도 우리에겐 맞지 않는다. 아들 역시 여전히 '효자'인 때문이다.

얼마 전 아들이 호텔을 잡아줘서 하룻밤 투숙했다. 고급스런 침대와 펑펑 솟는 온수, 진수성찬의 오찬에 이르기까지 '만족+또 만족'이었다.

사위가 생일을 맞았다. 마침맞게 어찌어찌 서울 시내의 호텔 숙박권을 얻었다. 이를 딸에게 보냈다. 딸은 어제 제 남편, 외손녀와 동행하여 그 호텔에 투숙했다며 인증샷을 보내왔다.

"아빠, 고맙습니다! 호텔 방 너무 좋네요! 남산도 보이고요. 잘 묵고 갈 게요. 00(외손녀)도 잘 놀고 있어요. ㅋㅋ" 하룻밤 묵는 호텔의 위치가 서울의 한복판인 명동이라니 주변 구경도 잘 했겠지 싶었다.

예전, 딸이 수능을 마친 뒤 모 의대에 원서를 냈다. 면접을 본다기에 따라나섰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의대였다. 딸이 그 대학 안으로 들어간 뒤 명동 성당 등 일대를 구경했다.

으리으리한 백화점과 멋들어진 건물들 일색이었다. 찻집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면서 '딸도 앞으론 이 커피처럼 럭셔리한 삶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지녔다.

그로부터 얼마 뒤 딸은 모 의대와 서울대에 중복 합격하는 낭보를 받았다. 결국 서울대를 선택했다. 명동(明洞)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있는 동(洞)이다. 지명부터 '밝을 명(明)'이어서인지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모두 얼굴 표정부터 보름달처럼 환하다.

명동은 여전히 한국의 금융 중심지이며 첨단 유행문화의 거리이기도 하다. 내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알고 있다. 그처럼 소문난 명동의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딸네 식구들이 새삼 정겨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어떤 직위에 있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어서 유명강사가 되어 강의를 마치고 나면 그 지역에서 가장 멋들어진 호텔에서 하루 자고 싶다.

생일을 맞으면 '해피버스투유'(Happy Birthday To You)를 외친다. '해피버스텔유'(Happy birthtel you)는 생일을 맞아 호텔(hotel)에서 묵는 이를 부러워하여 하는 말이다. 나의 작위적 명칭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작가-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2.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3.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 "수도권 충당 위한 충남 내 송전탑 추가 건설, 결사반대"
  4. 대전중수청 이전 이제부터가 관건… 내년 ‘신청사 예산’ 확보해야
  5. 반복되는 대전 산업현장 추락사...현장 안전관리 '경고등'
  1.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2. 충남신보, 천안-아산 소상공인에 특례보증 지원
  3. KAIST 배충식 신임총장 "과학기술 심장에서 국가 균형 성장의 핵심 역할"
  4. 대전시 "선도지구 2차 선정 공모 또는 제안 방식으로"… 두 방식 차이점은?
  5. 대전 선도지구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헤드라인 뉴스


"대출 안되면 이사 어떻게 가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 밤잠 설친다

"대출 안되면 이사 어떻게 가나" 새 아파트 입주자들 밤잠 설친다

#1. 대전의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직장인 박 모(48) 씨는 다가오는 대출 잔금일에 밤잠을 설친다.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고 받은 목돈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은행권이 앞다퉈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매매에 애를 먹고 있다.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줄여나가자 기존 주택 매도가 기한 없이 미뤄졌고, 첫 단추부터 어긋나자 입주할 아파트 잔금 대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나오지 않아 매수 문의도 뜸한데, 당장 이사 가려는 아파트 잔금 대출도 은행마다 한도가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숨을..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 3칸 굴절버스 도입 백지화…"업체 계약해지"

대전시가 11일 민선 8기 시절 신교통수단으로 검토됐으나 수입대행사 납품 문제에 발목 잡힌 3칸 굴절버스 도입을 백지화 했다. 허태정 시장이 이날 시청에서 주재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업체 계약 해지를 절차를 밟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시범사업을 위해 업체에 선급금 72억이 지급 됐지만, 계약한 3대 중 2대가 기한 내 납품이 이뤄지지 못한 데다 1대 역시 차량 소유권 이전 문제에 운행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허 시장은 "계약 해지와 예산 손실 규모,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철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라"..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이재명 정부, 정부세종청사 중심 '국정 운영' 연착륙 안되나

어린 아이부터 성인 그리고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인사들까지 모두가 인서울(In-Seoul)을 바라보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권 공화국의 철옹성은 이재명 정부 들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인가. 빛바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지방분권 가치가 새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모토 아래 새로이 발현될 수 있을까. 2029년 8월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과 청와대를 벗어난 집무 약속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그간의 과정과 흐름, 대통령 발언들을 놓고 보면, 새로운 시대의 도래란 희망을 갖게 한다. 이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폭염에 농작물도 피해

  •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중장년 재취업을 향한 열기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