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로컬푸드의 가치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로컬푸드의 가치

노황우 한밭대 교수

  • 승인 2020-12-20 08:01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노황우 교수
노황우 교수
코로나 19(COVID-19)의 장기화로 인해 해외여행이나 먼 거리로의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로컬(local)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스타일도 집주변에 머물게 되면서 우리가 사는 동네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거나 로컬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먹거리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됨에 따라 가정식을 먹는 횟수가 늘면서 주부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찾아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먼 거리를 가거나 사람들이 많은 대형마트를 가기보다는 집 근처 슈퍼나 재래시장에 가고 동네 음식점과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품의 이동 거리가 짧고, 더욱 안전하며, 공정한 로컬푸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최신 보고서 내용이다. 코로나 19 인해 해외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안전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로컬푸드의 가치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local food)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수산물로 국가 기준마다 다르지만,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수산 상품을 지칭한다. 생산지와 소비자 간 배송 거리 및 유통 단계를 줄여 식품의 신선도가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진다. 로컬푸드 매장을 이용하면 음식 재료가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판매가 다 된 농산물이나 특별하게 찾는 농산물을 주문하면 근처에 있는 농장은 바로 수확하여 가져다준다.



전국의 로컬푸드 매장도 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2012년 용진농협을 시작으로 2013년 20곳에 불과했으나 2019년 390곳, 올해 9월 말 435곳으로 늘어났다. 매출도 급증하여 전국의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은 9월 말 기준 34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8% 증가했다.

지자체도 농수축산인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시민에게는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최근에 로컬푸드 매장을 건립하고 로컬푸드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자체 로컬푸드 브랜드로는 대전광역시의 '한밭가득', 충청남도의 '파머스161', 강원도 강릉시의 '강릉잇다' 등이 있으나 활용과 운영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자체에서 로컬푸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로컬푸드가 '윤리적 소비'이기 때문이다.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따위를 구매할 때 윤리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로컬푸드는 인간이나 환경에 해를 끼치는 방법으로 생산되어서는 안 되며 공정한 거래로 생산자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소비자가 선택할 것이다.

윤리적 소비의 하나인 로컬푸드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으며 지역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학교급식으로 납품해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지역 농산물 판로개척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끌어낼 수 있으며 로컬푸드를 활용한 요리 교실, 가공식품 공장,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면 경력단절 여성이나 시니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식사 해결,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또한 로컬푸드 매장은 농수산물 외에 가공품, 공예품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판매장으로 확대되어 지역의 대표적인 유통시설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소비자들은 로컬푸드를 이해하고 신선함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농산물 안전성 확보 및 생산자 이력 관리를 통하여 입점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지와 생산자를 지역과 연계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깝다는 것은 많이 안다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지와 생산자를 잘 알 수 있도록 지역 연계성을 높이고 이를 충분히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로컬푸드가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먹거리 차원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새로운 유통경로로 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국가와 지자체, 국민의 관심과 가치의 재발견이 요구된다.

/노황우 한밭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3.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5.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1.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2.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3.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4. 세종시 빛축제, 시민 힘으로 다시 밝힌다
  5.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