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0강 유아무와(唯我無蛙)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0강 유아무와(唯我無蛙)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12-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50강 유아무와(唯我無蛙) : 나에게는 오직 개구리가 없다

글자 : 唯(오직 유)我(나 아/ 우리 아)無(없을 무)蛙(개구리 와)



비유 : 부정부패(不正腐敗)로 얼룩진 사회, 뒷거래에 의한 부정한 출세 등

몇 년 전부터인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膾炙)되었던 유아무와인생지한(唯我無蛙人生之恨/有我無蛙라고쓰기도함)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명확하지 않다. 혹 구전(口傳)을 통해 우리사회에 경종(警鐘)을 울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려 말 유명한 학자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圭報)가 여러 번 과거에 낙방을 하고 초야에 묻혀 살고 있었다. 명종 임금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히 민가를 발견하고 하룻밤 묵기를 청했지만 집주인(이규보)은 거절하면서 주막집 있는 곳을 알려주므로 임금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임금을 궁금하게 한 것은 그 집 대문에 붙어 있는 글이었다.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有我無蛙), '나는 오직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다/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도대체 개구리가 무엇일까? 임금은 개구리가 뜻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주막에 들려 밥을 한 그릇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외딴집 선비에 대해 물어 보았다. 주모는 "그가 과거에 낙방하고 마을에도 안 나오고 집안에서 책만 읽으면서 살아가는 양심이 바른 훌륭한 선비다"고 일러주었다. 이에 궁금증이 발동한 임금은 다시 그 선비의 집으로 가서 사정한 끝에 가까스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임금은 집 주인에게 '유아무와 인생지한'이란 글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집주인이 들려주는 말은 이렇다.

옛날,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한 숲에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노래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3일 후 백로(白鷺)를 심판관으로 하고 노래 시합을 하자"는 것이었다. 꾀꼬리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노래를 잘하기는커녕 목소리 자체도 듣기 싫은 까마귀가 나에게 노래 시합을 제의하다니, 하지만 꾀꼬리는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며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였다. 한편 시합을 하자고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안 하고 논두렁을 다니면서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갖다 주는 것이었다.

약속한 3일 되어 꾀꼬리와 까마귀는 노래 한 곡씩 부르고 심판관인 백로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심판관인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고사는 와이로(蛙利鷺)의 유래라는 설도 있다. '와이로(わいろ)'는 일본말이다. 타인에게 부정한 금품을 증여한다는 뜻을 가진 '회뢰(賄賂)'라는 한자어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이다]

이에 이규보 선생은 "아무리 학문을 열심히 해도 고관대작의 자녀이거나 뇌물로 뒷거래가 없으면 낙방할 수밖에 없기에 자신은 초야에 묻혀 살고 있노라"고 말했다.

명종은 이규보 선생의 학식과 고매한 인품에 감동하여, "사실은 자신도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현재 전국을 떠도는 신세라며, 한 달 후에 조정에서 임시과거시험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는 중이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궁궐에 돌아온 즉시 임시과거를 열 것을 명하여 전국에 방을 붙였다. 과거를 보는 날 이규보 선생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試題)가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이라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가 생각하고 있을 때, 이규보 선생은 답을 적어냄으로 장원급제하여 차후 유명한 학자로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까지 하였다.

이는 인재를 알아보는 임금의 혜안(慧眼)이 돋보이는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어두운 사회를 개탄하는 좋은 일례(一例)이기도하다.

어느 사회이건, 어떤 나라든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부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권력에 의한 부정은 작은 것 같지만 나라의 모든 질서를 흐트려 놓아 결국 망국(亡國)의 길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역사를 통해볼 때 인재 등용으로부터 국가운영 전반에 정의롭고 청렴함이 우선시 되었던 국가는 흥(興)하여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루었으나, 부정(不正)이 만연된 나라는 부패(腐敗)되어 결국 망(亡)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흔한 말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는 불공정한 사회를 풍자하는 말이기도 하다.

높은 곳에 있으면 위태로움을 생각해야 하고, 방에 들어와서는 신(神)이 볼 것을 생각해야 한다. (高居不可不念其危 入室不可不思其瞰/고거불가불념기위 입실불가불사기감)

윗물이 이미 흐리니 아랫물이 맑기 어렵다(上流已濁 下流難淸/상류이탁 하류난청)

어느 경우이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정의롭지 못한 나라에 불쌍한 사람들은 결국 힘없고 돈 없는 선(善/매우 착한)한 백성(국민)일 뿐인 것을…….

경자(庚子)년은 얼룩졌으니 이제 신축(辛丑)년을 기대해보자.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2. [박헌오의 시조 풍경-11] 다시 꺼내보는 4월의 序詩-불꽃은 언제나 젊게 타오른다
  3.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6년 4월3일 금요일
  4.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5.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1. 대전을지대병원, 환자와 보호자 위로하는 음악회 개최
  2.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3.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4.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5.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