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백건우와 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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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백건우와 윤정희

노덕일 대전중구문화원장

  • 승인 2021-08-11 19:49
  • 신문게재 2021-08-12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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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덕일 대전중구문화원장
백건우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다. 필자는 백건우와 인연이 있다. 1961년 6월 서울 명동에 있는 시공관에서 한국교향악단 창단 연주회(지휘 이남수)에 미국 유학을 앞두고 중학생으로 국민악파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작품 16 가단조를 협연하였다. 그때 필자는 창단 단원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천재 피아니스트 한동일(미국 줄리어드 음악교수역임)을 이을 미래의 대가라고 극찬했다. 일반적으로 중학생 정도면 음표, 박자, 운지법 정도를 중요시하며 음악적 감성까지 표현하기는 무리인데 백건우는 국민악파 언어정신이 깃든 감성까지 잘 표현했으니 극찬을 받은 것이다.

누가 백건우를 지도했을까 관심이 많았다. 필자는 그 후 백건우와 국민악파 음악가들도 사랑하게 되었다. 서곡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 필란드는 시벨리우스를 영원한 애국자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백건우가 연주했던 작곡가 '그리그'는 영원을 작곡한 노르웨이 벗이라고 국민들은 존경을 나타낸다. 그리그는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도시인 베르겐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베르겐은 그리그를 통해 풍요롭고 베르겐시 전체가 문화의 자산이 되어 관광지가 되었다. 음악의 힘이다. 백건우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줄리어드 음대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 중 또 스승을 잘 만났다. 일반적으로 세계 3대 콩쿠르라 하면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 바르사바에서 개최되는 쇼팽 코쿠르를 말하는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미국과 소련이 사사건건 대결을 펼치던 냉전시대인 1958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에서 피아노 부문 첫 우승자는 소련인이 아니고 미국의 밴 클라이번이었다. 이변이었다. 그럼 이 우승자를 누가 가르쳤을까? 이 스승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출신 "로지나 레빈" 줄리어드 음대 교수였다. 로지나 레빈은 한동일, 백건우도 가르쳤다. 백건우는 스승인 로지나 레빈을 "나를 자식처럼 대해주었고 곡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 내 정신상태 등 여러 가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내 연주와 연결 시켜 나에게 맞는 연주가 나오게끔 해주신 나의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백건우는 줄리어드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어 세계여러나라 여러도시로 연주여행을 다니던 중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여 그곳에서 활동하게된다. 1970년대 중반 영화배우 윤정희와 결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정희가 누군가. 1960~70년대 한국영화계의 별 중에 별이 아니였던가. 그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은 윤정희가 주연한 영화를 안본사람이 없을 만큼 대단한 스타였는데...

그럼 음악은 어떡하지? 언젠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스승에 대한 추억담이 있었다. 자기를 지도했던 갈라비언이라는 스승은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데 네가 음악을 계속하려면 결혼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힘들고 어려울때마다 인내하라" 라고 하면서 스승의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한적이 있다.



백건우는 결혼 후 음악이 더 성숙해졌다고 세계의 평자들은 말하였다. 백건우의 연주여행은 어느나라 어느도시이던지 꼭 윤정희와 동행했다. 윤정희는 백건우의 비서이며 아내이자 누님이요 어머니였다. 1990년대 중반쯤 고국연주회가 있었다. 구두며 연미복 등 백건우의 음악적 이외의 모든 것을 챙겨주기에 나의 음악은 아내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무대앞에 아내가 있으면 내 소리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이들 부부는 천생연분이었다. 결혼 시절 살림은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결혼식 때는 웨딩 드레스 대신 한복을, 신부화장도 직접했단다. 예물은 실반지 한 쌍이 전부였고 당시 재불화가 이응노선생 등 가까운 이들만 초대하여 식을 올렸는데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세계적 피아니스트와의 결혼식은 이렇게 조촐하고 소박했다고 했다.

여성으로서 아쉬움도 있었을 법한데도 가정부 한번 쓴일 없고 자동차도 없었다. 나는 백건우의 음악만 있으면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고국연주시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이렇게 행복한 나날들이었는데 얼마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윤정희가 몇 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 요양중인데 딸(바이올리니스트)도 못 알아볼 정도라고, 평소 백건우는 아내의 머리를 빗어주고 미장원에 가본지 오래일정도로 가정적이고 사랑꾼인데 백건우는 아내가 아프고 난 후부터 자기 피아노 소리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단 한번도 아내없는 삶을 상상해 본적 없다던 백건우, 앞서 말한 결혼후의 음악은 어떻게 변할까 물음의 답일지도 모른다.

백건우와 윤정희의 아픔이 하루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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