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문화人] 이정수 작가, '언더독'을 지향하는 세태소설가

  • 문화
  • 공연/전시

[문화in, 문화人] 이정수 작가, '언더독'을 지향하는 세태소설가

지난해 제2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노동,인권,가난을 소재로 작품 활동

  • 승인 2021-08-19 15:21
  • 수정 2021-08-26 18:08
  • 신문게재 2021-08-20 10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10812_153653964
이정수 작가 모습

"제 작품은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일상 속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 작가 이정수(31) 씨는 자칭 '언더독(Underdog, 싸움에서 진 개를 부르는 명칭으로 '패배자, 약자'란 뜻이다.)'을 지향하는 세태소설가다. 노동, 인권, 가난을 소재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는다. 그렇다고 거창한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디스토피아를 보여줄 뿐이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문제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

 

 


지난해 제28회 전태일문학상에서 수상한 단편소설 '어금니'는 이 같은 이 작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은 비닐공장 생산직 노동자다. 고된 노동으로 신체의 고통을 느끼고 있지만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꽉 물고 참을 뿐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 씨가 노동인권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의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서 기인한다. 육체노동자였던 부모님을 통해 어릴 적부터 육체노동이 가져오는 고통,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어금니는 그가 공장에 다녔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그는 "산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쉬쉬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야기로 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캐릭터를 만들 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을 그려낸다. 우리 주변에 아이어맨이나 캡틴 아메리카가 없듯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군상을 잘게 나누고 각각 인물들의 특정한 면을 부각시켜 하나의 인물로 설정한다.

그렇기에 이 씨의 소설에선 악역을 심판하는 권선징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금니에선 동료의 산재 사고에 침묵하고 외면하는 노동자들이 나름의 악역으로 나온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악인이라 단정 짓지 않는다. '생존의 위협 앞에서 과연 도덕을 행할 수 있을까'란 의문 때문이다.

그는 "그에 대한 행동이 악의 평범성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들의 생존 수단일 수도 있다"며 "적어도 침묵하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문제라는걸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정도만 말해줄 뿐"이라고 했다.

카뮈와 하이데거를 좋아하는 그는 한 때 실존주의 철학에 심취했었다. 지금도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주고 있는 사상이다. 이 씨는 인간의 주체성, 삶의 주체의식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KakaoTalk_20210812_153655027
5월에 노동절 기념으로 아신극장 2관에서 어금니 리빙시어터를 진행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가시고기'로 읽고 소설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성인이 돼서도 늘 무언가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던 그는 어느 날 천명관 작가의 '고래'라는 소설에 매료돼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문체와 표현하는 방법, 그다음에 인물을 설명하는 방법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 이런 것들이 기존의 어떤 고리타분 거에서 완전히 벗어난 작품이었다"며 "천명관 작가님의 소설을 계속 보고 있고 아직도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명 작가가 자기 이름으로 책을 출판하기 힘든 세상이다. 출판사나 신춘문예를 거치지 않고는 전업 작가로서 책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 씨 또한 중편소설 '섬' 이후로 작품집을 간간히 냈을 뿐 그동안 본인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출판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내는 게 이제부터 시작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한편 이 씨는 '알고리즘'이라는 유튜브를 소재로 한 희곡작품을 오는 8월 29일 제9회 대전청년유니브연극제를 통해 선보인다. 유튜브, 젠더갈등, 사회적불평등 등 mz세대의 갈등요소들을 담은 작품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대기업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세종시는 소외되나
  2.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투자 공식화…"그룹 차원 충청 140조 투자"
  3. '소통' 약속한 오석진…교육공무직 요구안 어디까지 수용할까
  4. 대전권 4년제 기회균형선발 격차… 대전대 전국 평균 웃돌아
  5. 대전경찰청 간부, 여경 모욕·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수사중
  1.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고에 시민사회단체 "우주·방산 재검토 해야"
  2. 12년 대전교육 마무리한 설동호 교육감… "교육 향한 마음은 계속"
  3. 대전시, 민선 9기 온통대전 위한 숨고르기
  4. '탄소중립 권위자' 배충식 교수, KAIST 새 총장 맡는다
  5. 내달부터 지하철에 리튬배터리 구동 탈 것과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제한

헤드라인 뉴스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충청의 미래를 이끌어갈 민선 9기 지방정부(세종시 5기)가 7월 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발맞춰 여당 출신 단체장들이 충청홀대론 극복과 지역 발전 견인은 물론 위기의 재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취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은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민선 9기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우리 모두의 대전'에는 시민이 시정의..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 후속 행사로, 정책 방향을 재차 설명하고 세부적인 계획도 부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0일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 이어 오늘부터 세 차례, 주요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국민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이날 오후 전남광주특별시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삼성전자와 SK 하이..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책은 여전히 이전 환경에 머물러 있어 종사자들은 생존에까지 위협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4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후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