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 동백이도 울고 갈 그림같은 풍경, 충남 보령 충청수영성

[거기 그곳] 동백이도 울고 갈 그림같은 풍경, 충남 보령 충청수영성

공효진과 강하늘의 '아찔한 로맨스'
짧지만 강렬한 노을씬 숨겨진 장소
'충청 수군 지휘부' 기개 접어두고
아름다운 풍경과 이야기로 제2막

  • 승인 2021-09-18 05:00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거기 그곳

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캡쳐다시
충남 보령시 충청수영성에서 촬영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장면 캡쳐.
2019년 가을, 나를 울고 웃게 한 드라마 있었으니 이름하여 KBS2에서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이다. 박복한 동백이(공효진)를 향한 용식이(강하늘)의 순박하면서도 저돌적인 사랑이 여타 드라마 속 세련된 실장님과의 '밀당'보다 가슴에 팍 꽂혔나보다. 드라마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위해 술집을 운영하는 동백이와 항상 '잘한다', '최고다' 응원하는 순경 용식이의 러브라인에 연쇄 살인마 '까불이'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까지 버무렸다.



"동백씨~ 지는 유, 동백씨가 이 세상에서 제일루 멋진 것 같애유~" 용식이의 구수한 사투리처럼 드라마 속 '옹산'이라는 마을 배경 또한 정감가고 토속적이다. 사실 옹산은 드라마 속 가상의 지역인 까닭에 실제 촬영지인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명소로 부상했다.

동백이의 집과 가게 '까멜리아', 골목 청과 등 주 촬영은 포항에서 많이 이뤄졌다지만 충남 보령시 충청수영성에서 촬영된 씬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다를 감싸 안은 산과 붉게 내리쬐는 석양, 보석처럼 빛나는 물결…. 사랑에 눈먼 용식이가 동백이를 따라가며 꽁냥꽁냥 투닥거리던 그 곳. 해질녘의 충청수영성은 비할 데 없이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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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정을 중심으로 한 충청수영성의 풍경. /사진 출처=보령시 홈페이지

▲보령 수호하는 옛 해안방어 요충지=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리에 위치한 충청수영성은 1510년 서해에서 들어오는 적들을 감시하고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해안방어 요충지였다.

조선 초기에 설치돼 충청지역의 수군 지휘부 역할을 했지만 1896년 폐영,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의 건물이 다 해체돼 지금은 복원한 건물과 성곽 일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쌓여가는 시간만큼이나 수영성의 옛 영화는 흐릿해져가지만 그 역사적 가치는 인정받아 지난 2009년 사적 제501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기록에 따르면 조선 초기 충청수영성과 그 산하 속진에 배속된 군선이 142척, 수군은 8414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규모가 꽤 컸을거라 짐작할 수 있다. 해변의 구릉을 정점으로 쌓은 수영성은 바다를 내다보고 적들을 감시하기에 지리적으로 탁월한 환경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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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수영성의 입구를 지키는 아치형 망화문. 사진 출처=보령시 홈페이지
본래 진남문, 만경문, 한사문, 망화문까지 4개의 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져 서쪽 망화문터의 아치형 석문만 남아있다. 돌계단을 올라 마주하는 망화문은 모진 세월과 바람을 인고한 듯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반겨준다. 네모 반듯한 투박한 돌덩이들이 듬성듬성 포개져있는 모습이 왠지 공허하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과거로의 시간을 관통하듯 망화문을 통과해 걷다보면 오래된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이 진휼청이다. 진휼청은 관내 빈민구제를 담당하던 곳으로 문화재자료 제412호로 지정돼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수영이 폐영된 후 민가에 팔렸다가 보령시가 1994년 재매입해서 복원했다고 한다.

진휼청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충청수영성의 성곽 길이는 총 1650m에 달하며, 높이는 3~4m로 꽤 가파른 편이다.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하며 성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언덕 위에 아름다운 건물은 만날 수 있는데 이 건물이 바로 충청수영성을 대표하는 영보정이다.

영보정은 '영원히 보전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1504년 수사 이량에 의해 창건 돼 7차례나 보수를 거쳤고 1878년 화재로 소실된 이후 137년만에 보령시에서 다시 복원했다. 과거 우리나라 최고 절경의 정자로 손꼽혔던 영보정답게 곡선의 미를 자랑하는 기와와 그것을 떠받친 올곧은 기둥 모습은 수차례 복원을 거쳤다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고 튼튼해 보인다.

바다를 향해 시원하게 뚫린 영보정의 수려한 경관을 보러 과거에도 많은 이들이 찾았다고 전해지는데, 다산 정약용도 "세상에서 호수, 방위, 정자, 누각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영보정을 으뜸으로 꼽는다"라고 칭송했다.

장교청과 삼문
오천항과 어우러진 장교청과 삼문. 사진 출처=보령시 홈페이지
영보정을 지나 국도를 건너면 수군절도사의 집무실이었던 공해관의 출입문으로 사용한 삼문이 나온다. 삼문 뒤 계단을 오르면 수영의 관리들이 의견을 나누던 장교청을 볼 수 있다. 곱디 고운 핑크빛 외관의 장교청을 지나 또 다시 언덕을 오르면 아름다운 오천항이 한눈에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바다, 그 위에 장난감처럼 보이는 배들이 정겹다. "스트레스는 여기서 날려버려" 속삭이는 듯한 상쾌한 바람에 어느새 맺힌 땀방울도 말라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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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충청수영성. 사진 출처=보령시 홈페이지
찬란한 노을로 물들었던 충청수영성은 해가 진 후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빼곡이 수놓아진 별들은 연인은 물론 같이 찾은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만큼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천문대인가 착각마저 든다.

▲오천항 싱싱한 해산물, 입도 즐거워=충청수영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오천항은 조선시대 초부터 충청수군절도사영이 설치된 군항이었으며 백제시대엔 화이포라는 항구로 이용됐다.

과거엔 보령 북부권의 주요 교통지로, 말 그대로 삶과 생활의 중심지였다. '보령 북부권의 모든 길은 오천과 통한다'다는 말을 증명하듯 실제로 주포, 주교, 청소 등 오천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세갈래나 된다.

장교청
오천항과 충청수영성. 사진 출처=보령시 홈페이지
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해 방파제 등 별도의 피항시설이 필요 없을만큼 자연적 조건이 좋은 곳이라 하니 또 달리 보인다. 원산도와 안면도 등 섬들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선착장엔 어선들이 그림처럼 정박해있다.

천수만 일대의 주요 어항 중 한 곳인 오천항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서해바다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을 맛 볼 수 있어 즐겨 찾는 낚시객 또한 많다.

오천항
오천항 풍경. 사진 출처=보령시 홈페이지
오천항에선 선어류, 소라, 개조개 등 많은 어류가 잡히는데 특히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키조개가 유명해 매년 축제까지 열린단다. 잠수기어업으로 채위하는 오천항의 키조개가 대한민국 전체 생산량의 무려 60~70% 가량을 차지한다니 알 만하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홍합 역시 빠지면 섭하다. 항구에서 수산물로 배를 채우고 인근 오천항전망대에 들러 천수만 일대까지 둘러보면 더 흐뭇하게 돌아올 수 있다.

올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충청수영성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건 어떨까. 소중한 추억을 나누며 아름다운 낙조와 싱싱한 해산물까지 덤으로 즐긴다면 금상첨화다. 말도 살찐다는 계절이 아닌가.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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