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속으로⑧] 천안 쓰레기봉투 살인사건

[그날의 기억속으로⑧] 천안 쓰레기봉투 살인사건

시신 감싼 헌옷들 중국제품, 발견된 지역도 '평택' 근접

  • 승인 2021-10-05 00:41
  • 수정 2021-10-05 18:51
  • 신문게재 2021-10-05 5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그날의기억속으로

2006년 1월 10일 오전 9시 20분께. 파지를 주워 파는 A 씨는 헌 옷이 잔뜩 들어있는 50ℓ 쓰레기봉투를 발견한다. 종이보다 값이 나가는 헌 옷을 본 기쁨도 잠시. 쓰레기봉투를 풀어본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목과 다리 등 관절 부분이 잘려 7부분으로 토막 난 시체가 헌 옷에 감싸져 있었다. A 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정작 지문이 있을법한 팔과 몸통이 없었다. 쓰레기적치장도 샅샅이 뒤졌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시신은 국과수로 보내졌다. 부검이 시작됐다. 사망 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됐다. 피해자 연령은 50대 중후반으로 키는 150~155cm, 통통한 체형으로 추정됐다.

특이한 건 시신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는 점이었다. 일반인이 했다고 하기엔 절단 부위가 예리한 흉기로 잘려나갔다. 경찰은 도축을 전문으로하는 정형사 또는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흰색 쓰레기 봉투에 담긴 점 등에 초점을 맞추고 인근 정육점과 쓰레기봉투 판매상 등을 상대로 한 탐문수사를 벌였다. 또 미귀가자 신고 명단과 대조작업을 벌였지만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치과 치료를 받은 흔적이 있는 점을 주목했다. 피해자는 위 앞니와 왼쪽 아래 어금니 3개를 발치한 뒤 보철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시신이 발견된 천안 지역에 위치한 치과에서 10만건 이상의 치과 진료기록을 분석했다. 또 치기공 기술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시신의 또 다른 특징은 앞니가 V자 형으로 홈이 있다는 점이었다. 어릴 적부터 해바라기씨를 자주 까먹어서 생긴 식습관으로 생기는 특징이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피해자는 중국인이거나 조선족일 가능성이 컸다. 또 시신을 감싸고 있던 헌옷 11점에 대한 조사 결과 대부분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중국제품이었고, 중국 내에서 생산·유통되는 옷들이었다. 경찰은 정황상 피해자가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이나 조선족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발견된 지역은 지리상 평택과 가까워 중국인 등의 입국이 잦은 곳이었다. 인근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많은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경찰은 시신의 사진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계란형 얼굴에 쌍까풀 없는 갸름한 눈, 넓은 이마, 도출된 입과 미간 사이 옅은 점 등이 특징이었다. 전단지를 제작한 경찰은 천안과 아산, 평택, 안성 등 5만여장을 배포했다. 사건 7개월 후 서울 성동구 중량하수처리장에서 팔과 몸통이 들어있는 시체가 발견됐으나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사건은 미궁 속에 빠졌고 피해자는 무연고자로 분류돼 천안 동남구의 무연고 묘지에 잠들어 있다. 경찰은 15년 전 숨진 이 여성의 억울함을 풀고자 현재도 이 사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적극적인 제보와 관심이 필요하다. <제보 전화 041-336-2672>


내포=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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