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연극 속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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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연극 속의 '배우'

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 승인 2022-03-02 16:26
  • 수정 2022-03-02 17:26
  • 신문게재 2022-03-03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서경동
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지난해에 하반기 프로젝트로 여성 1인극을 기획했고, 겨울 동안 조심스럽게 연습을 진행하고 공연을 올렸다. 공연은 '장 콕토'의 희곡 작품인 '목소리'다.

5년 동안 사랑한 남자가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의 심리를 '전화'라는 매개체로 불안정한 전화를 통한 감정의 다양한 변화와 집착, 욕망에서 개인의 가치적 혼란에 무너져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딩과 분석에서부터 배우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이 주는 난해함과 여자의 헌신적 사랑, 그 헌신에서 비롯된 집착을 이해하고 표현하기가 어린 나이의 배우들은 감당하기 힘들 수 있었다. 내면이 가치의 혼란으로 무너져 버리는 인간을 창조하는 작업은 어쩌면 살면서 경험하지 못 하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연극은 배우 예술이고, 배우가 없는 연극은 존재하지 못한다.

'배우'란 어원은 BC 6∼BC 5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비롯되었다. 당시는 히포크리테스(hypokrites)라고 했는데, 이것은 '대답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연극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하고 연기를 하는 사람. 희곡에 나오는 인물의 역을 맡아 무대에서 표정·몸짓 등의 동작과 대사로 극적 행위를 해 보이는 사람으로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직업이다. 내 주변의 연극인들은 배우라는 직업을 위해 많은 시간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성장을 쌓아 올리는 분들이 많다.

대전에서 배우로 30년째 활동하고 있는 선배님은 "첫 시작은 재미있었고 내게 가장 지루하지 않은 놀이여서 버텼어. 할 때마다 활력도 생겼고 부딪쳐도 다시 다음 작품을 생각하면 또 에너지가 생겼지. 역할을 창조할 때도 연출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제일 먼저 알아봐. 그리고 내가 맡은 역이 이 극에서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다른 배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내 캐릭터의 클라이맥스가 어딘가를 고민하며 극 속에 어우러지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해. 공연이 끝나면 내가 아닌 동료 사람이 남더라. 힘들지만 그게 좋더라고. 지금은… 참 많은 것들이 달라진 듯해. 그냥 재밌어서 시작한 연극이 정말 어지러워졌어. 답을 알지만 모르는척할 수도 있고, 이 뜨거운 감자가 내가 먹고 싶은 감자인지 고구마인지도 모르고 들고 있지. 이제 책임감이 되어버리고 무대에 서기 직전 미친 듯이 두렵고 떨리고 겁이 나."

30년을 하신 일인데 늘 고민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절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선배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 않는다. "배우란 직업은 아직도 나에게는 꿈이야"라고 말한다.

나와 이번 작품 '목소리'를 함께 한, 이제 시작하는 어린 배우들 또한 처음 시작했을 땐 그냥 재밌고 즐거웠겠지만,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그렇지만 매 작품 성장하는 배우, 나의 길을 묵묵히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배우는 기적 같은 직업이다. 위대하다.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배역을 이해하고 소화하려는 몸부림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지난해 '오징어게임'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받은 연극배우 오영수는 60년 가까이 연극무대를 지켜 온 분이다. 그분이 무대를 지켜 온 신념은 수많은 배우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상을 받고 그가 찾은 곳은 스크린도 브라운관도 아닌 무대였다.

연극배우가 돈을 따졌던가? 예술인들이 중점을 두는 가치가 돈이라는 이윤창출 하나에 국한됐다면 버티지 못할 직업이다.

빛을 따라가는 나의 선배, 나의 동료, 나의 동지들… 어려운 시기를 버티며 생으로 마시는 소주처럼 목구멍이 타는 무대와 공연장에서 예술을 하는 모든 연극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임인년에 접어들고 어느새 꽃 피는 계절이 왔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 향기가 부는지 바람 또한 차갑지 않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마음이 포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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