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재개발지역의 기록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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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재개발지역의 기록작업

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

  • 승인 2022-08-17 14:47
  • 신문게재 2022-08-18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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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
최근 대전에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1970~80년대 조성된 오래된 주택단지들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데, 주택들이 노후화되고 도로가 좁고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열악하여 기존 건물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아파트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물들뿐만 아니라 도로나 골목길 등 마을을 이루고 있던 흔적들 또한 모두 다 사라지고 있다.

대전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몇 년 동안 일정규모 이상의 재개발·재건축 사업대상지는 지표조사를 시행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그 마을을 이루고 있던 건축물과 골목길, 민속, 마을의 스토리 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잊히기 전에 기록을 해두기 위한 목적이었다.

2005년 봉산지구, 대신지구, 구성지구, 2006년 서남부권(도안지구), 낭월동, 2007년 선화1구역, 천동2구역, 금고동 제2 매립장, 용운동 수영장, 유천3구역, 복수1구역, 성남1구역, 2009년 대신2지구 등 상당히 많은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가 진행되었다. 이후 한동안 재개발·재건축지역에 대한 지표조사가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에 선화B구역과 목동4구역을 대상으로 지표조사와 비슷한 성격의 기록화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2020년 중앙1구역, 삼성4·5구역, 2021년 정동과 원동의 근대문화유산을 기록하였고, 2022년에는 은행1구역의 기록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기록화 사업에서는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 도시, 기록으로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서의 기록을 진행하고 있다.

기록의 세부내용을 보면 건축과 경관, 역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 건축 분야로는 건축물의 사진기록과 도면작성 그리고 주요 건축물에 대해서는 모형으로 제작하기도 하며, 경관 분야로는 점포들의 간판, 전신주, 주택들의 대문 및 담장, 보도블록, 맨홀 등 그 지역의 경관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에 대한 사진 및 영상기록, 역사 분야로는 그 지역의 형성과정과 역사적 배경,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에 대한 조사와 사진, 영상, 지도, 도서, 신문기사 등 각종 기록물의 수집 등 매우 포괄적인 범위와 대상으로 마을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수집된 다양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미술, 음악, 무용 등의 예술인들과 연계해 공연과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기록화 사업들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화 작업의 대상이 되는 건축·경관·역사는 사람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 지역만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시대적 시간대에 따라 필요에 의해 건축물이 지어지며 공간이 채워지고, 그 안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쓰임을 다하면 다른 용도로 바뀌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이 곧 그 지역의 역사이고 문화이며, 건축·경관·역사는 그 지역을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인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대부분은 기록화 작업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록화 작업이 진행되더라도 그 결과물은 일회성의 전시가 끝나면 더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결과물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는 없을까. 몇 년 전 '대전기록원' 건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기록화 결과물과 그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기록원을 건립하자는 취지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고 필요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마을의 모습들을 한곳에 모으고, 누구든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대전기록원'이 빠른 시일 내에 건립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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