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청주시청사 보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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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청주시청사 보존 논란

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

  • 승인 2022-10-12 14:44
  • 신문게재 2022-10-13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희준=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수정본
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
최근 청주에서는 근대화 시기인 1960년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의 작품으로 지역성과 건축적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청주시청사 본관'을 보존할 것이냐 철거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청주시의 정책 바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민선 6기와 7기에 문화재청·청주시·시민(단체) 등이 오랜 시간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청주시청사 본관에 대한 존치를 결정하였고, 또한 전국 최초로 국제현상 공모를 통해 새로운 시청사의 윤곽도 결정된 상태다.

그런데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일본식 건축양식을 모방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이미 약속되었던 청주시청사 본관 존치 결정을 번복하고, 본관 건물을 현 위치에서 철거하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보존하는 흔적 남기기를 하겠다고 공표하여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똑같지는 않지만, 과거 대전에서 일어났던 비슷한 일들이 생각났다.



2012년 모 국회의원 후보자가 '옛 충남도청사 본관'을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로 규정하고 '철거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공약을 발표하여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산 적이 있었다. 그런데 2년 뒤 출마한 시장선거에서는 '구 충남도청사 본관' 철거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지금까지도 일부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왜 아직도 이런 비슷한 논란들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것일까.

대전 원도심에는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근대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옛 충남도청사 본관'과 도지사와 국장급들이 살았던 '도지사공관 및 관사촌'을 비롯해 식민지 경제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었던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과 '조선식산은행 대전지점', 일본인 여학교로 건립되었던 '대전여중 강당', 일본인 철도종사자들이 살던 '소제동 철도관사촌', 부유층 일본인 주택 등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이 근대건축물들은 청주시의 논리대로라면 모두 다 철거해야 하는 것들이다.

'근대(近代)'는 '전통시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적 역할을 했던 시기로서 근대건축물들은 당대의 '역사'와 '문화'와 '기술'이 반영되어 형성된 결과물들이다. 이 근대건축물들은 이 땅의 지나온 역사를 증거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잘 보존하여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근대기의 건축물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과 같은 '시대적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 시대의 건축물들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곧 아픈 역사와 잔혹성을 후세에 전하고 가슴 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훈을 삼기 위한 '시대적 증거물'로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랑스러운 역사가 아니라고 해서 그 시대의 건축물들을 다 철거한다면 '시대적 증거물'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철거보다는 새로운 기능을 입혀 그 도시의 역사관이나 시민을 위한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에도 옛 충남도청사 본관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옛 도지사공관과 관사촌은 '테미오래'라는 시민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건축물은 일단 철거가 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청주시청사 본관을 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철거해야 하는지, 아니면 오랫동안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결정한 사회적 합의 결과를 존중하며 청주시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하는 역사의 증거물로 보존해야 하는지 청주시의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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