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좋은 연출 나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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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좋은 연출 나쁜 연출

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 승인 2022-10-19 17:10
  • 신문게재 2022-10-20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서경동
서경동 극단 헤르메스 연출가
오늘은 연극의 연출가를 생각해 보려 한다. 얼마 전 끝난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 3월부터 애를 썼다. 작가를 만나기 전 대본이 나와야 했기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가며 관객에게 무엇을 던져 주고 싶은지… 꽤 긴 시간 구상했고 작가님을 만난 뒤 또 몇 달이 지나 대본이 완성됐다. 이후 공연팀을 꾸려 연습이 시작됐고, 그 과정은 험난하다. 사적으로 모두 친한 동료들이지만 연출가로서 함께하는 작업이기에 서로 치열하게 부딪히며 공연을 만들었다. 좋은 연출자는 무엇일까? 편하고 즐겁게만 할 수 있는 공연이 있을까? 작품을 만드는 좋은 연출은 무엇일까? 난 좋은 연출이었나? 나쁜 연출이었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연극의 기획과 제작 또, 연출이 나다. 내가 보여줄 작품 전체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동료가 연출은 '연기 디렉터'라든지 '예전에는 연출이 없었고 배우가 그 역할을 했다'라는 말을 한다. 맞는 얘기지만 사람들은 일부분만 이야기한다.

연출의 역사는 이렇다. 시대에 따라 극작가나 배우가 연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자기 작품을 스스로 연출하며 연기와 코러스, 때로는 음악과 안무도 담당했지만, 여러 오류와 문제점에 대한 총체적 관리와 책임을 담당하는 인물의 필요성이 생겨 연출은 탄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담당 기획자나 진행 혹은 연기 지도 등 매우 제한적이었던 역할을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현대의 연출가 개념으로 시작하였다.



중세극의 연출은 프롬프터를 수행하였다. 16~17세기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는 시인이었고 배우였으며 작가였다. 그들은 극장주로서 연극의 제작을 총괄하는 연출가 전통의 시작이다. 18~19세기의 낭만주의 연극은 감정을 표출하는 연극으로, 중심인물 위주의 스타성 배우가 출연하며 배우가 희곡 선정, 극단 운영, 배역 및 연습 과정까지 맡게 되었다.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에 걸쳐 사실주의 연극으로 실증의 삶을 재현하면서 스타 위주의 연기보단 통일된 미적 표현이 중요시되며 총체적으로 지휘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주의 연극은 상호 간의 앙상블과 인물 간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했고, 공연의 기술적 발전으로 무대 요소의 통일된 미학적 표현이 중요시되며 현대적 연출이 탄생했다. 러시아의 연출가는 연기론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후 연출가의 예술적 무대가 발전되며 고든 크레이그, 메이에르홀리드 등 연출의 절대적 권한을 강조하는 연출가들이 출현하며 무대연극이 배우뿐 아니라 무대예술로, 연출가 중심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연출가는 연극 예술 창작의 지휘자다. 기초 설계의 책임, 설계의 종합과 진행 등 연극 예술 창작의 지휘자로 목표를 제시하고, 희곡, 배우, 무대. 조명, 음향, 의상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설계하며 작품 해석, 작품 목표, 장면의 목표, 인물의 목표뿐 아니라 기획과 경영, 예산집행에 분리할 수 없는 연극 전반적 책임이 있다.

연출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다양한 만큼 연출가가 속한 단체의 성격과 작품의 성격도 연출가에 의해서 달라진다. 연출은 작품을 형상화하는 데 있어서 체험과 사상이 바탕이 되기에 다양한 삶의 체험과 다양한 사고는 연출가의 자양분이 되어 작품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된다.

요즘은 어떤 연출가가 작품을 만들었는지가 티켓에 영향을 주고, 연출가를 보고 공연을 선택도 한다. 연출가의 네임벨류가 커진 셈이다. 무대의 꽃은 배우인 건 틀림없다. 배우가 없으면 무대가 없다. 그럼 연출가는?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연출가가 없는 무대는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난 내가 연극의 연출을 맡는 그 마지막까지 나의 공연에 책임을 지기 위해 공부를 한다. 좋은 연출자란 세상에 존재할까? 작품을 위한 치열한 마음. 그 마음이 배우건 연출이건 스태프이건 갖춰야 할 자세일 것이다. 좋은 연출 나쁜 연출은 없다. 공연의 책임을 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연출이다. 좋은 공연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난 또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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