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문화예산 정교함 필요하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문화예산 정교함 필요하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2-11-02 13:53
  • 신문게재 2022-11-03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이희성교수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전국의 인구 10만 명당 문화예술 시설 수(균형발전 홈페이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제주는 20.6개소, 강원은 15.1개소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울과 경기는 각각 4.2개소, 4.3개소로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충청권은 대전 4.2개소, 충남 8.3개소, 세종 6.6 개소로 집계되어 충남은 6위, 대전은 12위, 세종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강원과 전남이 문화예술인프라 조성이 우수하고, 서울 경기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충청지역 역시 충남이 대전보다 문화예술인프라 조성이 우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착시현상이다.

또 다른 지표인 지역별 예술활동 건수를 보면 서울은 144.3건이나 전남은 67.7건에 머물고 있으며, 대전은 86.2건이고 충남은 52.4건으로 오히려 서울과 대전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시설 수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문화예술시설의 양적 기준이 아닌 시설을 활용하는 질적 기준 즉, 지역 문화예술창작과 시민들의 문화향유 등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창작·향유되는 예술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문화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앞서 언급한 대로 인구대비 시설 수가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단순히 문화예술 인프라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역 내에서 예술활동과 문화향유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예산정책의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도, 전라남도에서 이러한 사각지대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인으로 해당 도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정책의 보편적 문화복지와 문화 민주주의 실현의 부족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대전시 역시 서구에 문화 관련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시민들에게는 대전시가 문화예술 도시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덕구와 동구 등 원도심 지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동구와 중구는 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조차 없다.



중앙정부 예산 중 문화 및 관광예산의 비율은 2018년 4.9%, 2019년 4.8%로 나타나고 있으며, 문화예산 재원의 85.6%가 지방비로 지방비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자치단체장의 문화 관련 정책 의지에 따라 문화예산의 취약성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2021년도 대전시 문화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지역예술인과 단체의 직접지원인 창작지원 5%, 일자리지원 0.3%, 유통·매개 지원 9.1%로 나타났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향유 활동 지원 8.4%, 문화향유 인프라 구축 6.1%, 교육지원 2.8%, 생활예술지원 0.4%로 집계되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 등 기관(단체)운영지원 50.4%와 시설 건립(개보수)17.5%로 나타나 공공기관 운영과 시설 개보수(건립)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전시 문화예술예산 중 무려 67.9%가 문화시설과 문화예술 공공기관 운영비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문화향유와 민간예술가들이 지역에서 자립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해 대전시는 2023년도 문화예산 중 제2 시립도서관 직접건립을 위해 156억, 문화예술 출연기관 운영비에 317억을 책정하고 있다. 또한 민선8기 대표 공약인 0시 축제에 29억이 책정되었다. 최근 지방정부 예산에서 복지 분야의 경직성 지출 소요가 급증하면서 문화재정을 후 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어렵게 확보된 문화예산이 대부분 문화기반시설과 문화 관련 공공기관 운영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반면 민간보조금은 34억 책정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예산심의 과정을 남겨두고 확정된 예산이 아닌 만큼 책정된 예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많은 예산이 기반시설 확충이나 공공기관 운영비로 사용된다면 지역 문화예술 활동이나 지역 문화생태계 활성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문화예산의 증가가 곧 지역 문화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화예산이라도 운용능력에 따라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문화예술회관을 짓는다고 당장 시민의 문화복지 수준이 향상되거나 문화예술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시설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며,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는 얼마나 늘어나는가, 독자적인 존립은 가능한가 등이 철저히 고려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예산 확보는 실행 의지와 함께 예산사용 계획의 정교함이 필요할 때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