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류와 공존]현해탄 넘어 시민외교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

[한일교류와 공존]현해탄 넘어 시민외교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

2. 24년 교류 이어온 인연
1998년 한국강좌 수강생에서 시민운동 주체로
대전태생 10명 포함해 일본인 30명으로 시작
한일학생 상호 교환하며 꼭 가정서 홈스테이
순수 민간외교 지켜온 이들 고령화로 위축돼

  • 승인 2022-11-24 17:23
  • 수정 2022-11-24 17:34
  • 신문게재 2022-11-25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시민네트워크 회의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 회원들이 일본 나고야국제센터에서 중도일보와 만나 24년간 이어온 교류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예나지금이나 변덕스런 날씨처럼 흐렸다 갰다를 반복하고 있다. 모처럼 한일관계가 싹트는가 싶으면, 느닷없이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나 사건이 터지면서 교류는 끊기고 반한(反韓)과 반일(反日) 감정만 남는다. 이러한 한일관계에서 시민교류를 향해 24년간 뚜벅뚜벅 걸어온 시민단체가 있다. 회원들이 낸 회비와 성금으로 일본 학생들을 한국에 보내고 반대로 한국 학생들을 자신의 가정집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자는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다. 대전에서 태어나 본국으로 귀환한 일본인들이 주축이 되었고, 24년 전 대전시 학생들이 가장 먼저 교류를 시작한 이력이 새롭다.

▲수강생에서 시민단체로



취재 차 일본을 방문해 숙소에 짐을 풀고 다음날 첫 일정으로 찾아간 곳이 나고야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나고야국제센터였다. 1984년 나고야시가 지역의 국제화를 목적으로 공익재단법인을 설립해 국제교류 관련 강좌 및 연수를 개최하고 유학생을 지원하며, 그러한 목적으로 장소를 대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1997년 개설된 '한국의 이해' 강좌가 24년 시민교류의 끈이 되어준 시민단체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日韓市民ネットワ一ク 名古屋·이하 일한시민네트워크)'를 탄생시키는 모태가 됐다.

당시 나고야시 국제민간대사로서 강좌를 기획한 이상훈(60) 포스코 인터내셔널 부장은 "고려시대 미술을 공부하고 한국 문화체험과 초청 강연 등을 진행하는 체험과 강좌 위주의 커리큘럼이었는데 인근 도시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라며 "수업에 그치지 말고 우리가 직접 한국에 가서 보고익힌 것을 지역라디오 등을 통해서 국내에 소개하자며 뜻을 모은 일본인 30여명이 시민단체까지 발전시켰다"고 출범 과정을 설명했다. 이 부장은 지금도 일한시민네트워크 고문을 맡고 있다.



일한시민네트워크 교류2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 회원들이 2015년 대전을 방문해 홍도총을 참배하고 있다.
1998년 2월 순수 시민단체로 시작한 일한시민네트워크는 '일본 시민들과 한반도에 거주하거나 뿌리를 둔 사람들과 자유로운 교감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친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회칙에 규정했다. 특히, '한반도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라고 회칙에서 규정한 것은 창립 멤버 30명 중에 10명이 대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제국주의 패망으로 일본으로 귀환한 귀향자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전 소제동에 남아 있는 철도관사 53호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하기모토 마사히코(萩本 萩元正彦)·미치유키(萩元道行) 형제를 비롯해 대전역 후지츄양조(富士忠醬油)에서 태어난 쓰지 아츠시(십醇), 대전중 일본인 동창회 계룡회의 나카이 야스오(中井康雄), 대전역 후지이제과를 기억하는 오쿠보 고조(大久保孝造)씨 등이 초창기 회원이다. 대전에 뿌리를 둔 일본인들이 참여한 덕분인지 1998년 일한시민네트워크 출범 직후 첫 교류 대상은 대전시였다. 대전지역 중·고교·대학생 25명이 교류단을 꾸려 일본 나고야를 방문했고 이때부터 현지 회원의 가정에 머무는 홈스테이가 시작됐다.

(사)국제문화교류원을 설립한 김진배 전 이사장은 "나고야국제센터에서 한일 친선교류방안에 대해 강연한 인연으로 대전시에서 선발한 학생을 인솔해 홈스테이라는 다소 낯선 방식으로 방일했다"라며 "일본인 가정집에서 우리 학생들이 머물며 교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다음 해에는 반대로 일본 학생들이 대전을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24년간 16차례 홈스테이 친선

일한시민네트워크는 1998년 출범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총 16차례 한국 학생들을 초청하고, 반대로 일본 학생들의 한국의 가정 내 홈스테이를 지원했다. 대구와 광주를 비롯해 교류를 희망하는 한국의 여러 지역 학생들을 1년에 1~2회씩 회원들의 가정집에 머물며 견학을 도왔다. 또 일본 학생들의 한국 방문 때는 일한교류기금을 두 차례 사용했을 뿐 한국 학생들의 방일이나 일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과의 교류는 회원들이 각자 연간 4000엔(약 4만원)씩 납부한 회비와 뜻있는 회원의 특별 성금으로 이뤄졌다. 재일 실업가였던 故 정환기 선생 등의 지원으로 방일 한국 학생들의 홈스테이와 별개로 나라현에 있는 호류지(法隆寺)를 견학하는 1박 2일 역사여행을 회원들의 특별회비를 모아 제공하기도 했다. 호류지는 백제에서 유래된 일본의 국보와 중요문화재가 보존돼 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으로 불리는 곳으로 백제와 일본의 깊은 교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2018년 학생들을 인솔해 일한시민네트워크 회원들과 홈스테이 교류한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는 "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 백제문화제 견학 왔을 때 유적지 설명을 돕고 2018년에는 학생들과 함께 방일해 나고야에서 회원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라며 "세 가정에 나뉘어 하루씩 머문 학생들이 다음날 풀어놓는 이야기는 한 달 만에 다시 만나는 이들처럼 많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일한시민네트워크 교류3
일한시민네트워크 나고야 회원들이 10월 사카에역에서 한일교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일한시민네트워크 제공)
당시 충남대 학생들에게 방을 내어준 하야마 토시오(葉山俊夫)씨는 나고야국제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3년 전에 충남대 여학생 세 명이 저희 집에 머물 때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었지만, 제가 짧은 한국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오랜 시간 나눴다"라며 "당시 일본문화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친구에게서 두 달 전에 안부를 묻는 메일을 받았는데 반갑고 그때의 추억이 새롭게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원 후지노 다카히로(藤野孝博)씨는 "양국 관계가 좋아지려면 젊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해야 하고 교류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유학을 위해 다시 찾아오거나 친구처럼 연락을 해올 때 가족 같은 느낌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 부재 민간교류 위축

독도를 분쟁화하고 교과서 역사 수정논란, 위안부 부정 등의 현안이 제기될 때 양국의 여론은 나빠졌고 그때마다 상호 국가를 방문하는 교류는 흔들렸다. 2010년 독도 문제가 불거져 한국 내에서 반일감정이 제기될 때 한국 학생들의 방일이 보류되면서 일한시민네트워크 내에서도 교류를 계속할 수 있을지 회의적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학생들의 방일은 어렵더라도 일본 내 유학생들을 초청해 교류를 이어왔고, 나고야국제센터에 유학생을 초청하는 소통을 이어갔다. 또 매년 11월 한국 유학생들을 초청해 버스를 대절해 등산 후 준비한 식사를 함께 나누는 행사도 이어가고 있다. 일한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은 중국 상하이 홍커우공원에서 일본군 수뇌부에게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가나자와(金澤)시의 암장지를 참배하고 소식지에 기록으로 남겼다. 대구 수성못을 축성한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水岐林太郞)를 추모하고 그의 무덤을 관리한 고 서창교 씨와 교류를 이어왔다. 일한시민네트워크는 미즈사키 씨의 일본 고향인 기후시에 그의 동상을 세우기 위해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대전을 찾아 소제동 관사촌을 둘러본 뒤 시립묘지에 마련된 홍도총을 방문했다. 대전 홍도동에 있던 공동묘지를 기성동으로 옮길 때 후손을 파악하지 못한 무연고 분묘를 합장한 곳으로 1500기 정도가 일본인 유해가 이곳에 합장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지속되고 단체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대전출신 일본인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등지면서 교류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회원들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학습하는 것에 중심을 맞춰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인 중에서 젊은 층의 회원 활동이 적어 홈스테이를 제공하기에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나고야=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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