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황태규(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 |
그러나 부동산을 누르는 정책만으로 시장이 곧바로 안정되지는 않는다. 자본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더 나은 수익과 안전한 통로를 찾아 이동한다. 결국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성패는 세금과 대출 규제의 강도 자체가 아니라, 그 자본이 흘러갈 새로운 통로를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다. 왜 부동산 문제를 '자금의 흐름'으로 봐야 하느냐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동산보다 거래가 어렵고 유동성이 낮은 자산이다. 그러나 한국의 주택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은 다르게 작동해 왔다. 가격 정보가 촘촘히 공개되고, 시세 변동이 빠르게 공유되며,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활용이 결합되면서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자산을 넘어 가격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투자 대상이 되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일정 부분 준자본시장처럼 기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세금과 대출 규제를 강화해도 자본이 머물 대안 시장이 충분하지 않으면 자금은 다시 부동산으로 되돌아온다. 문제는 규제가 약해서가 아니라, 부동산을 대신할 만큼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의미 있는 변화다. 특히 AI와 반도체 중심의 기술주 랠리는 새로운 투자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특정 산업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 조정이 발생할 경우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인 증시 활황만으로는 구조적 자금 이동을 고착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자본이 머물 수 있는 투자 시장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대안으로 기존 제3시장 기능을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성장시장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에는 이미 코스피, 코스닥 외에도 코넥스라는 제3의 시장이 존재한다. 원래 취지는 창업 초기 기업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중간 단계의 시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유동성이 부족해, 일반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 결과 기업에게도,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시장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첫 단계는 이미 존재하는 제3시장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정보 제공과 기업 분석 체계를 보완하고, 기관과 민간 자금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상위 시장으로의 이전 경로를 보다 예측 가능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제3시장은 단순한 '작은 시장'이 아니라 성장기업이 거쳐 가는 실제적인 투자 무대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개선만으로도 한계가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성장 주식시장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균형발전 전략과 연계해 지역에서 창업했거나 지역으로 이전한 기업 가운데 성장성이 검증된 기업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는 '지역 성장기업 시장'을 구상할 수 있다. 이 시장에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정책 펀드, 연기금, 공공기금 등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자본과 매칭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것은 기업 보조금 정책이 아니라, 지역과 혁신 기업을 새로운 투자 자산군으로 편입시키는 시장 설계다. 국민 입장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고, 국가 입장에서는 수도권 부동산으로 향하던 자금을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로 돌리는 구조적 전환이 된다.
두 번째는 대체투자 시장을 제도권 안에서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만으로는 자본의 흐름을 충분히 분산시키기 어렵다. 자산 시장이 다양해야 자본도 분산된다. 미술품, 콘텐츠 수익권, 인프라 자산, 지식재산권 기반 자산 등 다양한 자산을 금융상품화해 거래하는 대체투자 시장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자본 분산의 중요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조각투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 거래가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적 기반이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장을 방치하면 투기적 거래가 난무할 수 있고, 과도한 규제로 묶어두면 음성적 시장으로 흘러갈 위험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허용이나 억제가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가치평가 기준을 표준화하고, 자산의 실질적 권리 구조를 명확히 하며, 이해상충을 엄격히 통제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촘촘히 갖추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렇게 신뢰가 확보된 대체투자 시장이 성장하면, 부동산이 독점해 온 투자 수요의 일부는 자연스럽게 다른 자산군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자본 이동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장을 설계해도, 정책이 자주 흔들리면 자본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본은 규제의 강도보다 정책의 지속성과 신뢰에 더 민감하다. 부동산 규제가 강해도 "정권이 바뀌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으면 시장은 쉽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반대로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 성장기업 시장 조성, 대체투자 제도를 장기적 방향으로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신호를 주면 자본은 비로소 부동산 밖에서 머무를 이유를 찾게 된다. 제도의 안정성은 그 자체가 투자 인프라다.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본은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 구조 변화에 베팅하게 된다.
주택 시장 안정화는 국토교통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세제·금융 정책,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전략,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정책, 지방정부의 지역경제 전략이 함께 맞물려야 자본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이 문제는 대통령 개인의 의지나 단일 부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전 부처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자본의 물길을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시장으로 돌리는 국가적 설계가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규제를 더하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 시장을 만들어 자본의 흐름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그 물길을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겪게 될 것이다.
황태규(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한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