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오피니언
  • 세상읽기

[데스크 칼럼]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승인 2023-03-01 18:16
  • 수정 2023-03-02 17:30
  • 신문게재 2023-03-02 18면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이성희
2023년 봄을 맞고 있는 필자와 서민들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봄이 와도 전혀 봄 같지 않음을 나타내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고 이리 서두가 길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설마 그렇게나 많이 나오겠어?' 생각하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생각이 큰 오산이었음은 관리비 청구서를 받은 후 깨닫게 되었다.

겨울철 관리비 청구서의 앞자리 숫자는 늘 3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1월에 받은 고지서는 숫자 5로 시작했다. 50만원이 넘은 것이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역을 꼼꼼히 살펴봤다. 다른 것은 전 달 대비 변화치가 미비한데 정확히 난방비만 100% 인상된 금액이 적혀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에 중앙난방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30만 원대 관리비를 내다 50만 원대를 내려고 하니 급 현타가 왔다.

2월에 청구될 관리비도 두려웠다. 개별적으로 난방 조절을 할 수가 없으니 날씨가 춥지 않기만을 바라며 한 달을 지냈던 것 같다. 예정된 날짜에 관리비 청구서는 날아 왔고 두근거리는 맘을 진정시키며 금액을 확인했다. 다행히 전 달 대비 난방비는 오르지 않았고 대신 전기료가 약 7000원 정도 증가한 걸로 고지됐다. 사람이 간사하다는 게 똑같이 50만원대의 관리비를 내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안 나왔다고 이를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빨리 따듯한 봄이 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앞으로 문제는 다가올 냉방비 폭탄에 있다. 지난해 오른 전기료가 냉방비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 여름 또 한 번의 폭탄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 1월 기준 전년 대비 이미 30%나 올랐는데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산업부 장관도 한국전력의 지난해 연간 영업 손실액이 30조를 넘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8조 6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전기와 가스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민들에게 안 좋은 뉴스는 또 있다. 냉난방비 폭탄에 이어 서민들의 술이자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 가격 인상소식이 나온 것이다. '1병 6000원 시대'까지 예고되며 국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정부는 부랴부랴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제조한다. 10개 주정 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다. 또 제병 업체의 소주병 공급가격은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상승하며 주류업계가 소줏값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퇴근 후 삼겹살에 가볍게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거나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까지 놓이게 된 것이다.

대학 시절 학교 앞 한 주점이 소주를 1000원에, 안주는 3000원에 판매했다. 지금의 소주 한 병 값인 5000원만 있으면 소주 2병에 김치찌개를 시켜서 먹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용돈이 궁하던 시절 그 주점은 금방 학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물가가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고 학교 앞이라서 그런 게 아니냐는 반문도 할 수 있겠지만 당시 학교 앞에서도 그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곳은 없었다.

더욱 안 좋은 뉴스는 전년도부터 이어진 소비자물가의 상승세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되는가 하면 2023년 한국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6%로 낮췄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 아래로 내려가게 된 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등 대형위기가 있던 해이다. 예상치대로 성장률을 나타낸다면 앞서 나열했던 해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서 잡은 이유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 회복세도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암울한 소식만 들릴 뿐이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현실..서민들에게 따듯한 봄은 과연 언제쯤 올까? 이성희 뉴스디지털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2.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3.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4.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5.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