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산성의 도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산성의 도시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3-03-01 09:33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30301091711
백남우 회장
구 충남도청 현관 포치에서 대전역을 보면 역의 뒤편 배경으로 보이는 산이 있다. 앞에 보이는 산봉우리는 동구 자양동에 있는 동광산이고 그 뒤에는 계족산으로 향하는 산줄기인 능성(산성)이 있는 산이다. 대전이 근대도시로 시작될 당시 대전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그들의 고향을 그리며 그 산의 모양이 일본 나라에 있는 춘일산과 닮아 보여 대전역과 충남도청 사이의 거리를 춘일정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대전 원도심 발전 축이 된 중앙로는 도심의 축이 됐고 그 축선 상에 있는 동광산과 능성이 있는 산봉우리는 도시를 조망하는 최적의 장소가 됐다.

이곳 산 정상에는 삼국시대의 산성인 푸른 이끼가 낀 고성이 자리 잡고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대전시의 기념물 11호인 능성이다. 원도심의 축에 자리한 만큼 이곳에 서면 식장산과 보문산 계족산으로 둘러싸인 대전 분지가 보이고 멀리 계룡산까지 한눈에 다 들어와 대전 도심을 조망하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그래서 능성이 있는 산봉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됐고 새해 첫날 해맞이 단골 장소로도 이용됐다.

20년 전 대전시청 시정 게시판에 누군가 능성 성벽의 돌을 뽑아 산성을 훼손한 것에 대한 민원을 넣었다. 그래서 당시 시 담당자가 현장을 직접 찾아 문화재인 산성의 훼손 현장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 후 20년이 지난 현재 능성의 훼손 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좁은 산성 안에는 체력단련 운동기구와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사물함 등으로 산성 전체가 야외 헬스장을 방불케 한다. 세월이 지난 만큼 문화재 훼손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 전망이 좋은 장소에서 운동하겠다는 일부 등산객의 이기심과 이를 알고도 방치한 관계기관의 안일함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능성은 성의 구조 중 성벽에 적의 침입을 감시하고 물리칠 수 있는 시설인 치의 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는 산성이기도 하다.

흔히들 대전은 '산성의 도시'라는 말을 한다. 도심에 3대 하천과 금강이 흐르고 있어 인근에 고도인 공주와 부여로 통하는 교통로가 발달한 곳이다. 그리하여 삼국시대에 이곳을 중심으로 치열한 국가 간 대치가 이루어졌던 곳이었다. 대전시에는 약 50개 정도의 산성이 분포돼 있으니 대전이 '산성의 도시'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이러한 산성으로 인해 일찍이 대전 산성에 관한 연구는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활발했었다. 충남대학교에서 학술연구와 시민 단체 등의 산성 답사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었다. 1993년 대전에서 개최된 세계 Expo 때 대전관의 입구에 대전 계족산성의 이미지를 전시하기도 했었다. 대전은 국가 사적인 계족산성과 우리 지역 최초로 복원된 백제계 산성인 보문산성을 비롯해 20여 개의 산성이 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2008년부터 수년간 지역의 향토사모임인 ‘옛.생.돌.모임’과 대전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공동으로 산성의 도시 대전 시민들을 위한 산성 트레킹,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산성 캠프, 산성 보호를 위한 대전 산성 성주 모집 행사와 더불어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인 대전 산성 축제 등을 개최해 시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은 바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전의 문화재인 산성들은 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둘레산길이나 무분별한 등산로 개발과 시민들의 산성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이 원인이다. 성안에는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무연고 묘나 불법 종교시설, 곳곳에 설치된 체력단련시설, 둘레 산길이 산성을 통과하고 일부 등산객들은 성돌을 빼내어 돌탑을 축조하는 등 그 훼손의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산성은 우리 땅을 지키려 했던 조상들의 피와 땀이 어린 지킴의 역사 현장이다. 천여 년을 그곳에서 자리한 산성을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사명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산성의 도시 대전은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전국 최초의 산성박물관을 건립한 인천 계양구나, 한강 변 워커힐 뒤편 서울 광진구의 아차산성과 고구려 보루 유적 주변의 등산로 정비와 활용 등의 선례를 보면서 '산성의 도시' 대전이 산성의 보존과 활용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2.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3.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4.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5.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1.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2.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3.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4.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5.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