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휴가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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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휴가단상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 승인 2023-07-26 15:51
  • 신문게재 2023-07-27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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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엔 숨을 크게 내쉬곤 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냄새는 흙 속 세균들이 만들어 내는 냄새다. 한참을 들이마시면 콧속이 시원해지고, 호흡이 차분해진다. 성대마저 촉촉해져 노래가 절로 나온다. 트랙은 빗소리면 족하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의 낭만도 적당히 해야지…. 며칠째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니 우울감이 치솟는다. 극한 폭우로 국토와 산림이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예고된 기후재난 앞에서 그저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환경의 역습, 예방과 대책이 요구된 지는 꽤 됐다. 해마다 전 세계가 폭우로 몸살을 앓고, 가뭄·폭염·태풍·지진·대규모 산불로 운다. 인류에게 생명과 삶을 주었던 지구환경은 우리가 뿌린 대로 보답하고 있다. 무분별한 환경오염의 대가다.

#물난리를 뒤로하고 계획에 떠밀린 휴가를 떠났다. 햇빛을 싫어하고 흙먼지를 멀리하는 현대인답게 바다가 보이는 풀 빌라를 선택했다. 해변을 바라보며 실내수영을 즐기려 했지만, 소강상태인 폭우가 다시 시작될라 마음은 멀리 있다.



여수에서의 이튿날. 지자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속 우아한 흑두루미와 황금빛 테두리 눈을 가진 꼬마 물떼새에 매료됐다. 서둘러 가방을 둘러매고 길을 나서니 날씨마저 재촉한다. 빗방울은 멈추고 선선한 바람에 갯벌 냄새가 묻어온다.

전남 순천에서 열리는 '2023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는 4월 1일 개막해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대 갈대 군락지로 생태의 보고라 불린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데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이름도 얻었다.

#순천이 처음부터 갈대밭의 가치와 생태도시 이미지를 내세웠던 건 아니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공단과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던 과거, 오직 개발에 쏠려있던 관심을 보전과 이용으로 확장 시킨 혜안이 오늘을 만들었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의 노력에 힘입어 한 해 최대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한다. 블루카본(염생식물, 해조류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하면 갯벌생태계 보전에 국민의 관심도 중요해 보인다.

유엔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에 따르면 해양 생태계가 육상보다 온실가스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나 빠르다고 한다. 아직 블루카본이 국제협약에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곧 탄소 감축원으로 국제사회에서 합의되길 기대해 본다.

#여름철 오랜 기간 비가 오는 것을 '장마철'라고 말하지만, 이제 기상청은 장마 기간을 예보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등으로 기간을 정하는 것이 의미 없기 때문이란다. 환경과 생태계의 위기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 자연과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묘수를 고민할 때다. 인간이 만든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돌아보며,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리더십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드넓은 갈대밭을 따라 여유를 걷는 남자, 칠게와 짱뚱어를 귀여워하며 추억을 찍는 아이, 습지에 내리는 빗방울로 행복감을 채우는 여자. 자연이 주는 혜택은 경제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 무엇보다 건강한 환경은 미래를 위한 유산이다.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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