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희의 세상읽기] 보도의무와 알아야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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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희의 세상읽기] 보도의무와 알아야할 권리

  • 승인 2023-08-09 13:45
  • 신문게재 2023-08-10 18면
  • 우창희 기자우창희 기자
우창희_증명사진
우창희 뉴스디지털부장(부국장)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물론 SNS 유튜브 등에도 쉴 새 없이 기사와 영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살인 예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8일 오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살인예고 글이 194건이나 됐다. 그 중 65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충격적인 분석은 검거된 피의자 중 34명이 10대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다수 포함된 숫자다. 주요 공항에 대한 테러와 학교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글에 예고된 학교는 방과 후 수업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국민 불안을 감안해 8일 이후부터는 신고 접수 건수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살인예고 글이 국민적 관심을 받자 칼부림 테러 경보 온라인 서비스도 출시됐다. 글로벌 국가 중 안전한 나라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테러리스(terrorless)'라는 이름의 인터넷 서비스 사이트 배포 이후 하루 만에 5만여 명이 접속할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해당 서비스에 접속하면 언론에 보도된 링크와 함께 테러가 예고된 지역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발 빠른 보험사는 신규상품을 내놓고, 시민들은 불안감에 인터넷 호신용품 구매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대전에 연고를 둔 지역민들이 '묻지마 칼부림'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5일 발생했던 대덕구에 위치한 고등학교 교사 피습 사건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했던 칼부림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피습이후 몇 킬로미터를 이동해 태평동 지역에서 검거됐다. 흉기를 소지한 상태로 지역을 활보했다는 것에 지역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피습이후 사건을 접한 본보는 실시간으로 뉴스를 내보내며 불안에 떠는 지역민들에게 사건개요를 전달했다. 검거까지 기자들은 현장을 누비며 발 빠른 기사를 온라인 속보로 내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언론의 본질인 '알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본보 외 타 지역신문사·방송사들도 뉴스를 실시간으로 올렸다. 정확한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일 포털사이트 최다 검색어는 대전 교사 피습 이었을 것이다. 각 매체에서 쏟아내는 기사들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였으니 당연했던 결과다. 하지만 너무 많은 뉴스와 방송으로 인해 국민정서가 흔들리고 있다. 커진 불안감으로 집단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늘고 있다. 6일에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에서 방탄소년단(BTS) 라이브 방송을 보던 팬들의 함성에 놀란 시민들이 급하게 대피하다 7명이 다치는 황당한 사고도 발생했다. 필터링 없이 쏟아내는 인터넷 뉴스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본다.

서울 신림동 대낮 칼부림, 서현역 무차별 흉기 사건 외 대전 대덕구 교사 피습을 보며 모방범죄의 심각성을 다시금 느낀다. '파파게노 효과'라는 말이 있다. 언론이 자살 보도 자제 및 자살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 해당 지역 주민의 자살률을 낮추는 효과를 말한다.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라는 인물에서 유래된 말이다. 국내에서 모방자살에 대해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3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의 자살사건 보도 후 그 전 해에 비해 자살증가 추정치가 1000여명이 넘는다는 결과도 있다. 이에 기자협회와 신문협회는 자살보도를 최대한 절제하고, 보도 시에는 원인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강 투신, 지하철 투신자살 등의 사례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현재는 자살, 극단적 선택 단어도 쓰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언론이 국민의 '알아야할 권리와 알릴 수 있는 권리' 사이에서 기사가 공익 또는 사회의 공공선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신중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이슈몰이는 국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우창희 기자 jdnews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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