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그림 속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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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그림 속의 도시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3-11-08 09:51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김병윤
김병윤 전 학장
도시를 그린 화가들의 그림 속 대부분 도시는 우울함이 가득하고 희망보다는 절망과 소외라는 도시의 부정성으로 어두운 면을 많이 담기도 한다. 도시의 이면인 골목길과 혼자 있는 외로운 방으로 시작해서 적막한 공원, 왁자지껄함에서 떨어진 쓸쓸함이 그려져 있고 만남을 꺼리는 관계의 이탈과 고독이 짙게 배어있다.

근대문화의 접속으로 도시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이 빠른 속도에 적응이 느린 계층도 자연 생겨났다. 자유로운 혼자, 대체적 개념의 디지털 반려는 가속적으로 확대되고 소통을 이루는 대안으로 자유로운 혼자를 부추긴다.

스마트폰은 점점 더 이 소외와 고독을 부추기며 더욱 깊은 단절의 시간 속으로 우리들의 도시는 깊은 혼자서의 바다가 되어간다. 많은 긍정적 풍요와 부흥의 시대지만 혼자만의 즐김이 자칫 사회 부적응으로 폭력과 시대의 역기능으로 확대됨도 의미한다.

얼핏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눈으로는 달콤하고 여운은 쌉쌀한 동화 같은 그림이 있는 토비 리들의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바로 이런 우리의 현상을 살며시 말하려 한다. 그림 속의 도시는 우리가 아는 보통의 도시이며 건축은 도시를 채우고 그 여백의 공간이 설정돼 있다. 주인공들이 함께하는 공간들은 한적한 공원과 기념비적 인물의 동상 아래이며 누군가 흘리고 간 공연 입장권과 패키지 식사권은 이들에게 만남과 대화의 기회가 생긴 그야말로 함께한 시간의 선물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 후에는 다시 혼자라는 본래의 쓸쓸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어 달달함과 그 뒤에 이어지는 공백이 함께한다. 동화적이며 토속적인 화제로 추상적 생략과 독특한 색감이 특징인 한국의 뛰어난 작가를 꼽는다면 서슴없이 장욱진 작가를 들을 것이다. 비슷하게도 도시와 마을의 정감을 쫓아 동화 마을 같은 풍경을 작가만의 추상적 생략과 감각적 색감으로 즐겨 담은 그림에서 공간과 사물의 동화적 왜곡과 그 화려한 색감에 빠져들게도 되는데 아주 먼 이 그림들의 뿌리들을 생각해 본다.

미술사에서 낭만주의는 추상과 프랑스 인상주의로 전개되는데, 이 배경에 영국의 작가 윌리엄 터너가 있다. 런던의 상징이기도 한 국회의사당의 대화재를 그린 그의 작품과 난파선 등은 낭만주의에서 추상으로의 변화를 시사했으며 이후 프랑스 인상주의의 확산을 잉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난파선 등을 그린 이 화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그림들을 얻게 된다. 폭풍 속 현장이라는 상황을 전달하려는 극적 표현 의지가 매우 중요해서 체험이 결과가 된 그림이다. 낭만주의라는 수식어가 무안할 정도로 이 그림은 폭풍의 고단한 장면설정에 치중하고 있다. 현재도 건재한 영국 국회의사당은 근대 건축의 태동을 알리는 건축사의 기념비적 한 축이 되는 작품으로 고전건축에 심취했던 영국의 초기 건축가 퓨진의 역작이며 기념비적인 근대건축물이자 역사적으로는 건축 화재를 소재로 한 윌리엄 터너 그림의 배경이 된다.

작금의 현상에서 벌어지는 도시 속의 폭력과 원인적인 우울한 소외를 따라가다 이 그림 속에 자리한 도시와 글들의 속내에 담긴 장면과 공간적 설정을 보게도 된다. 역사적으로 도시의 이면엔 아주 특별한 경우의 반전도 많다.

지금은 모습이 달라졌으나 서울 종로의 뒷골목 피맛길은 그중 대표가 아닐까 싶다. 골목의 진화는 사람들의 숨통으로 이어져 달콤씁쓸한 삶의 주름진 장면들이 골목길에 설정된다. 된장찌개와 생선구이 냄새가 진동하며 탁배기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로 왁자지껄한 긴장이 회복되는 시간이 이루어지는 비좁은 길이다. 숨 쉬는 골목 문화가 조용히 번지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축제와 우울이 함께하는 도시, 이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리 나의 시선과 기준이 정당하다 해도 균형의 회복에 집중하고 내 손가락 끝에서만 보이는 달이 아닌 모두의 달이라는 인식을 위한 평형감을 유지함이 중요하다. 비록 혼자의 시간이 길어진다 해도 결코 자신의 적응과 부적응의 상태를 깨닫고 내가 사는 이 도시는 균형과 포함이라는 평형 의지를 키워내야 한다. 혼자만의 쓸쓸한 도시 바다가 아니라 모두의 바다라는, 모두의 도시라는 달과 같은 도시 감을 지니는 것이다.

동시에 도시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표류하지 않기 위한 소속감, 도시를 무료하게 바라보지 않고 소유하는 운동 의지도 키운다. 크고 작은 도시의 폭력은 이렇게 나의 도시를 소유하고 점유한다는 인지능력을 키움으로 조금씩 줄여갈 수 있으리라 본다.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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