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대전예당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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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대전예당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3-11-29 08:47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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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최근 2주 사이 지역 언론사 문화부 기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오페라 '운명의 힘'공연 취소와 관련 인터뷰 요청이었다. 나 스스로 공연기획전문가가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는 관련 분야 교수님과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었다.

그분들의 공통된 얘기는 공연 하루 전 공연취소는 '전국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전의 공연문화가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등의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공연취소 후폭풍이 거세다. 대전시와 예술의전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태를 보였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행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질타가 이어지자 김덕규 관장은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대전시는 감사에 착수했다. 무대 제작업체 입찰방식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대전예술의전당은 대전시 산하 사업소 형식의 운영방식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러한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목소리는 10여년 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왔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러한 운영시스템의 한계에서 많은 전문가가 진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실한 무대제작업체의 선정은 이 분야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문화예술공연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입찰구조에 대한 문제점에서 기인하지만, 행정상의 형평성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계약을 따고 아웃소싱을 주는 방식으로 실제 무대제작은 하도급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전국 공연장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업계의 고질적 관행이자 문제점이다.

그래서 공연기획분야의 전문가인 공연장은 이에 대한 리스크를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 긴급입찰 수익계약의 방식을 활용하거나 진행단계에서 무대업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공연을 올리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이번 일도 대전시의 행정상 계약문제에 앞서 공연기획단계부터 이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했을 대전예술의전당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개관 20년 동안 이전에서 같은 방식의 계약과 공연이 차질없이 이뤄진 것만 봐도 대전시 계약문제로 책임을 전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지역 공연장도 입찰계약절차는 유사하게 적용받고 있다는 것도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

결국 문제 책임은 이번 개관 20주년 기념공연을 총괄했던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자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로 이에 대한 대응을 못한 책임이다. 아니면 이러한 경험이 부족해서 전혀 대응이 안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자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공연 하루 전 공연취소도 아쉽다. 이번 사태와 관련 언론기사와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의원들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공연 최소 30일 전에는 정상적인 작품공연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불과 공연 하루 전 공연취소를 안내하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리고 대전문화예술의 평판도 땅으로 떨어졌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능력이다. 코로나 시기 예술의전당은 어느 곳보다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그동안의 노력과 행정상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대형공연 취소 또는 연기했다. 언론의 비판과 시민들 따가운 눈총도 감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직원들은 신분에 대한 불안감과 책임성 결여로 소신 있는 결정이 부족했다.

지난 12일 대전시는 내년 본예산을 발표했다. 규모는 6조5,330억 원이다. 올해 6조5,617억 원과 비교하면 0.4%(287억 원) 줄어든 액수다. 내년도 한국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의 감소로 지방세와 보통교부세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대전시는 민선 8기 공약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450억 원),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133억 원), 대전 0시 축제(49억 원) 등 71건에 총 1,900억 원이다.

내년은 민선 8기 '문화시설 확충방안'의 사업이 본격화되는 해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총 8곳의 전시·공연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은 전액 시비로 추진하고, 시비 투입 규모만 5,144억 원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해당 지역주민과 예술인에게 더 이상 희망고문이 돼선 안된다.

문화예술 인프라 확장과 보여주기식 문화정책이 아니라 이러한 시설이 지역에 왜 필요하며, 향후 운영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중·장기적 실행과제는 무엇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시설의 외형이 아닌 실질적인 필요와 그에 따른 내실을 다지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 할 수 있다.

20년 전 대전예술의전당의 운영시스템을 대전시 사업소가 아닌 법인화를 했다면 어땠을까? 이제도 늦지 않았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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