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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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 승인 2023-12-03 08:50
  • 수정 2023-12-03 09:14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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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엽 변호사
2022년 9월 14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과 함께 2021년 10월 제정, 시행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현실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막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의하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수는 7718명, 검거된 가해자는 7152명이며, 경찰은 그 중 4554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2557건은 불송치했다. 불송치 사유를 보면 공소권 없음 1879건, 혐의없음 622건, 기소중지 65건 등으로 나타나 가해자 7152명 중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된 경우가 26.3%에 이르고 있었다.



스토킹처벌법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은 일반 스토킹 범죄에 대하여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기에,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소추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사건이 상당수에 이른 것이다.

가해자는 처벌불원에 주목하여 피해자를 상대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강요하게 되고, 가족이나 친족, 지인 등 아는 관계인 경우 피해자는 주변으로부터 합의에 대한 유·무언의 압박을 받거나, 합의하지 않을 경우 이에 앙심을 품은 가해자로부터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2차 가해로부터 보호될 것이라는 확신조차 없다면 피해자로서는 합의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반의사불벌죄는 해당 범죄가 별 거 아니라는 인식을 주게 되어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출동한 경찰관은 법적 조치보다는 피해자 의사를 먼저 확인하려고 하게 되고 피해자로서는 경찰이 가급적 사건화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아니라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표명을 요구받게 되고, 인간관계와 보복의 두려움, 보호에 대한 무확신 등으로 인해 심적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반의사불벌죄는 본래 취지와 달리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6월 21일 스토킹 및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간의 법 시행 경과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여 스토킹범죄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한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상대방의 개인정보, 개인 위치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상대방의 신분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도 스토킹 행위 유형으로 추가됐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또한 도입됐다.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거나 조사하는 경우 범죄신고자법에 따른 특정시설에서 보호, 신변경호, 보호대상자 주거 순찰 등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수사기관, 법원 또는 언론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누설·공개하는 것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된다.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도입,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접근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제재는 과태료 1000만 원 이하에서 징역 1년 이하, 벌금 1000만원 이하로 처벌이 강화됐다. 또 스토킹행위자가 피해자의 가족, 동거인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보호 대상에 피해자의 동거인과 가족도 포함되도록 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장기간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기간도 현행 기본 2개월(2회 연장 가능, 최장 6개월)에서 기본 3개월(2회 연장 가능, 최장 9개월)로 연장됐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잠정조치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검사에게 취소·변경·연장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히 규정됐다. 또한, 잠정조치·긴급응급조치가 취소·변경·연장된 경우 피해자가 변경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피해자 통지 규정도 신설됐다. 아울러 검사, 사법경찰관이 피해자로부터 잠정조치 청구·신청을 요청받고도 잠정조치 청구나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한편,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통과됨에 따라 현재 살인·성폭력·강도·미성년자 유괴범죄에 대해서만 가능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앞으로 스토킹 범죄까지 확대된다. 또 징역형 실형과 출소 후 최장 10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가능해지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스토킹 범죄자에게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판결을 선고한다. 집행유예 선고 시 법원 명령으로 최장 5년 범위에서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법원은 부착명령 선고 시 피해자 등 접근금지 준수사항을 필요적으로 부과한다.

이외에도, 스토킹 행위자의 잠정조치에 전자장치 부착이 도입됨에 따라 집행 방법 등도 마련됐다. 스토킹 행위자는 보호 관찰관 지시에 따라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보호관찰소의 장은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 접근금지를 위반하거나 위반 우려가 있는 경우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즉시 통지한다. 통지를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신속히 현장에 출동해 사유를 확인하고 유치 신청 등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는 감금, 납치 등 강력범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살인 등 흉악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스토킹 단계에서부터 행위자를 엄정하게 처벌하고 강력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개정 시행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막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길 바란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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