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189강 조고각하(照顧脚下)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189강 조고각하(照顧脚下)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4-03-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89강:照顧脚下(조고각하) : 자기 발 아래를 잘 살펴라.

글 자 : 照(비출 조) 顧(돌아볼 고) 脚(다리 각) 下(아래 하)이다.



출 처 : 삼불야화(三佛夜話) 선화(禪話)

비 유 : 삶 전체를 돌아보되 눈앞에 닥친 현실을 잘 인식하고 대처함





짐승은 죽음에 이르면 순해지고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지게 되면 순수하고 착(善)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은 죽음에 이르면 지난 날을 후회하고 반성한다. 그 중 임종(臨終)전 제일 많이 후회하는 것이 가족을 사랑하지 못한 것과 남에게 베풀지 못한 삶이라 한다.

먼지 낀 거울이 사물의 모습을 제대로 비출 수 없듯이 잡념(雜念)에서 벗어난 맑은 정신(精神)이 생기기 전에는 집착(執着)과 욕심(慾心)이라는 먼지가 가득 낀 마음 때문에 사랑이나 베풂이 자리할 여지가 전혀 없다.

유교 경전인 논어(論語) 태백(泰伯)편에 기록된 증자(曾子)의 가르침을 주목해 본다.

'鳥之將死其鳴也哀 人之將死其言也善(조지장사기명야애 인지장사기언야선/ 새가 장차 죽을 적에는 그 울음소리가 애처롭고 사람이 장차 죽을 적에는 그 말이 선하다.)'

이른바 새는 죽음을 두려워하므로 울음소리가 애처롭고, 사람은 궁(窮)하면 근본(根本)으로 돌아감으로 그 말이 착(진실)한 것이다.

사람은 평상시 살아가면서 이상과 현실을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곧 자기 분수나 가까이 있는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항상 멀리 있는 망상(妄想)과 허상(虛想)을 꿈꾸며 고통스러워하고 또 남을 넘어서려고만 하고 있다.

여기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교훈은 사람이 자신의 발 아래를 살피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듯 겸손(謙遜)하고 스스로를 낮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제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자신의 신발을 벗고 신으려면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과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절친한 사람을 저버리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되는 좋은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송(宋)나라 때 오조(五祖)법연선사(法演禪師)밑에 삼불(三佛) 제자(弟子)가 있었다. 불감(佛鑑)혜근(慧懃), 불과(佛果)극근(克勤), 불안(佛眼)청원(淸遠)스님이 바로 그분들이다.

어느 날 세 분의 제자와 법연선사께서 밤길을 멀리 갔다가 오는 길에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이 바람이 세차게 불자 꺼지고 말았다. 어둠을 밝혀 주었던 등불이 꺼지자 칠흑(漆黑)같이 캄캄해서 앞뒤를 분간(分揀)할 수가 없는 지경에 처했다. 스승인 법연스님이 세 제자에게 "그대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하고, 묘책(妙策)을 물었다. 그동안 수행(修行)한 지혜(智慧) 경지(境地)로 이 난관(難關)을 헤쳐 나갈 방법을 말하라는 것이다. 그러자 불감혜근이 채색 바람이 붉게 물든 노을에 춤을 춘다,(彩風舞丹宵)라고, 대답하자, 불안청원 스님은 쇠 뱀이 옛길을 건너가네,(鐵蛇橫古路)라고 대답을 했다. 마지막으로 불과극근 스님은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말했다. 곧 각자 발밑을 조심히 살펴서 걸으라는 말이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에 놓였을 때는 멀리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비록 먼 곳에서 가느다란 불빛이 보인다고 해도 자칫 발을 헛디뎌 수렁에 빠지거나 벼랑으로 떨어진 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오로지 자신의 발 밑을 잘 살펴야한다. 먼 곳의 빛에 시선을 빼앗겨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한번 둘러보자.

자신의 발 밑을 보기보다는 높은 빌딩이나 나보다 앞서간 사람의 뒷모습만을 보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혹 ?생각이 나 자신에게 향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을 쫓아 자신의 욕망(慾望)을 부채질하고 살아가지는 않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삶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아마 진실 된 본인의 양심으로 돌아볼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기 어려울 것이다.

나에게 가장 가깝고, 가장 작은 일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므로 잘 살펴야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권학편(勸學)편에 순자(荀子)가 주는 교훈이다.

'不積?步無以至千里 不積小流無以成江河(부적규보무이지천리 부적소류무이성강하/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르지 못할 것이요, 작은 물(실개천 물들)이 모이지 않으면 강하(양자강이나 황하 같은 큰 강)를 이룩하지 못한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됨은 우리 속담에 흔히들 쓰여지는 말이기는 하나. 강을 건너기 위한 징검다리는 다 건너기까지 내 발 밑에 하나씩 놓아야 함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마음에 큰 뜻을 품은 사람일수록 작고 사소한 일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태도를 갖추고 인내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11년 영국 출신의 스턴트맨 바비 리치가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 섰다. 강철 드럼통에 몸을 싣고 폭포 아래로 뛰어내렸다. 골절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졌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는 1926년 뉴질랜드에서 길을 걷다가 오렌지 껍질에 미끄러져 다리에 심한 골절을 입었다. 상처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는 바람에 다리까지 절단해야 했다. 결국 두 달 후 그날의 사고 합병증으로 죽고 말았다.

그리고 알프스산을 올랐던 어떤 세계적 산악인은 자기 집 담장을 넘다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졌다. 또 백수의 왕 사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모기라고 한다. ?대개 사람들을 다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작고 사소한 일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말처럼 자기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내 주변부터 잘 살펴야 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탄을 받는 것도 큰일을 잘못한 경우보다 자신의 주변관리를 잘못한 경우가 더 많다. 자기의 사소한 잘못이나 자녀들의 비행이 주된 요인이다. 비단 유명 인사들뿐이랴. 일반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로 부부관계에 금이 가고 가정의 평화가 깨어진다.

작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있어도 큰 산(山)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지혜. 직면한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고 작은 일부터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지혜가 자신을 살리고 사회를 살찌게 하고 나라를 평안하게 할 것이다.

쉬운 말로 '신발속의 작은 돌맹이'를 잘 관찰하고 관리 할 때 큰 장애물도 관리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 공천파동으로 시끄러운 정치판이 더욱 새겨야 할 소중한 덕목(德目)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베일 벗은 대전역세권 개발계획…내년 2월 첫삽 확정
  2. 대학 경쟁시킨 뒤 차등 지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놓고 '설왕설래'
  3. 전국 학교 릴레이 파업… 20일 세종·충북, 12월 4일 대전·충남
  4. [기고] 디지털포용법과 사회통합
  5. 어기구 의원, ‘K-스틸법’ 후속 국가재정법 개정안 대표 발의
  1. 양상추 가격 급등 현상에 대전 소상공인도 직격탄... 높아진 가격에 한숨만
  2. '사건 25%↑' 대전경찰, 우수부서 찾아 시상…서부署·중부署 등
  3.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4. 대전상의-국정원 '기업 기술유출 예방 설명회' 개최
  5. 설동호 교육감 시정연설 "모두 균등한 기회 누리는 든든한 대전교육 만들 것"

헤드라인 뉴스


대전만 없는 `공립형 대안학교`… 학교설립 공약 끝내 실패

대전만 없는 '공립형 대안학교'… 학교설립 공약 끝내 실패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10여년 숙원이었던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 공약이 결국 이행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 확보에 오랜 시간을 소모했지만 끝내 추진에 실패하면서 차기 교육감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20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 초까지 추진했던 유성구 복용동 설립이 결국 무산됐다. 당초 AI 특성화 대안학교를 설립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교육부가 1월 중앙투자심사에서 대안교육 중심의 학교 설립을 주문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대안학교 성격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교육청은 주민 설득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른 부지를 알아보겠다고 물러..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특수공집방·국회법 위반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 유죄

국회 패스트트랙(Fast Track: 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총리와 나경원 의원,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벌금 2000만원,..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단독] 대전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불법 선거 논란

사상 첫 직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한 대전 대덕구 법동 으뜸새마을금고가 불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사전 선거 운동 혐의 등으로 올해 7월 당선된 이사장 A씨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법동 으뜸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선출된 A씨는 공식 선거 운동 예정일 전부터 실질적인 선거유세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2021년 제6대 선거까지 간선제로 진행됐지만, 올해 치러진 제7대 선거는 금고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회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