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려동물 천만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 오피니언

[기고] 반려동물 천만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승인 2024-03-25 17:02
  • 신문게재 2024-03-26 1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정용래
정용래 유성구청장.
숙종은 소문난 애묘인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숙종은 참배하러 가는 길에 굶주린 고양이를 발견했다. 궁으로 데려와 털이 노랗다 하여 금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 키웠다. 금덕이 새끼를 낳고 죽자, 새끼를 금손이라 부르고 또 정성을 다했다. 식사할 때면 고기반찬을 직접 나눠 먹이고, 집무 시간에도 늘 곁에 두었다고 한다. 임금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1720년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이도 며칠 동안 음식을 끊고 슬프게 울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성종의 동물 사랑과 관심도 유난했던 모양이다. 낙타 수입을 추진했다가 신하들이 "백성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데 수입 비용이 너무 과하다"고 반발해 포기했다고 한다. 궁에서 키우던 원숭이에게 흙집과 옷을 만들어 주려다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좌부승시 손비장은 "성상께서는 애완동물이나 좋아하는 임금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성종은 "내가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시대적 상황으로 커밍아웃은 못 했지만, 이 정도면 못 말리는 동물애호가라 불릴 만하다.

궁궐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동물과 얽힌 이야기가 많다. 주인 목숨을 구한 충견(忠犬)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실제 충북 음성에는 세조 즉위의 일등공신이었던 권람의 묘소 옆에 충견총이 있다. 산불이 나자 자기 몸에 물을 묻혀 권람을 살렸다는 개의 무덤이다. 호주나 미국 등에서 대형산불이 나면 야생동물의 극적인 생존기가 전해진다. 지난 2019년 호주 퀸즐랜드주 산불 현장에서 불에 그을리면서도 어린 새끼를 품에 꼭 안고 살린 어미 코알라의 사연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을 직접 양육하는 가구 비율은 25.4%, 양육 인구는 1,306만 명에 달한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양적 증가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식도 많이 변했다. 귀엽고 즐거움을 주는 대상에서 같이 살아가는 반려자, 가족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반려동물과 아파트 산책로나 공원을 거닐고, 여행도 함께 가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1인 가구 급증, 인구 고령화 등이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를 재촉한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유성구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올해도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먼저 죽동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즐기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한다. 800㎡ 규모로 조성되는 반려동물 놀이터에는 벤치, 파라솔, 놀이기구 및 휴식 공간 등이 들어선다. 또한, 내장형 동물 등록 지원과 동물단체, 동물병원 등과 협력해 유기동물 구조사업을 펼친다. 사회적 약자 1명 당 20만 원의 반려동물 진료비를 지원하고, 명예동물보호관 위촉, 임시보호,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벌인다.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문화교육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모든 사회적 현상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도 그렇다. 빛의 밝기를 더하고 그림자의 어둠을 최소화하는 게 지방정부의 책무다. 유성구가 반려동물 정책에도 팔을 걷는 이유다. 동시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나와 이웃, 바로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애묘인이었던 숙종, 동물애호가였던 성종이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정책을 폈을지 궁금하다. 최소한 "동물을 대하는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라는 말에는 깊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재명, '수도권 몰빵 폐해' 종식 선언...세종시 밑그림은
  2. 대전상의-충청권 4개시도-금강유역청, ESG경영 확산 머리맞대
  3. [대선 D-3] 이재명 충청서 주말 총력전 역대선거 '캐스팅 보터'지역 방문
  4. 세계평화여성연합 천안시지부, 천안 마틴공원서 호국보훈의 달 기념 봉사활동 실시
  5. 천안법원, 장애인주차표지 위조·행사한 50대 남성 '징역형'
  1. 천안법원, 월세 피해의식에 불 지르려 한 60대 남성 '징역 1년 6월'
  2. 현대건설, 천안지역 폭염 취약가구 위해 후원금 기탁
  3. 천안시 서북구보건소, K-컬처박람회 '안심 방역' 총력
  4. 한기대, 창업 선배가 후배들에 전하는 '진솔 멘토링' 호응
  5. 창원시, 버스파업 3일차 호소문 발표

헤드라인 뉴스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21대 대선 하루 앞… 소중한 한 표 충청의 선택은 누구에게?

대전·충청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궐위 선거로, 4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과 동시에 열린 초단기 대선 레이스가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다. 60일의 짧은 기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들은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전통적 캐스팅보터 지역이자, 역대 선거마다 승패를 결정지은 금강벨트 표심을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결과, 충청의 숙원인 행정수도 완성을 비롯한 첨단산업벨트 구축과 주요 공공기관 이전,..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대선 후보들 과학수도 대전 약속했다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충청 발전을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후보들은 물론 국민 대통합과 국가균형발전,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은 물론 충청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도 쏟아냈다. 유권자들은 연설이나 퍼포먼스를 잘하는 후보도 좋지만, 공약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충청에 도움이 된다. 중도일보는 충청인들의 선택을 돕고자 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제시한 충청권 4개 시도 주요 공약을 분석했다. <편집자..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식품·외식 물가 껑충에 서민 부담 늘어간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오른 데는 식품기업과 외식업계 등의 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급격한 물가 상승에 당분간 서민들의 부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의 혼란기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가격 인상 사례는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3월 이후 부쩍 늘었고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았다.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인 전날 국내 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제21대 대선 개표 준비 ‘꼼꼼하게’

  • ‘미리 참배왔어요’ ‘미리 참배왔어요’

  •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 사전투표함 보관 ‘24시간 철저하게’

  • 사전투표 행렬 사전투표 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