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전공의·의대 학생 "의대 증원은 명확한 오답"

  • 사회/교육
  • 건강/의료

충남대병원 전공의·의대 학생 "의대 증원은 명확한 오답"

31일 대전시청 보라매공원에 의사·학생들 집회
의대증원 입시 발표날 의사들 "한국의료 사망"

  • 승인 2024-05-31 10:59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7510
대전과 충남북의사회가 5월 30일 오후 8시 대전시청 보라매공원에서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2025학년도 의과대학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된 5월 30일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 대전과 충남·북 의사 및 의대생 1000여 명이 모여 한국의료에 심폐소생술을 해달라고 국민께 호소했다. 지역의료를 세우고 필수의료 보장은 의사들도 바라는 것이라며 의과대학에 급격한 증원은 부실교육과 의료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30일 오후 8시 대전시청 맞은편 보라매공원에 의사와 의대 학생 1000여 명이 모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대한민국 한국의료 사망선고의 날' 집회 일환으로 대전과 충남·충북 의사들은 보라매공원에서 집회를 가졌다. 충북에서 전세버스 5대에 나눠타고, 충남에서도 전세버스 3대를 빌려 충청권 의사들이 한 곳으로 집결했고, 촛불모형의 LED 조명은 준비된 물량이 빠르게 동났을 정도로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모였다. '고집불통 의대정원, 대한민국 의료사망' 손팻말을 들고 하나둘씩 잔디밭에 앉아 공원의 절반을 가득 채워, 해가 진 오후 8시 집회를 개시했다.



2월 20일 전공의가 집단 사직하고 현장을 이탈한 뒤 지역 전공의와 의과대학 학생이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의사 선배들 앞에서 그간 소회를 밝혔다.

충남대병원 전공의대표는 "제게 의사라는 시간은 지난 3개월간 멈췄고, 배우고 익히는 젊은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단순 돈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라며 "전문의로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해 사직했고, 지금 밀어붙이는 의대 증원은 명확한 오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늘 집회에 참석한 많은 의사를 보고 힘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IMG_7490_edited11
5월 30일 대전시청 보라매공원에서 개최된 대전충남북 의사회 집회에서 전공의대표와 의대생이 의대증원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이어 충남대 의과대학 학생은 "정부가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라고, 휴학에 대한 결의는 지금도 흔들림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충남대에서는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생 모집인원을 정하기 위한 교수·학생·교직원의 대학평의원회가 열렸고, 학칙 개정안은 예상과 다르게 부결됐다. 이때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 전공의 300여 명이 대학평의원회가 열리는 대학본부 앞에서 시위를 통해 의대증원을 뒷받침하는 학칙 개정을 부결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선우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과 전공의가 대학평의원회가 열리기 전에 호소한 게 위원들에게 잘 전달되어 낮에 학칙개정 부결이라는 결과를 받을 수 었었다"라며 "전공의가 이탈한 뒤 병원이 하루 3억3억 원씩자가 발생하고 경영위기를 겪는 것은 그동안 누구의 희생을 강요하며 운영되었던 것인지 우리에게 반문하고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에 대한 근로개시 명령은 군부정권 유신시대의 긴급조치보다 더한 기본권 침해이며 대학의 자율성은 퇴행하고 총장과 대학은 교육부에 예속되었으며 의대는 그에 따른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배장환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 "우리의 싸움은 정당하고 하나의 틀림도 없어 국민을 보고 뚜벅뚜벅 앞으로 가면 된다"라고 외쳤다.

IMG_7441_edited
대전과 충남북 의사회가 개최한 집회에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사진=임병안 기자)
배 위원장은 "정상적인 교육정책이라면 의과대학 2025년 입학정원을 지금 바꿔서 당장 결정할 게 아니라 지금 발표하는 의대정원은 빨라야 2026년 또는 2027년 입학 기준이 맞을 텐데 학내 토론기구도 거치지 않고 교무회의와 평의원회까지 압박해 정원조정을 마무리하고 있다"라며 "저희 충북대의과대가 200명 정원으로 증원된다면 그에 맞는 인턴을 교육하기 위해 충북대병원의 780병상은 인턴 120명 기준으로 3200병상이 되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초거대 의과대학으로 바꾸는 것이 옳은 조치입니까?"라고 목소리 높였다.

나상연 대전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대한민국정부 정책에 의한 한국의료가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선언했고,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은 "진료현장에서는 의사에 대한 적개심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믿음과 신뢰로 운영된 의료시스템은 내부붕괴를 예고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주병 충남도의사회장도 "환자에 질환이 왜 생겼는지 살피고 치료에 필요한 약을 찾아 연구하고 그러고도 부작용은 없는지 한 번 더 살핀 뒤 그래도 부족해 환자의 손을 잡는 게 의사"이라며 "2000명이라는 과학적 근거 없이 약을 투약해 한국의료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기남 대전시의사회 수석부회장이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오후 9시 30분께 집회를 마쳤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IMG_7434
대전과 충남북의사회가 5월 30일 오후 8시 대전시청 보라매공원에서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2.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3.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대덕특구 사이언스센터' 딥테크 혁신성장 허브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