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영어회화 공부하기(Let's speak English!)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영어회화 공부하기(Let's speak English!)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7-10 09: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길을 걸어가다가도 어린이들이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하면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영어 발음이 쉽지 않기에 그럴 것이다. 한번은 어린이 영어학원 앞을 지나가는데 마침 등원 소형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무심코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옆을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들의 하차를 돕는 학원 선생님도 그렇고 아이들도 영어 발음이 원어민 같아서였다. 아이들 표정도 더없이 밝았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려 나란히 줄을 서서 나머지 원생들을 기다렸다. 모두 내리자, 아이들은 선생님의 구호로 버스 기사를 향해 고맙다고 인사한 후 줄을 서서 나란히 학원으로 향했다. 걷는 것도 신나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기특하면서도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저 아이들은 영어 회화를 배우는 것이 정말 즐거울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공부할 것이 많을 텐데, 영어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까, 우려도 되었다.



아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문득 오래전 그만한 아이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은 지금쯤 대학생이 되어있을 텐데, 보고 싶다. 나는 그 당시 '해외유학원'에 근무하고 있어서 미국을 자주 다닐 때였다. 미국 유학을 앞둔 학생이 미대사관에서 유학 비자를 받을 때 필요한 영어 인터뷰를 연습시키는 것을 본 지인의 부탁으로 4~5세 어린이 그룹과외를 하게 되었다. 한 팀이 대개 5~6명 정도였는데 아이들 엄마는 뒤에서 구경했다. 아니, 구경이라기 보다도 감시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잘 가르치는지.

나는 물론 아무래도 좋았다. 매주 한 번이었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예뻐서 정말 진심을 다해서 가르쳤다. 미국에서 본 대로 유치원에서 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단어 읽기는 미국에서 가져온 원본으로 갖은 액션을 취하면서 가르쳤으니, 아이들이 마냥 신기해했다. 그런데 영어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매사에 적극적이 되어간다며 주중 2번 해달라고 했지만 시간상 할 수 없었다. 한번은 한아이의 엄마랑 대화 중에 그 엄마가 말했다. "남편은 선생님이 굉장히 예쁜지 알아요." "네?" "우리 애가 남편이 퇴근 후 집에 오기만 하면 영어 선생님 얘기를 하며 예쁘다고 말해서요." 나 참, 그럼 내가 이쁘지 않다는 건가. 사실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는 말이기는 한데 기분이 좋았다.



그 즈음은 유학원 일로 일 년에 최소 봄, 가을 두 번 미국에 가면 대개 한 달 이상 있어야 해서 그룹과외를 얼마 못했지만, 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이들은 그 후로도 영어회화 과외는 계속했지만 적응을 못한다고 그 엄마들한테서 연락을 받기도 했다.

외국어를 꼭 배워야 할까. 이 말은 외국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한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외국어는 필요에 의해서 배울 테니까 말이다. 사실 외국어 공부는 굳이 여행만을 위해서가 아니고 외국 서적을 읽으려면 글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이다. 시야가 넓을수록 행복의 지수도 높아진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많이 알수록 시야도 그만큼 넓어져서일 것이다.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 외국 여행을 갔다고 해도 그 나라 언어를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다면 그림만 보고 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다. 다만 외국어 중에 영어를 우선시하는 것은 대부분 국가가 공공시설에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표기를 해놓아서다.

유학원에 근무할 때는 매년 방학마다 초·중·고 학생들을 인솔해서 미국 LA에서 어학연수를 진행했었다. 나는 주로 국내에 있으면서 현지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을 서포트해 주었다. 출입국 때마다 팀을 인솔, 공항으로 가서 배웅해 주곤 했는데 출국할 때와 입국할 때 학생들의 표정이 확연히 달랐다. 출국할 때는 단지 여행 간다는 분위기였다면, 입국할 때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온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표정 또한 씩씩해 보였던 것도 잊히지 않는 것 중 하나이다.

귀국하고 거의 한 달 정도는 미국 생활을 못 잊고 그리워한다고 하니 그것만 해도 굉장한 소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실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조기 유학을 가는 학생도 종종 있었다.

실은 나도 요즘 "영어회화 공부하기(Let's speak English!)"에 전력을 쏟고 있다. 미국 여행은 '코로나19' 국내 발생하기 바로 전에 갔다 온 후로 영어는 단 한마디도 말할 기회가 없다 보니 내가 언제 영어로 거침없이 말했는지 생각조차도 잊을 정도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의 제목처럼 틈이 날 때마다 영어 단어를 찾아 더듬거리며 옛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프리토킹(Free Talking)이 가능할까.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2.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개 부문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충남경제진흥원 '2025 중소기업 육성자금' 기업 만족도 94.5%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