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조선시대 선조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버텼을까?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조선시대 선조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버텼을까?

최정민/평론가

  • 승인 2024-08-13 13:31
  • 수정 2024-08-13 13: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삼복더위가 찾아왔다. 폭염주의보 안내 문자가 잦아진 요즘이다. 사계절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못지않게 온도가 높고, 동남아시아 못지않게 습하다. 에어컨이 없던 조선시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삼복더위를 이겨냈을까?

조선시대에는 유교사상으로 인해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반팔과 반바지는 생각조차 못했던 시대다. 선조들이 여름에 즐겨 입었던 여름 의복으로는 삼베와 모시가 있다. (그림 1). 시원하고 바람이 잘 통해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질겨서 찢겨지는 일도 드물었기에 노동을 하는 서민들에게는 제격이었다. 반면 양반이나 왕실에서는 여름에도 비단옷을 입었다. 그들은 일반 서민들처럼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고급 원단인 비단을 착용한 것이다. 신분사회인 조선은 여름을 나는 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1
(그림 1) <모시적삼>, 안동시립민속박물관 소장
조선 시대 복날의 세시풍속으로는 탁족(濯足)과 빙표(氷票)가 있다. 탁족은 '발을 씻는다'라는 의미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잊는 조선시대 피서법이다. 우리가 열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바다와 계곡을 찾아가는 것처럼 선조들은 탁족을 하러 강과 계곡을 찾았다. (그림 2). 빙표는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빙고(藏氷庫)에서 얼음을 탈 수 있는 표를 뜻한다. 빙표는 궁중에서 벼슬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하사한 것으로, 서민들은 구할 수 없었다. 냉동고가 없던 조선시대의 얼음은 그 무엇보다 귀했고, 신분이 높았던 선조들은 얼음을 활용하여 여름을 보냈다.

2
(그림 2) 조영석(趙榮?, 1686~1761), <노승탁족도(老僧濯足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시대 선조들의 피서법뿐만 아니라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현대와 비슷하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 방법으로는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을 먹었다. 선조들은 현재의 이온음료 격인 제호탕(醍瑚湯)과 생맥산(生脈散)은 몸의 열기를 내리는데 탁월했다. 제호탕은 매실차로 왕실에서 선호하던 음료였다.

여름에 숭늉처럼 마셨던 오미자 음료인 생맥산은 『조선왕조실록』에 20번, 『승정원일기』에는 871번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선조 29년 5월 16일(1596) 기사에서는 '선조가 임진왜란 중 고생하는 대신에게 여름 옷감과 노자로 쓸 은자(銀子) 몇 냥과 함께 생맥산을 하사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생맥산의 효능이 기록되어 있다. 생맥산은 여름에 차로 마시는데 복약에 구애받지 않고 복용한다. 한방음료인 생맥산은 인삼, 맥문동뿌리, 오미자를 1:2:1 비율로 달인 뒤 물처럼 마셨다. 생맥산은 '맥이 살아나게 하는 약'이라고 불린 만큼 무더운 여름에 제격이었을 것이다.

여름철 보양 음료인 생맥산은 조선 21대 왕 영조(英祖, 재위 1724∼1776)도 즐겨 마셨다. 영조와 생맥산에 대한 재미난 일화를 소개한다. 『조선왕조실록』 영조 12년(1736) 4월 24일 기사에는 신하 조명겸이 집권 기간 내내 금주령을 내린 영조에게 '술을 몰래 드시냐'는 질문을 하게 되면서 '생맥산'이 언급된다. "항간에 전해지는 말을 들으니, 성상께서 술을 끊을 수 없다고들 합니다. 허실을 알 수는 없지만 조심하고 염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 하니, 영조는 "내가 목이 마를 때에 간혹 오미자차를 마시는데, 남들이 간혹 술인 줄 의심해서이다."라고 답하였다. 영조가 술을 생맥산으로 위장하여 마셨는지, 생맥산을 섭취했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폭염으로 부터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

최정민/평론가

최정민
최정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 사출 성공… 교신 시도 중
  2. 민주진보 세종교육감 '임전수 후보' 선출… 6자 구도 새판
  3. [교단만필]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과학교사로 함께 한다는 것
  4.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5. 충남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추진
  1. 與 대전시장 경선 대세론 허태정이냐 장-장 연대 뒤집기냐
  2. "직업환경 보건 지켜질 때 사고와 참사도 예방할 수 있어"
  3. 교육부 라이즈 재구조화…"시도별 성과 미흡 과제도 폐지"
  4.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시민참여 N행시 공모전
  5. [사이언스칼럼] 문제해결형 탄소 활용 기술

헤드라인 뉴스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또다시 단전위기 둔산전자타운…관리비 납부 갈등 봉합 '난항'

전제자품 전문상가인 대전 둔산전자타운이 점포 입점상인 간의 관리비 징수와 집행 주체에 대한 갈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조차 납부하기 어려워 또다시 단전 경고장이 게시됐고, 주변 상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대전 서구 탄방동의 둔산전자타운은 입구부터 단전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붙은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요금을 오랫동안 연체한 탓에 1차 복도와 편의시설부터 단전을 시작해 2차 엘리베이터와 급수용 그리고 상가점포와 사무실까지 단전에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건물 전체에 단전이 이뤄질 수 있..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의·치대 진학 감소세 "이공계 중시 정책 효과"

영재고·과학고 학생들의 의·치대 진학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기조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2024학년도 대비 2026학년도 42% 감소했다. N수생을 포함한 수치로, 2024학년도 167명에서 2026년 97명으로 줄었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2025학년도엔 157명이 의대에 진학했..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 문화로 다시 숨 쉬다…도시재생과 예술의 결합

대전 원도심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 확장과 함께 문화 인프라가 신도심으로 이동하며 점차 활력을 잃어왔다. 공연장과 전시시설, 문화공간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역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대전시가 원도심의 역사성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도시재생과 예술을 결합한 '3대 특화 문화시설' 조성을 통해 원도심을 다시 문화 중심지로 복원하고, 일상 속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업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벚꽃 활짝…대전에 봄 왔네

  •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고유가에 운행 포기 속출

  • 대전 도심을 푸르게 대전 도심을 푸르게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