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내 안에 사랑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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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내 안에 사랑 없으면

이성관 동명중 교사

  • 승인 2024-08-15 15:52
  • 신문게재 2024-08-1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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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관 동명중 교사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는 교사가 되지 말자.'

학부 시절 교육 실습 현장을 경험한 후 나름대로 예비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찰해 본 한마디다. 그리고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지 한 학기가 지난 지금, 그 한마디는 여전히 나의 숙제로 남아 있다.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의 교육적 언행을 지탱하는 동기와 우선순위가 좀 더 고상했으면 하는 욕심이다. 하지만 그것이 관념적이기만 한 슬로건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학생을 위한 일인가?'를 먼저 고민해 보라는 선배 교사의 지극히 담백한 조언 덕분이었다. 방향이 없었던 목표에 나침반이 되어 준 것이다.

'학생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는 동명중학교의 곳곳에서 배울 수 있었다. 담당 교과 수업을 위해 연구에 힘쓰시는 동료 교사들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학생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동명 윈드 오케스트라, 미래 사회를 선도할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는 영상 창작 시간, 워터 리사이클링을 통한 생태 전환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워터밤 페스티벌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인격적 성장과 정서적 안정,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길러주는 것이 '학생을 위한 일'임을 알게 됐다.

여름방학 새빛 독서캠프는 그 연장선이었다. 방학 중에 독서 교육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는 것이 적잖은 부담이었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다소 도전적이라고 생각했던 난이도의 책을 끈기 있게 읽어냈을 뿐 아니라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독서 골든벨을 위한 객관식 문제도 직접 출제하는 등 책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더해 나갔다. 독서캠프 참가 신청에 시큰둥하던 학생이 참가하기를 잘했다며 진심 어린 소감을 전할 때 비로소 '학생을 위한 일'을 실천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찾아오면, 순간의 보람이 무색하게 다시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워낙 변화무쌍해서 하루마다 다르고 시간마다 다른데, 방학을 보내고 온 아이들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적당한 두려움과 동시에 책임감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학생들은 그 변화의 초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옮겨주기만 한다면 기대 이상의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치를 발견하고 배움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진로와 삶을 개척하고, '성'공적인 비전을 실현하는 '가능성'은 동명중학교의 교육목표 중 하나다. 어느 날은 잦은 말썽으로 수차례 생활지도를 받던 학생이 선생님을 실망케 한 것 같아 죄송하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린 적이 있다. 한편으로는 그저 말뿐인 것 같아 괘씸했지만, 잘못된 행동이 너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그 말은 들은 학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적처럼 생활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는 것은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 학생은 여전히 말썽꾸러기였고, 가끔은 전보다 더 심해 보이기까지 했으며, 나의 인내와 이해를 시험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이 본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잘하는 일은 더 잘하려 애썼고, 문제 행동에 대해 억울함을 항변하며 구구절절 변명하기보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는 폭도 넓어져 갔다.

자칫 '일시적인 변화', '말뿐인 변화'로 보일 수 있는 모습들이 '작은 변화', '변화의 가능성'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학생을 진정으로 위하고 사랑할 줄 아는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글의 첫 문장과 같은 순도 100%의 아가페를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해 사랑하는 교사'로서의 소소한 걸음을 뗀 나를 응원한다. 그리고 함께 아이들을 사랑해 나갈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이성관 동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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