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파리 올림픽과 셀린 디옹, 그리고 친환경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파리 올림픽과 셀린 디옹, 그리고 친환경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4-08-18 17:04
  • 신문게재 2024-08-1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asdddd
이형권 교수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열린 제33회 하계 올림픽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에 총 21개 종목에 144명(남 66명, 여 7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의 238명보다 94명이 줄어든 규모였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의 50명 이후 48년 만에 선수단의 규모를 최소화해서 참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 성적은 규모에 비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총 32개를 획득하여 종합 8위를 했다.

파리 올림픽 금 13개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획득했던 금메달 숫자와 같다. 종합 8위 성적은 미국, 중국, 일본,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에 이은 것인데, 이는 9위인 이탈리아와 10위인 독일을 앞선 것이다. 올림픽 성적은 그 나라의 국력과 일치한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 경쟁력은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과학의 역량이 총동원되어 성취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양궁뿐만 아니라 펜싱과 사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양궁은 대회 10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하여 우리나라가 주몽의 후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었다. 개최국 프랑스가 강세였던 펜싱 종목에서의 선전도 눈에 띄는 성과였다. 사격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예지 선수의 시크한 표정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파리 올림픽의 특급 화제였다.

한편, 이번 대회는 역대 올림픽사상 가장 많은 프로포즈가 있었다고 한다. 대회 개막 전 아르헨티나 핸드볼 선수 파블로 시모네가 같은 나라의 하키 선수 필라프 캄포이에게 청혼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중국 선수들이 프러포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매체마다 숫자가 다르긴 하지만 10건 내외의 프로포즈가 있었다고 한다. 낭만의 도시, 사랑의 도시 파리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개막식에서 울려 퍼진 셀린 디옹의 노래 '사랑의 찬가'였다. 이 노래는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불러서 큰 인기를 누린 곡인데, 이번에 셀린 디옹이 부르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당신이 원한다면 조국도 친구도 버리겠다는' 가사는 사랑의 절대적인 가치를 강조하여 개막식을 보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셀린 디옹의 노래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호소력 있는 가창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 편의 굴곡진 드라마, 혹은 인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도전하는 올림픽 정신과 흡사하다.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병인 SPS(강직인간증후군)에 걸린 그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걷는 것조차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인간 승리의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또 하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친환경 대회였다는 점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친환경 건축,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낮은 탄소 발자국 목표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추구했다. 경기장은 환경친화적 올림픽을 위해 신축을 최대한 자제하고 기존의 문화재 강장이나 건물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물론 참가자들이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으나, 큰 틀에서는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대회에서는 주 경기장이 곧 개회식장이자 폐회식장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의 개회식은 센강과 에펠탑에서 열렸고, 폐회식은 육상 종목의 주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렸다. 파리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제전에 머물지 않고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에 관한 고민을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이형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2.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3.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4.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5. [문화人칼럼] 쵸코
  1.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2.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3.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4.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5. 백강포럼, 백소회 회원 조성관 소장, 조세현 이사장 등에게 백강교육대상 수여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 산단 535만 평 조성에 박차…신규산단 4곳 공개

대전시가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산단 4곳을 공개하며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 조성 확장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전시의 산업단지 535만 평 조성계획은 현재 13곳 305만 평을 추진 중이며, 이날 신규 산단 48만 평을 공개해 총 353만 평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원촌 첨단바이오 메디컬 혁신지구는 유성구 원촌동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를 활용한 바이오 중심 개발사업이다. 당초 하수처리장 이전 부지에 약 12만 평 규모로 조성계획이었으나,..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