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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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진심

추연화/보령 대천여자중학교 교사

  • 승인 2024-08-29 10:46
  • 수정 2024-08-29 11:12
  • 신문게재 2024-08-30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보령_대천여자중 교사 추연화 (1)
추연화 교사
학창 시절 동안 나는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여전히 생각나는 건 무엇을 하든 잘할 거라며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주셨던 담임선생님이시다.

졸업식 날 선생님께 그동안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편지를 써서 드렸다. 선생님은 편지를 받으시면서도 다시 한번 '연화는 무엇을 하든 잘할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를 보며 선생님의 말씀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같은 교사가 되기 위해 몇 년 동안 임용 공부를 했지만 여러 번 불합격하였다.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 또한 성장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으나 결과를 중요시하는 나로서는 계속된 불합격 앞에서 그저 좌절의 연속인 나날을 보낼 뿐이었다.

마침내 이러한 동굴 속에서 벗어나 비로소 합격이라는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앞에 맞이한 여러 현실이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임용 수업 실연은 모든 학생의 눈이 빛나고 다양한 대답이 넘쳐나는 적극적인 참여가 있는 수업을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의 집중력은 10분이 채 가지 못해 우유를 마시거나 수업과 관련 없는 급식 메뉴를 이야기하는 등 악의 없는 산만함 그 자체였다. 이는 나의 화를 돋우었다. 화남도 잠시 회의감이 몰려왔다. '내가 수업을 못해서 학생들이 집중을 못 하는 건가?' 이 의문은 '나는 교사랑 안 맞는 건가?'라는 생각으로까지 번져 버렸고 이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사가 지녀야 할 '진심'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지적하되 칭찬할 점은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임용 면접 공부를 할 때 무수히 반복해서 말했던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실천하려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올해 스승의 날에 1학년 학생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MBTI 대문자 T로서 감정의 변화가 크게 없다고 자부하는 내가 학교에서 편지를 읽다가 울컥하여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 편지에는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며 말씀하시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선생님이 얼마나 진심이신지, 얼마나 저희를 배려하며 말씀하시는지가 다 느껴집니다. 자신의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이미 제 꿈을 이루신 분입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제자가 된 이상 저는 이미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중학교 생활에 첫 번째 행운입니다.'라고 쓰여있었다. 평소에도 내게 가장 좋다고 여러 번 말하던 학생이었기에 그저 너스레인 줄 알았는데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생각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진심을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 지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편지를 받고 나니 그래도 나의 진심을 적어도 한 명은 느꼈구나 싶어 감격스러웠다. 또한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질문들에 대해서도 '교사로서의 나를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저번 주말 교직이수를 같이 했던 친구를 몇 년 만에 만났다.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너 그거 알아? 학생들에 대해 말하는 너의 표정이 참 빛나. 교사는 너같이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친구의 과분한 칭찬에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듬뿍 담기로.

추연화/보령 대천여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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