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0강 파경재불조(破鏡再不照)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0강 파경재불조(破鏡再不照)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4-09-10 10:3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00강 破鏡再不照(파경재불조) : 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추지 못한다.

글 자 : 破(깨뜨릴 파) 鏡(거울 경) 再(거듭 재/두 번) 不(아니 불) 照(비출 조)



출 처 : 사기(史記) 제, 태공세가(齊, 太公世家) 습유기(拾遺記) 왕가(王嘉)

비 유 : 한번 이혼(離婚)한 부부(夫婦)는 재결합(再結合)하기가 어렵다.





우리 속담(俗談)에 '엎질러진 물이요, 쏜 화살'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한 번 벌인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또는 한 번 헤어진 부부(夫婦)나 친구(親舊)는 다시 결합(結合)하기 힘들다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동의어(同義語)로는 이발지시(已發之矢, 이미 쏜 화살), 복수불수(覆水不收, 엎어진 물은 회수할 수 없다) 낙화난반지(落花難返枝, 한번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되돌아갈 수 없다) 言生更難收(언생갱난수, 말한 것은 다시 걷어드리기 어렵다) 등이 있다.

이 이야기는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는 강태공의 이야기로 약 3,000여 년 전 중국의 고대국가인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나라의 폭군인 주왕(紂王)을 몰아내는데 큰 공을 세워 그 공로(功勞)로 제(齊)나라의 제후(諸侯)가 된 강상(姜尙/ 후일 강 태공)이 젊고 벼슬하지 아니하였을 때의 이야기이다.

강상(姜尙)의 아내 마씨(馬氏)는 학문에만 열중하고 가정은 아예 돌보지 않는 남편을 몹시 원망하며 살았다. 남자의 경제활동 부재로 강상(姜尙)의 집은 매우 가난했다.

따라서 아내 마씨(馬氏)는 남의 집에 가서 하루 품을 팔아 가정을 돌보면서도 틈틈이 가을철이 되면 추수가 끝난 남의 논둑, 밭둑에 피(稷)를 훑어 말려 그것을 빻아서 양식으로 삼아 먹고 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남의 논에서는 버리는 피(稷)를 훑어서 마당에 멍석을 펴고 그 위에 피(稷)를 널어놓고 남의 집에 품을 팔러가면서 글을 읽고 있는 남편에게 말하기를 "여보 오늘 비가 올 것 같으니 비가 올 때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멍석에 널은 피(稷)를 걷어 들여 주세요!" 라고 신신당부하고 나아갔다.

그날따라 아내가 돌아오기 전 소나기가 쏟아졌고, 남편을 믿고 안심했던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멍석을 치우지 못해 애써 훑어온 피(稷)가 몽땅 물에 씻겨 떠내려갔다. 그런데도 남편은 여전히 글 읽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아내 마씨는 손이 부르트도록 훑어 온 피(稷)가 빗물에 다 떠내려갔으니 화가 날대로 났다. 그래서 마씨 부인은 "당신 같은 사람과 살다가는 밥 굶어 죽겠다."고 하면서 그만 보따리 싸가지고 집을 나가고 말았다. 이 때부터 강상(姜尙)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고, 이후 글과 낚시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사냥하러 왔다가 강상(姜尙)과 만나게 되고, 그의 학문과 재능을 인정한 문왕(文王)은 그를 등용(登用)하여 포학(暴虐)한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주(周)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功)을 세웠다. 이에 일등공신(一等功臣)이 된 강상(姜尙)은 제(齊)나라 초대 왕(제후)이 되어 부임하게 된다.(이후 강 태공)

부임하는 날 많은 사람들이 길에 엎드려 신임 왕을 환영하는데 강태공(姜太公)눈에 낯익은 노파가 눈에 띄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헤어진 부인 마씨(馬氏)였다.

강태공(姜太公)이 그 여인을 자기 가마 앞으로 불러 말을 하다 보니 마씨(馬氏)도 익히 듣던 목소리라 눈을 들어 보니 엣 남편임을 알고 엎드려 말하기를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저를 거두어 주소서"라고 애원하면서 재결합(再結合)을 요구 했다.

그러자 강태공(姜太公)은 수행원에게 물 한 동이를 길어오게 하고, 마씨(馬氏)에게는 그 물을 땅에 쏟아 버리라고 한 다음,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동이에 담아 보라고 하였다. 마씨 부인은 물을 다시 담으려고 했으나 담지 못했다.

그러자 강태공이 말하였다. "그대는 이별했다가 다시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은 동이로 돌아갈 수 없고, 깨진 거울은 다시 비칠 수 없다.(覆水不返盆 破鏡再不照/복수불반분, 파경재불조)"하면서 마씨 부인을 거두어 주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서 곤경과 역경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의 필요(마씨 부인)와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작은 노고는 감수해야 한다(강태공)는 엇갈린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의 중요성에 비추어 본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한번 맺어진 인연은 헤어지는 불행이 있으면 안 된다.

요즈음 인생후반에 많이 발생하는 이른바 황혼이혼(黃昏離婚)이 많다. 행복을 위해 자기주장만 앞세워 갈라서지만 그 시간 이후부터는 오히려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다.

선조(先祖)들께서는 남녀결합을 천륜(天倫)이라 하고, 결합으로 이루어진 가정(家庭)은, 서로 백번이라도 양보, 이해하고 살아야함을 최우선적 가르침으로 삼았다.

본 고사(古事)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0여 년 전 일이다.

여성의 역할이 중요시 되는 요즘 현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무능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준 부인을 동정하고, 아내를 버린 남자를 잘못된 사람으로 비판하는 독자가 더 많다.

어떤 사람 의견은 '밥 굶기는 무능한 남편을 떠났으면 잘 살아 멋진 모습으로 보라는 듯 당당하게 나타나야 한다.'는 동정하는 의견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남자가 일국의 재상까지 되어서 출세했다면,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옛 시절을 생각해서 너그럽게 받아 줄 수 있는데, 뭘 그리 유달리 문자까지 써가며 냉정하게 대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많다. 정답은 없다 답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천륜(天倫)을 소중하게 여겼던 옛 선현(先賢)들의 교훈은 어떠했을까?

夫婦人倫之始 萬福之原(부부인륜지시 만복지원

雖至親至密而亦至正至謹之地(수지친지밀이역지정지근지지)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다. 비록 지극히 친하고, 지극히 가까운 사이지만, 또한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삼가(조심/공경)해야 하는 관계이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이 맏손자 이안도(李安道)의 혼례 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부부지간에 예의(禮儀)를 지키며 서로 공경(恭敬)하는 삶이야말로 백년해로(百年偕老)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일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햇잎푸드, 100만불 정부 수출의 탑 수상... "대전을 넘어 전 세계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국제디지털자산위, 필리선 바타안서 'PPP 개발 프로젝트 밋업' 연다
  1.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