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미래의 실크로드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 칼럼] 미래의 실크로드

대전향토연구회 백남우

  • 승인 2024-10-09 17:27
  • 신문게재 2024-10-10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4061901001345000054621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지금의 대전역 광장은 동서 관통로가 뚫리고 역 광장에는 택시 승강장 등이 들어오면서 매우 복잡하고 답답한 형상이다. 그러나 전에는 대전역의 넓은 광장에서 대전시민들은 대규모 집회나 초 파일 연등 행사 등 시민들의 광장으로 역할을 한 곳이었다. 아침에 인근 지역에서 통근열차가 도착하면 직장인들이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광장을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꽃피는 봄날 대학생들이 통기타를 메고 금강 상류 심천 미류나무 섬으로 완행열차로 엠티를 떠나던 낭만의 장소이기도 했다. 대전역 광장은 대전시민들의 추억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여러 사연이 깃든 그러한 곳이었다.

한밭 벌에 철길이 놓이고 철길을 따라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대전의 근대가 열렸다. 대전은 철도로 인해 성장한 도시이지만 한국전쟁 때는 철도로 인해 도시가 폐허가 되기도 했다. 유년 시절 부친과 완행열차를 기다리며 플랫 홈에서 가락국수를 먹었던 추억과 서울 유학 시절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통일호 기차를 기다렸던 곳도 대전역 플랫 홈이었다. 까까머리로 군대에 징집되어 군용열차를 타고 훈련소로 입영한 곳도, 일제 강점기 부친께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어 관동군으로 끌려갔다가 광복 후에 간신히 살아 고향으로 돌아오신 곳도 이곳 대전역이었다. 오랫동안 객지 생활에서 돌아와 대전역에 도착하면 넓은 대전역 광장은 아늑한 어머니의 품과 같이 안아주었다.

지난 팔월 초 대전의 지역학 연구모임 단체인 '대전연구회'에서는 열차를 타고 몽골과 러시아 바이칼 지역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이번 답사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몽골 종단 철도의 일부를 이용하였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러시아 철도가 운영하는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브스키 역에서부터 블라디보스토크의 블라디보스토크역 구간을 연결하고 있는 세계 최장의 철도이다. 몽골 종단 철도는 러시아의 울란우데에서 조금 떨어진 자우딘스키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 본선에서 분기해 몽골을 남북으로 종단하여 중국의 베이징시까지 연결된다. 이번 답사에서는 바이칼 호수와 몽골초원을 가로지르며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유적을 둘러보았고,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초원과 언덕을 만끽하며 그들의 삶과 정신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특별한 답사였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베를린 올림픽 육상 마라톤의 손기정, 남승룡 선수나 일제 치하에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이 탔었던 철도이다. 또한 연해주에 정착한 고려인들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집단이주 되었던 절망의 철도이기도 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과거 냉전 시대에 단절의 땅이었다. 이 철도는 러시아를 통하여 드넓은 유럽으로 나가는 대륙으로 가는 길이다. 고대 실크로드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단순한 무역의 길이 아닌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 문명과 문화의 교류를 가져왔듯 철의 실크로드라 불리는 동아시아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몽골 종단 철도는 문화와 문명을 실어 나르고 세계 평화를 만드는 미래의 실크로드라 할 수 있다. 대전역 플랫 홈에서 대륙을 향한 기차를 타고 광활한 몽골초원과 바이칼과 시베리아를 거쳐 파리, 런던까지 여행할 미래의 실크로드 역으로 대전역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