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학생들과 함께한 다사다난했던 1박 2일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학생들과 함께한 다사다난했던 1박 2일

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 승인 2024-10-17 17:29
  • 신문게재 2024-10-1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41017102539
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지난 9월 23~24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대전학생해양수련원으로 '2024학년도 해양 교육 수련회'를 다녀왔다. 버스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하니 대천해수욕장의 넓고 하얀 모래사장, 푸르고 높은 하늘, 그리고 드넓고 맑은 바다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군인 시절 해상 훈련의 기억을 떠올리며 '안전, 안전 또 안전!'을 머리에 되뇌었고 학생들의 구명조끼를 단단히 입혀주었다. 학생들은 8~10명씩 조를 이루어 친구들과 보트와 카약을 모래사장으로 직접 운반했다. 모래사장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노를 잡고 젖는 방법 등을 익힌 뒤 바다로 1개 조씩 출발했다. 얼굴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교내 교육 행사 시 이곳저곳 뛰어다니느라 정작 담임선생님 노릇을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평소에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이번 수련회만큼은 함께 노를 젓겠다고 다짐했었다. 우리 반 남학생 7명과 한 팀이 되어 보트를 타고 '하나~ 둘! 하나~둘!' 소리높여 바다를 향해 열심히 노를 저었다.

우리 반 반장 "선생님, 팔이 떨어질 것 같아요."



담임선생님 "아니야, 안 떨어져. 정신력이 나약하구나! 얼른 구령을 넣거라!"

학생들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계속 젓다 보니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이어서 지도 교관이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보트 위로 올라올 것을 주문했다. 학생들이 머뭇거렸고 필자는 솔선해 바다로 풍덩 몸을 던졌다. 구명조끼를 차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두려울 수 있기에 응원해 주었고 우리 조는 전부 바다에 둥둥 몸을 맡겼다.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나왔고 학교에서 유일한 내 또래 남자 선생님이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clip20241017102605
clip20241017102634
해변 한쪽 그늘막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여러 선생님이 계셨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수고로운 선생님들을 위해 시원한 커피를 사 오셨다. 아침부터 여러모로 피곤했던 나는 그 커피가 너무도 반가웠다. 해양 교육을 마치고 남아있나 가보았으나 커피는 없었다. 나도 마시고 싶었는데….

저녁에는 레크레이션이 진행됐다. 전교생이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들며 공동체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대망의 장기자랑 시간. 사전에 신청한 학생이 적어 내심 안타까웠다. 그런데 나는 학생자치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아니던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로 올라갔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학생들이 좌우로 손을 흔들며 함께 불러주었다. 이후에 즉석에서 장기자랑에 도전하겠다며 마구마구 손을 들어주는 학생들을 보며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는 취침 시간. 깨끗이 씻고 이불은 잘 펴두었는지, 방은 잘 정리해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점호를 진행했다. 점호를 마치고 바로 잠들기를 바랐지만, 친구들과 수련회를 왔는데 과연 잠들 수 있을까? 역시나 바로 자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또래 남자 선생님과 나는 10~3시까지 복도에 의자를 두고 앉아 윙윙 달려드는 모기를 쫓아내며 대천에서의 밤을 보냈다.

불침번을 끝내고 꿀맛 같은 단잠도 잠시. 4시 50분경 갑자기 화재경보기의 사이렌 소리가 마구 울렸다. 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뛰쳐나갔다. 모든 선생님은 학생들을 대피시켰고 나는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곧장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결론은 오작동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실제 상황이었다. 어느 여선생님은 손바닥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른 채 방문을 두드리며 학생들을 깨웠다. 평소 학교에서 진행해온 대피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 계기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해준 학생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둘째 날 아침을 맞이했다. 해변 산책과 해양골든벨을 끝으로 교육 활동을 마무리했다. 비록 2시간도 제대로 못 잤지만, '무사고'로 수련회를 마칠 수 있었다. 대천 앞바다에 나가 학생들과 함께 보트 위에서 노를 젓고, 바다에 풍덩 들어가며, 저녁에는 노래도 부르고, 불침번을 서고 화재 대피까지 한 3년 차 교사의 기억은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보트 타고 노 젓기 #바다에 풍덩~ #저녁에는 노래♬ #불침번 #새벽에는 긴급대피

clip2024101710265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3.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