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국정농단'과 '국정운영'의 심판을 법치에 맡겨보자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국정농단'과 '국정운영'의 심판을 법치에 맡겨보자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11-18 16:58
  • 신문게재 2024-11-1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2004년 7월 27일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이런 말을 한다.

"자유주의적 미국과 보수적 미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있습니다. 흑인 미국, 백인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있습니다."

이 명연설은 선거가 있을 때면 되뇌게 된다. 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득표율로는 50%를 갓 넘겨서 당선되었다. 그런데 마치 보수 백인층의 승리인 것처럼 행세한다. 비단 미국선거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50%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지금 윤 대통령을 보면 그에게 던지지 않은 50% 이상의 표는 그냥 사표(死票)였을 뿐이다. 전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아도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다수결의 원칙인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이면서 아킬레스건이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 국정 동력을 얻는다는 것은 그저 민주주의 국가의 이상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제 식구 챙기기만 하는 것도 꼴사나운 일이다.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20%대 초반을 맴돌고 있다. 단임제고 지지율이 어떻든 내 갈 길 간다는 뚝심은 흉볼 일은 아니다. 문제는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만 그치질 않는다. 서서히 물밑에서 올라오고 있다.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교수들이 전국적으로 늘어가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권 퇴진 촛불집회가 매주 군불을 때고 있다.



경희대학교·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226명의 이름으로 낸 시국선언문은 그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에 거짓이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이 문구는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욕 안 먹고 원만히 하길 바라는 일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국정운영과 국정농단을 놓고 아직은 진영 간에 기 싸움을 벌이는 형세이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법정 선고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나오면서 전선은 더 격한 대치 상황을 맞았다. 대한민국 정치는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이 정권은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인가?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것인가? 국민의힘 국회의원 8명만 이탈하면 탄핵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전철을 밟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같이 정치 진영이 확고한 상황에선 호기롭게 나섰다가 낙인만 찍히고 낙동강 오리알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사상 최고치이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경제지표가 대공황 직전의 징조를 보인다는 말을 한다. 정말 주식이나 부동산같은 실물가치는 추락하고, 비트코인같은 투기성 자본만 판을 친다.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내몰린다면 그때는 진영 간의 집회가 아니고 시위 사태를 맞을 것이다. 아마 이 정권으로서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을 잘 운영해 달라고 48.56% 표를 던졌지, 위기를 자초해 계엄령이나 발동하라고 대통령 자리를 주지는 않았다. 그때는 거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재명 방탄 집회'라고 조롱하기도 힘들 것이다. 차라리 '김건희 특검'을 받아들여 법치주의의 시험대를 삼아보는 것이 어떨지 싶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집회의 동력도 상실시키고, 지루한 법정 공방을 계속하는 동안 대통령 임기도 무사히 채울 지 모른다. 국민의힘도 속내는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