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 우울증을 날려버린 임보라의 노래 교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톡] 우울증을 날려버린 임보라의 노래 교실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12-01 11:27
  • 수정 2024-12-01 14:2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보낸 사람 떠난 사람 마음이 너무 아파요/붙잡고 싶은 마음 간절해도 소용이 없네/너와 나는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후렴: 가슴 아파 울고 우네요/우리가 남인가요/내가 내가 타인인가요♬

김정수 가수가 부른 '타인'이란 노래다. 이 노래를 김조한이란 가수 지망생이 불렀다

일흔 살이 훨씬 넘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애절하면서도 신이났다.

나이 일흔이면 보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영원히 떠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이크를 붙잡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3년 전 아내를 떠나 보냈다. 아니,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데려가셨다. 하나님보다 아내를 더 사랑하는 것을 보고 샘이 나셨던 것일까? 품안에 안고 지키고 있을 때 살며시 눈을 감게 하셨던 것이다.



붙잡고 싶은 마음 간절해도 소용이 없네

너와 나는 사랑했지만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내를 사랑하되 자신만만하게 사랑했다. 치매 앓는 5년 동안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자식들을 향해서도 아내에 대한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면 어떠랴. 내 아내인 것을. 아내가 울면 나도 울고, 아내가 깔깔대고 웃으면 아내를 품에 안고 나는 울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데려가셨다.

그래서 울적할 때마다 이곳 임보라 노래 교실을 찾는다. 중구청역 3번 출구에서 1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고, 천사처럼 맘씨 착한 가수 임보라가 반겨주기 때문이다.

3년 전 나는 가수 임보라 외모에 반해 그 심정을 언론에 고백한 바 있었다.

"중년 남정네들이라면 두뇌가 삭아내릴 정도로 아름답고 도도한 미모의 여가수 임보라"라고.

오늘도 역시 가수 임보라는 아름다웠다. 외모가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노래 교실을 찾는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가 '미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보라색 원피스를 입어 그가 임보라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미소짓는 얼굴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노래 연습생들이 많은가 보다.

오늘 평일인데다 비가 내리는 데도 열명이 넘는 연습생들이 이곳을 찾아 각자의 방마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시간보다 일찍 찾은 연습생들은 자기 방이 비워질 때까지 넓은 교실에서 노래 연습을 한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재미있는 광경이 카메라에 잡혔던 것이다.

지금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는 일흔 살이 훌쩍 넘는 김조한 어르신이시고 그 좌우에 서서 노래 부르는 분들이 어여쁜 아가씨(?)들이시다.

87ed1cbc5791899284330eb644a36a395d903a14
노래 부르는 김조한 어르신과 임보라 가수 그리고 분위기를 띄워주는 여인들.
마이크 잡은 어르신은 아가씨들이 장단을 맞춰주니 떠나간 애인 생각이 솟아올랐으리라. 그래서 이 노래, 김정수 가수가 부른 '타인'을 불러가며 솟구치는 감정을 억제치 못했으리라.

쿵짝 쿵짝, 쿵짜작쿵짝, 우리의 정서, '한'을 대변하는 트로트의 착 감기는 멜로디가 임보라 노래 교실에 울려 퍼지면 흥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의 엔카에서 비롯돼 오랜 세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뽕짝 음악.

이제는 젊은 아줌마들까지 덩실대는 감성을 이 뽕짝 음악이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런 진풍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고마웠다. 어쩌면 홀로되어 외로운 한을 달래시려는 어르신의 호흡에 맞춰 춤을 춰대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가수 임보라에게는 외모에 반하고, 함께 놀아주는 아가씨들에게는 예쁜 마음에 반하고.

그래서 오늘 뽕짝이 즐거웠던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