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04. 일반의지와 집사광익(集思廣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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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04. 일반의지와 집사광익(集思廣益)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1-23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갈등을 일으킬 때가 많습니다. 너무 취업에 얽매이지 말고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서 많은 시간을 인문 고전 읽기에 할애하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지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성과주의 사회의 초경쟁 속에서 스펙보다는 전인(全人)이 되라고 '한가한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으로 강조하게 되는 것은 인문 고전을 통해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간 본성과 삶의 보편적 진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인문 고전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경험을 탐구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문 고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는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자이며 소설가인 장 자크 루소와, 1세기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의 사자성어에서 나오는 사상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쓴 철학가로 알려졌고,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에밀'을 쓴 소설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에밀은 국가의 규칙인 법은 '일반의지'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인민 주권론'을 강조한 사람입니다. 이것이 프랑스 대혁명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하지요. 일반의지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통해 설명되는데 "개인의 사적 욕망이나 이익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공공 이익과 공동선을 반영하는 의지"인 것입니다.

루소에 의하면 우리들 하나하나는 불합리하고 부도덕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모인 결과는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거 과정이 혼탁하고 감정이었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일정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어느 한 사람이 추대됐으면, 설령 그것이 개인의 선택과는 배치되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따라서 루소는 일반의지가 제대로 작동할 때 사회는 개인의 이기심과 사익 추구에서 벗어나 공동체 번영과 정의를 이룰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루소의 일반의지는 인민 주권론을 옹호하는 개념으로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됩니다.



루소보다는 상당한 시대 차이가 있지만 중국의 제갈량은 삼국시대 촉나라의 군사 고문이었는데, 부하들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지혜를 가르칠 때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고사성어를 사용했습니다. 제갈량은 "정치를 할 때는 모든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유용한 의견을 폭넓게 흡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제갈량의 가르침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토론 문화와 주권재민의 사상으로, 이미 그 당시에 실현한 것입니다. 당시 제갈량이 주장한 집사광익은 '모든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유익한 의견을 널리 수렴한다'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거의 2000년 전 사람인 제갈량이나 300년 전 사람인 장 자크 루소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다양성과 비판, 법과 정책의 정당성 등을 제기하였고 이것을 당시 중국이나 프랑스에서 폭넓게 수용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되돌아보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동서 고전들은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두 사람이 제기한 '일반의지'나 '집사광익'을 관통하는 개념을 '집단 지성'이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즉 여러 개인의 지식, 경험, 사고력 등을 모아 하나의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역시 인문 고전에 답이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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