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응원의 힘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응원의 힘

  • 승인 2025-02-20 09:10
  • 신문게재 2025-02-20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우선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4년에 개봉한 영화 빅토리는 1999년 거제도의 고등학교 댄스 동아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댄스 동아리 단원인 필선(이혜리)와 미나(박세완)은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출신의 세현(조아람)을 영입해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사실 치어리더 동아리는 댄스 동아리방을 학교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구실이다.

치어리더팀은 동아리 유지를 명목으로 팀을 응원하게 되는데 만년 꼴찌 팀인 자신들의 학교 거제상고 축구부다. 치어리더팀을 탐탁지 않게 봤던 교장은 이들에게 거제상고 축구부를 우승으로 이끌라는 미션을 내린다.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지만 이들은 6명의 단원을 추가로 모집해 9명의 치어리더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한다. 신기하게도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축구팀은 '밀레니엄 걸즈'의 응원을 받으며 승리에 대한 동기 부여를 받게 되고 이어진 전국 대회에서 연승을 거두며 4강까지 진출한다.

축구부 감독마저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시골 축구팀을 4강으로 이끈 원동력은 '응원'이었다. 경기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춤과 노래로 힘을 주는 치어리더들을 보며 선수들은 숨겨졌던 잠재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밀레니엄 걸즈는 축구팀뿐 아니라 자신들의 아버지가 다니는 조선소에도 힘을 불어넣는다. 열악한 작업장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 시위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치어리더가 깜짝 등장해 공연을 선보인다. 장기간 시위에 지쳐 있던 노동자들은 딸들의 공연을 보고 마음을 다잡고 회사에 대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영화 속의 뻔한 스토리 같은 야이기지만, 사실 영화는 1984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고생 치어리더 '새빛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여 영화의 감독은 개봉에 앞서 "지금 같이 응원이 필요한 시기에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을 응원하고, 나를 응원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1등이 아니어도 된다'는 마음도 전하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를 전했다.



스포츠 현장을 20년 넘게 누비고 있는 기자는 '응원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지역 연고 축구팀인 대전하나시티즌의 서포터 '대전러버스'는 대전이 창단하던 1997년 골대 뒤에서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목적으로 조직된 이들이지만 서포터의 활동은 응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단 운영에 파행이 이어지거나 문제가 생길 때 서포터들은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 19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지는 시기에도 장외 응원전을 펼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올해 K리그 개막전이 열린 15일 포항축구전용 구장에서는 특별한 응원전이 펼쳐졌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전 서포터 김하늘(8)양을 추모를 위해 경기 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상대 팀 포항 서포터도 하늘의 별이 된 하늘이를 추모했다. 선수들도 화답했다. 대전의 첫 골이 터지던 순간 선수들은 그라운드 한 곳에 모여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세레모니를 선보였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이날 2골을 더 몰아쳐 3-0 대승 거뒀고 15년 만에 포항전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응원과 위로가 교차했던 특별했던 순간이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연구팀은 스포츠뿐 아니라 90%의 직업군이 응원을 받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밝혀냈다. '응원의 힘' 그것은 단순한 응원이 아닌 고래도 춤추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나는 응원의 힘을 믿는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4.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