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조선시대의 팬데믹, 선조들은 어떻게 견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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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조선시대의 팬데믹, 선조들은 어떻게 견뎠나?

최정민 미술평론가

  • 승인 2025-02-19 16:56
  • 신문게재 2025-02-20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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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민 평론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강타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전염병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언제나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오늘날 현대 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와 같은 과거에는 이러한 재난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조선시대의 전염병 대응은 당시 사회의 의료 수준, 종교적 신념, 그리고 문화적 인식을 바탕으로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

조선시대에는 여러 전염병이 창궐했지만, 가장 큰 위협은 천연두(두창)이다. '마마'라고도 불린 천연두는 조선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현존하는 조선시대 관리들의 초상화에서 발견되는 천연두 흉터는 이 질병의 만연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609년 김령의 『계암일록』에는 "홍역이 아주 가까운 곳까지 퍼졌다"는 기록과 함께, "역병 때문에 단오 차례를 중단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사회 통념상으로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했다. 전염병에 의해 오염된 환경을 불결하다고 여겼던 선조들의 인식과 두려움으로 차례와 같은 행사를 생략했던 것이다. 1668년 『현종실록』에도 "천연두와 홍역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경성(한양) 5부에서만 보고된 사망자가 900명에 달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이를 훨씬 넘어섰다고 전해진다. 이는 전염병의 치명성과 당시 사회적 파급력을 보여준다.

조선 왕실은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의서를 간행해 배포했다. 허준의『신찬벽온방』은 1612∼1613년 조선 전역을 휩쓴 급성 전염병에 대응하는 지침서로서, 감염 예방 방법과 간단한 처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정약용의 『마과회통』은 홍역 치료를 다룬 전문 의서로, 질병의 이해와 치료법 발전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두창 예방법을 소개한 이종인의 『시종통편』, 지석영의 『우두신설』 등은 전염병 대응에 있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러한 의서에는 백성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와 처방이 포함되어 있어 실용성이 높았다.

조선시대에는 전통 의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전염병에 대해 무속의 힘을 빌리기도 하였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여단(여제단)을 설치하고 일 년에 세 차례 제사를 지내여귀(돌림병으로 죽은 이의 귀신)를 달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러한 장면이 담긴 <호구거리>와 <대신마누라도>는 당시 전염병 퇴치를 위한 신앙적 노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대신마누라는 굿 의식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신으로, 민간에서는 역병 퇴치에 큰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조선시대의 시대상이 물씬 풍긴다.

조선시대의 전염병 대응은 의학, 신앙, 공동체적 노력이 결합된 형태였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전염병 대응에서 배울 점이 많다. 현대 의학의 발전 덕분에 조선시대와 같은 참혹한 상황은 크게 줄었지만, 전염병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개인의 위생 관리와 예방수칙 준수는 전염병 확산 방지의 핵심이다. 선조들이 전염병의 공포 속에서도 신앙과 의학으로 맞섰던 것처럼, 현대인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백신 접종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전염병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쳐왔다. 과거를 단순히 극복한 역사의 일부로만 치부하지 말고, 조선시대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에서 오늘날 우리의 방역 태도를 점검하고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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