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규모라 교우관계 더 끈끈할 듯" 대전 신입생 9명 작은 학교 입학식 거행

  • 사회/교육
  • 교육/시험

[르포] "소규모라 교우관계 더 끈끈할 듯" 대전 신입생 9명 작은 학교 입학식 거행

대전수미초 지난해 16명 입학했는데… 올해 9명 입학
조부모도 입학식 참석해 손녀딸 첫 입학 축하하기도
대전 취학 대상자 올해 1만 186명… 지난해比 1000명↓

  • 승인 2025-03-04 17:34
  • 신문게재 2025-03-05 2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KakaoTalk_20250304_160926118
4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수미초 강당에서 신입생 9명이 입학식에서 교장 선생님과 대면하고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동생들아 대전수미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해. 선배들이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4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수미초 본관 3층 강당.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9명을 맞이하는 입학식에서 재학생 대표로 나선 6학년 배정호 학생이 선배로서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입학하는 후배들을 환영했다.

배정호 학생은 "학교 뒤로는 산이, 앞에는 갑천이 흐르고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아름다운 곳"이라며 "학교에서 아름다운 산과 강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학교를 소개하며 다소 경직된 1학년 동생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격려사를 듣는 와중에도 신입생들은 불안한 듯 뒷자리에 앉아있는 부모님을 연신 돌아보기도 했다.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40명가량의 6학년 학생들은 1학년들의 긴장한 모습을 보며 귀엽다는 듯 바라봤다.

입학식에선 이영균 교장이 직접 교사를 소개하며 신입생 학부모들과 대면 인사를 진행했다. 이어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언급하며 수미초 학생들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장은 "수미초 학생들은 좀 느리고 힘들어도 끝까지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며 "혼자서만 가는 건 아니고 선생님, 선배,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천천히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KakaoTalk_20250304_160926118_01
4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수미초 신입생을 축하하기 위해 6학년 학생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오현민 기자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들은 담임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앞으로 1년간 생활할 1학년 교실로 이동했다. 학부모들은 그 뒤를 따르면서 학교를 꼼꼼히 살폈다.

늦둥이 딸을 얻고 다른 부모들보다 늦게 자녀를 입학시키는 조용원(54) 씨는 남들보다 더 애틋한 마음으로 자녀를 살뜰히 챙겼다. 조 씨는 "일반적으로 봤을 땐 소규모학교보다 비교적 학생 수가 많은 곳을 보내는 게 맞지만 바로 앞에 위치한 정림중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만족도는 수미초가 최고라고 전해들었다"며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학생 수가 적어 교우관계도 끈끈해질 것이고 어린 나이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촘촘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녀의 소중한 입학을 함께하기 위해 3대가 함께 축하하는 모습도 보였다. 손녀의 입학식을 묵묵히 지켜보며 자녀의 입학식 때를 회상하던 안정수(65) 씨는 "옛날 입학식 땐 강당에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지금은 너무 휑해서 보기 안 좋다"며 "1학년 1반 옆에 바로 2학년 1반이 있으니까 학교는 큰데 학생들이 너무 없어서 교육활동에 지장이 있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근심했다.

KakaoTalk_20250304_160926118_02
4일 오전 11시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 9명과 학부모들이 교실로 이동해 담임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오현민 기자
대전수미초는 지난해 16명의 입학생을 받았지만 올해는 더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우수한 학교시설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 시설공사를 첨단시설로 꾸며놨다. 또 '수미 마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줄넘기 대회, 독서 경연대회, 수미 키즈 밴드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 지난해 9월 개교 후 첫 신입생을 맞이하는 대전둔곡초도 입학식을 진행했다. 이날 86명의 신입생과 다수의 학부모가 참석하고 간단한 학교생활 설명에 나섰다. 이후 학생들은 각자의 반으로 흩어졌고 학부모들은 따로 교실에 방문하는 과정 없이 강당에서 자녀와 헤어졌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대전 초등학교 취학 대상자 수는 1만 186명으로 2024년 1만 1219명에서 1000명가량 줄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올해 대전 내 신입생 수 10명 이하인 곳은 대전수미초를 비롯해 총 11곳(동명초(7명)·산흥초(8명)·대전자양초(7명)·세천초(9명)·장동초(9명)·기성초(7명)·기성초 길원분교(0명)·대전성천초(4명)·대전수미초(9명)·봉암초(5명)· 남선초(4명))이다.

이영균 대전수미초 교장은 "소규모 학교다 보니 학생들의 단체 활동이 조금 우려되긴 하지만 아름다운 환경에서 작지만 강한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수미초에 입학하는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현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셔츠에 흰 운동화차림' 천태산 실종 열흘째 '위기감'…구조까지 시간이
  2. 노노갈등 논란에 항우연 1노조도 "우주항공청, 성과급 체계 개편 추진해야"
  3.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4. ['충'분히 '남'다른 충남 직업계고] 홍성공업고, 산학 결합 실무중심 교육 '현장형 스마트 기술인' 양성
  5.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4.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5.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개물림 피했으나 맹견 사육허가제 부실관리 여전…허가주소와 사육장소 달라

대전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목줄을 끊고 탈출해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사건에서 견주가 동물보호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됐다. 담장도 없는 열린 마당에 목줄만 채웠고, 탈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최소 6시간 지나서야 신고했다. 맹견사육을 유성구에 허가받고 실제로는 대덕구에서 사육됐는데, 허가 주소지와 실제 사육 장소가 다를 때 지자체의 맹견 안전점검에 공백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도 드러났다. 22일 오후 6시께 대전 대덕구 삼정동에서 맹견 핏불테리어가 사육 장소를 탈출해 행방을 찾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재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 한화이글스 우승 기원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