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AI 시대, 경영에 필요한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책이 출간돼 화제다. 지역정책포럼 회원인 여현덕 KAIST KAIST G-School 원장 및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인공지능(AI) 경영자과정 주임교수(KAIST-NYU 석좌교수)가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드러커마인드)을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AI 시대, 기술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여현덕 석좌교수는 지뢰밭에서 살아남는 AI 전략, 위기의 시대를 건너는 솔루션을 이 책에서 제시했다. KAIST 이광형 총장은 이 책에 대해 ‘이 시대에 가장 부족한 부분, 즉 기술을 넘어 인간 중심의 가치와 미래 전략을 잇는 통찰을 채워줄 수 있는 책’이라며 강력추천했다. 이 책은 급속한 AI 기술 변화 너머 경영과 AI시대 경영자를 위한 인문학적 통찰을 담아낸 책으로, AI 시대 미래 기술을 다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영국 애버딘대학교 교수, 미국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 다보스포럼 수석자문역 등을 거쳐 현재 뉴욕대-카이스트 혁신캠퍼스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통해 인공지능과 경영, 인문학을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여현덕 교수를 만나 AI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 교수님, AI를 잘 쓰는 것이 곧 경영을 잘하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AI 경영은 인문학적 통찰이 전략을 완성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실까요?
▲기술을 아는 것과, 그것으로 살아남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술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직관과 AI의 지능을 결합할 때, 비로소 새로운 전략이 시작됩니다.
오늘날 생성 AI는 컴퓨팅 파워와 빅데이터를 제외하면 모두 인간의 지능에 깊이 다가서면서 성과를 낳았습니다. 음악에서 과학을 얻은 아인슈타인을 다시 소환해볼 때입니다. 생성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인공지능 기술에 앞서 인문학적 깊이와 상상력의 필요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 상상력과 기술이 결합될 때 인공지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은 AI 기술의 다층적 변화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조직, 그리고 기업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책입니다. AI는 이제 미래의 기술이 아닌 오늘의 언어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경영자와 조직은 '어떻게 AI를 활용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주저합니다. 이것은 단순 기술의 활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AI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이해의 깊이, 그리고 바뀌어 가는 경영의 패러다임에 따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 교수님, 이 책의 제목은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책 제목인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은 AI 시대의 상징적 메타포입니다. 소년병은 조직 내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수행자를, 아인슈타인은 창의성과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리더십을 가리킵니다. AI 시대 경영에서 이 두 유형의 조화와 전환이 핵심입니다. 지뢰밭을 해체하는 소년병, 아인슈타인의 직관과 감성을 읽어내는 AI,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휴니멀 인공지능'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술과 인간이 만들어가는 협업 지능을 제시해드렸습니다. AI의 한계와 환각 현상까지 분석해보았습니다. 리더가 갖춰야 할 통찰과 시각을 강조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군이 심은 지뢰를 해체하는 데 투입된 독일 포로 소년병, 그리고 '상대성 이론'으로 세상을 바꾼 아인슈타인을 비교하고,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의 결합을 통해 바람직한 AI의 미래를 제안했습니다.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휴니멀 인공지능', 감성을 읽어내는 감성 AI, 그리고 LLM(대규모 언어모델)의 환각과 한계 이면의 시사점까지, 인문학, 과학, 역사, 예술을 넘나들며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업 지능(CQ, Collaborative Intelligence)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제가 전해드리려는 핵심은 기술 설명에 국한되지 않고, 급변하는 지금의 환경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통찰력과 AI와 인간과 조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은 바로 그 관점을 제시합니다. 복잡한 환경을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이라는 낯선 조합은 언뜻 불협화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AI와 인류의 미래를 사유하게 만드는 강력한 은유입니다. 여기에서 '소년병'은 조직 내에서 명령에 따라 반복적이고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구성원을 상징합니다. 이들은 주어진 규칙과 절차에 충실하지만, 창의성이나 비판적 사고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창의적 사고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리더십, 상상력, 통찰력을 상징합니다. 즉, '소년병'은 AI 시대의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로, '아인슈타인'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경영 혁신을 주도하는 존재로 대비됩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유형의 조화와 전환이 AI 경영 시대에 필수적임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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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고 그 대가로 끔찍한 형벌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불'과 같은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불이 될 수도, 따뜻하게 만드는 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인류가 생존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는 AI 혁명의 시대에 우리에게는 명확한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모든 이를 포용하는 AI',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둔 기술'과 같은 철학적 토대 위에서만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꽃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AI 자체의 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사이보그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인간의 이로운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도록 만드는 '케이론의 길'입니다.‘케이론(Chiron)’은 인간에게 지식을 가르칠 정도로 현명한 켄타우루스의 별종으로,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 등의 무수한 영웅들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켄타우루스 케이론은 부족한 인간을 돕는 착한 영웅을 상징합니다. 예컨대, 영국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한 여성이 '리워크(ReWalk Robotics)'를 착용하고 17일 동안 런던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소식은 AI가 인간과 성공적으로 결합한 좋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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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리더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책은 지속가능한 AI 경영을 고민하는 리더들과, 현장의 실무자들에게 유용한 활용 전략과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실천적 지침서입니다. AI 연구자와 전문가, 기업 리더는 물론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미래의 AI란 경영 혁신의 전략적 자원이 될 것이고 '대체제'가 아닌 '강화제', 경쟁 대상이 아닌 협업의 파트너로 이해해야 합니다. AI가 바꿔놓을 비즈니스의 지형 속에서 전략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고, 그 접점을 치밀하게 분석해 경영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경영서와 인문서를 넘어, 복잡한 시대를 돌파할 사유를 제시해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책이라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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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 책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 포인트가 있다지요? 소개해주실까요?
▲챗GPT의 성능을 높인 핵심 요인은 결국 AI모델이 생성한 결과가 얼마나 우수한가를 판단하는 휴먼 피드백에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즉, AI의 지능(AIQ)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이 아닌 인간의 지성과 함께 하는 공진화(coevolution) 과정에 답이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AI 협업 방식에 따라 공동 지능은 '켄타우로스' 유형 또는 '사이보그'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켄타우로스 유형은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처럼, 인간과 AI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도 상호 도움을 주는 협력 모델입니다. 사이보그 유형은 인간과 AI가 실시간으로 완전히 통합된 형태입니다.
오늘날 AI에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갑옷을 입힌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국가 정체성, 자국의 언어·문화 보호, 지정학적 독립성 등을 핵심 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인도는 자국 고유의 언어· 문화 맥락을 반영한 자체 AI 모델 ‘크루트림(Krutrim)’을 개발해 디지털 자립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UAE는 국영 기업 G42를 통해 ‘팰콘(Falcon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디지털 자립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웨이·텐센트와 전략적 협력을 맺고, 독자적인 AI 칩 확보를 위해 MS·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다학제 융합 로보틱스'로, 여기에는 레인보우 로보틱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테슬라, 피규어, 애질리티 로보틱스 등 현재 다수의 자율형 휴보 기업들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AI, 로보틱스, 제어 시스템, 센서 기술 등의 융합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요처에 적합한 오토휴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별명을 붙여보면 그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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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현덕 교수와 제자들 |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는 ‘로봇 체조 선수’, 테슬라 옵티머스는 ‘팩토리 워크홀릭’, 피규어 AI(피규어 01)는 ‘직무 보조 디지털 인턴’, 애질리티 로보틱스 디지트는 ‘물류 배달꾼’, 레인보우 로보틱스는 ‘테크노 아티스트’라고 할 만큼 완성도 높은 장인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AI 인재 전쟁에서 글로벌 빅테크처럼 천문학적인 자금력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승산이 없는 싸움입니다. 한국은 자금력만이 아닌 매력적인 그 무엇으로 인재 전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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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꼭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실까요?
▲생성형 AI의 발전은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불'로 인류를 위협할 수도, 따뜻하게 비춰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둔 기술, 모두를 포용하는 AI라는 철학적 토대 위에서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AI를 단순 기술로 보는 시각을 넘어 '모든 이를 포용하는 AI', '인간 중심 기술'이라는 철학적 토대 위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강조해드립니다. AI를 경쟁 대상이 아닌 협업 파트너로 이해하고 전략의 중심에 사람을 두는 관점을 제시해드립니다.
AI는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돼야 합니다. 기술 중심의 경영에서 인간 중심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지속 가능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이 책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는 물론, AI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전략적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정리, 사진 한성일 편집위원(국장) hansung007@
-여현덕 교수는 누구?
▲현재 카이스트 지스쿨(KAIST G-School) 원장으로 재직 중으로 '인공지능 경영 과정(AIB)'을 설립했고, 'AI스토리텔링 학습법'을 설계했다. AI의 원리를 기술과 인문, 경영을 아우르는 융합적 관점에서 녹여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 애버딘대학교 교수, 미국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 다보스포럼 수석자문역을 거쳐 현재 뉴욕대·카이스트(NYU-KAIST) 혁신캠퍼스 석좌교수를 겸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학사, 석사, 박사 및 펜실베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했다. 인공지능 관련 주요 연구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에 ‘Vision Transformer Equipped with Neural Resizer on Facial Expression Recognition Task’(IEEE, 2022 공저)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스토리텔링 학습법』, 『AI 트랜스포메이션 사례 연구』, 『인공지능 시대의 AI영재교육론』 등 다수의 AI 논문과 4차 산업혁명의 원리와 동력을 탐구한 『나도 피카소 그림을 살 수 있다』를 저술했고, 『명탐정 준의 AI 파란노트』를 감수했다. 또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사에서 『AI 싱킹과 협업 지성』, 『AI 채용과 해고』, 『스토리텔링과 감성 A』를 출간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3>(공저),<마음을 사로잡다>,<나를 뛰어넘는 도전>,<나도 피카소 그림을 살 수 있다> 등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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