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충청 보수’, 침몰은 안 된다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충청 보수’, 침몰은 안 된다

윤희진 서울본부 부국장

  • 승인 2025-03-12 00:00
  • 수정 2025-03-12 06:3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2024101701000960400039011
윤희진 부국장
‘충청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환호했었다. 충청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고 의미도 부여했다. 충청이 국가 경영과 국정 운영의 키를 잡았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충청의 아들’이라고 내세웠다. 충청 보수(保守)는 윤 대통령을 ‘충청 대통령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탄생했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후 118일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치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충청 대통령’에 대한 충청의 여망에 힘입어 국정 최고책임자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나라를 뒤흔들었던 ‘국정농단’의 거세 폭풍을 단 5년 만에 극복한 보수 정부다.

동틀 무렵에서야 ‘당선 유력’이 공표될 정도로 치열했던 20대 대선 최종 개표 결과, 윤 대통령은 48.56%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7.83%)를 0.73% 차이, 말 그대로 가까스로 이겼다. 대전에서 0.9%, 세종과 충남 1.0%, 충북 5.3% 등 이재명 후보를 7.2%나 앞설 정도로 충청 보수는 윤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충청 보수는 이어진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를 비롯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까지 석권했다. 말 그대로, 충청 대통령에 충청 지방정부와 의회까지 차지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24년 4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참패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불안감을 참지 못한 채 임기 2년을 갓 넘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점을 향하던 충청 보수를 침몰 위기로 내몰았다.

정진석 비서실장(충남 공주)을 비롯해 박춘섭 경제수석(충북 단양·대전고), 박종준 전 경호처장(세종·공주사대부고), 김성훈 경호처 차장(세종·대전동산고)과 국민의힘 성일종(충남 서산·태안)·강승규(충남 홍성·예산)·장동혁(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은 계엄사태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충남 금산·충남고), 문상호 정보사령관(대전·보문고), 구삼회 육군2기갑여단장(충남 논산·연무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충남 서천·대전고) 등 군 출신들은 이미 구속기소 됐거나 관련자로 분류됐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 지방정부 수장들 역시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적절성 시비를 살만한 정치적 언행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口舌數)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대전·대전고)과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대전·서대전고)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항고하지 않고 석방을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충남 공주)은 즉시항고 말고도 윤 대통령을 석방한 후 논란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수 있는 절차인 ‘보통항고’조차 하지 않아 비판을 자초했다.

공직사회는 더 움츠러들었다. 정부 각 부처에는 그렇지 않아도 대전이나 세종, 충남 출신임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shy) 공무원’이 많은데, 계엄사태는 ‘충청도 출신임’을 더 숨기게 만들었다.

충청 보수의 위기다. 캐스팅보터(Casting Voter)를 뛰어넘어 국가 경영과 국정을 운영하려던 충청의 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윤석열 정부 곳곳에서 승승장구하던 충청 인사들과 충청 보수가 윤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는 그 마음, 이해는 한다. 그만큼 그를 위해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청 보수의 침몰이라는 참혹한 결과는 안 된다. 계엄 사태와 내란 정국의 중심에 선 지금, 극우 집단의 광기와 유혹에 흔들렸던 마음과 행동을 돌아봐야 할 때다. 법원의 구속 취소와 검찰의 항고 포기는 그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지만,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히 수용하며 중심추 역할을 해왔던 ‘충청’을 생각할 때다.

윤희진 서울본부 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효성 "장애인 복지정책 지속적으로 강화"…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 현장방문
  2.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문진석 의원은 원내운영수석
  3. 여미전 세종시의원, 2025 행감서 3대 현안 지적
  4. AI 시대, 컨택센터 미래전략은 '경험 중심 플랫폼'으로의 진화
  5. [한국갤럽] 대전·세종·충청 "李 대통령 5년간 직무수행 잘할 것 74%"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