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공간 활용, 미래를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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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칼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공간 활용, 미래를 여는 열쇠

이희성 단국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5-04-02 16:49
  • 신문게재 2025-04-03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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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점차 학교가 소규모화되고, 폐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학교'는 단순히 교육 기능만을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동체의 중심이자 지역문화의 핵심 공간으로서, 폐교를 비롯한 학교

공간의 재활용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폐교는 더 이상 학생이 없는 공간이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창업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자산이다. 특히 도심 지역의 폐교는 접근성과 인프라 면에서 재활용 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휴 교실을 리모델링해 노인 복지시설이나 평생교육 공간으로 운영하면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공간 활용을 넘어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일본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구라초등학교는 노인 주간보호시설로 변신했고, 도쿄의 장난감 미술관은 장년층과 아이들이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폐교가 세대 통합과 지역문화 재생의 거점으로 거듭난 것이다. 후쿠오카 스타트업 카페의 경우, 폐교를 창업 지원 공간으로 활용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내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의 '서울역 고가로'는 폐교를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부산의 '글로벌 빌리지'는 영어 체험시설로 활용되며 교육격차 해소에 일조하고 있다. 김해의 '예술창작 스튜디오'는 예술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민과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창의적인 사례다. 이러한 활용은 단순히 공간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대전에서는 2년 뒤인 2027년 3월에 대전성천초와 대전성룡초가 지역 최초 통폐합을 진행되어 문을 닫는다. 이후 2030년에는 문창초, 석봉초, 봉암초가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 가능성이 거론되며 폐교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 합계출산율(1월 기준)은 0.88명으로, 지난해 충청권은 대전 0.79명, 세종 1.03명, 충북·충남 0.88명을 기록했다. 대전의 경우 올해 의무취학대상자가 사상 처음으로 1만 명 이하인 9982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이루어진 이 통합은 교육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통합 후 남는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 공간이 평생학습 공간, 작은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 운영 공간 등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는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업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활용이 쉽지만은 않다. 법적 근거 미비, 지자체와 교육청 간 협업 부족, 예산 및 홍보 부족 등이 여전히 폐교 활용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법과 제도의 정비는 시급한 과제다. 폐교를 '교육 자산'으로만 규정하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공공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이에 맞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 주민 간의 소통과 협력이 정례화되어야 하며,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더불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 학교는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허브였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폐교를 지역 재생과 공동체 활성화의 공간으로 되살리는 노력은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학교가 다시 지역 사회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법·제도적 뒷받침과 주민 중심의 참여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러한 전환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희성 단국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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